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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1-18 11:01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백 열 네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28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휴식 후, 교육자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그는 학생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문을 연다. 방금 전, 내가 항구가 보인다고 말했던 것은 우리들의 목적지인 관객과의 만남인 공연을 뜻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 항구를 위해 항로를 결정하고 항해해 왔습니다. 수많은 암초와 거센 파도, 해무, 더위 등과 함께 따뜻하고, 푸근하고, 넒고 고요한 대양을 헤쳐 곧 우리는 정박지에 다다를 겁니다. 이러한 항해를 참고,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온 선원인 여러분을 나는 진심으로 축하하며 수고했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공연을 앞둔 여러분들이 어떤 항로를 헤쳐 왔는지 말해봅시다. 첫 번째로 여러분들은 무대라는 허구의 공간에 있기 위한 몸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무대에 적합한 몸만들기였습니다. 즉 일상의 자연 상태인 자신의 몸이 아니라, 허구 속에서 자연스러운 배우의 몸입니다. 무대는 이미 알고 있는 시공의, 상황의 공간이기에 여기에 적합한 몸을 요구합니다. 이때 즉흥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합리적이고 적당한 긴장만 유지한 채 자신의 몸을 이완시키는 연습은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항목이었습니다. 주의를 가지고 집중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집중하여 상상력의 발동과 발휘는 어떻게 가능한가는 이후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공간과 시간의 치환 연습과제, 오감의 활용은 상상력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결국 행동으로 귀결되어 자신으로서 행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러분들은 차츰 인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두 번째로 여러분들은 본격적인 대상다루기를 통해 자신의 몸의 행동방식을 터득했습니다.

즉, 대상없는 행동이 그것이었습니다. 대상없는 행동은 이전까지의 가시적인 대상을 눈앞에서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몸 행동의 인식을 위한 최고의 훈련이었습니다. 이때 여러분들은 비로소 대상을 통한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합니다. 결국 대상없는 행동을 통해 여러분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다른 철학 법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직접적이 이니라, 우회적으로 말입니다. 세 번째로 여러분들은 에튜드라는 장치를 통해 상황을 만났습니다. 이때 여러분들은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찾고 실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여러분들에 의해 제시된 상황은 사건과 평가를 통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행동을 하도록 했으며, 때로는 방해물을 만나 자신의 목표가 수정되기도 하여 또 다른 행동을 모색, 실행하게끔 했습니다.

이것이 1인 에튜드였습니다. 그러나 2인 에튜드는 조금 더 복잡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즉, 자신과 대치되는 목표를 가진 유기체-상대배우와의 투쟁, 조율 등을 통해 행동을 찾고 실행하는 과정이었습니다. 2인 에튜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교류였으며, 그것은 무엇을 주고 받느냐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작업 단계는 여기까지를 배우자신을 위한 작업이라고 명명합니다. 다음 작업 과정부터는 역할을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네 번째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첫 번째 단계로 존재하지 않는 역할로 가기 위한 몸 바꾸기 작업이었습니다. 그것은 관찰 작업이라고 불리워지는데, 인물, 동물, 사물을 관찰하여 자신의 몸을 변형시켜 행동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관찰 작업은 추상적인 인물의 정신세계로 발을 직접적으로 들여 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오감을 활용하여 인물의 껍데기를 모방하여 우회적으로 인물의 정신세계에 다가가는 완곡한 방법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방법이야말로 인물로의 변신을 위한 용이한, 편리한, 우회적이지만 지름길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우리들에게 한층 구체적인 인물형상을 찾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텍스트의 등장이었습니다. 비로소 우리는 작가를 만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희곡작가에 의한 희곡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희곡이 아니라  작품속의 시간, 공간, 인물, 상황 등을 비교적 친절하게 묘사해 놓은 소설을 일차적으로 접하는 과정에 들어섰습니다. 소설속의 등장인물을 형상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재차 에튜드를 무기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즉, 관찰 작업의 도움으로 인물형상화를 통한 1인 에튜드, 2인 에튜드, 무리 에튜드 작업이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희곡작가에 의한 희곡작품을 만나 작가의 사상과 의도, 세계를 연구하여 본격적으로 장면연극으로 돌입했습니다. 장면연극 단계에 이르러 우리는 지금까지 수학한 모든 것들을 활용하여 작업을 총망라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우리의 항해는 이러한 항로를 따라 진행되었으며 이제 그 목적지 항구인 공연만을 남겨 놓게 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항로의 단계는 항구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서 결코 독립적인 단계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즉 전 단계는 다음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고, 다음은 다 다음을 위한 전단계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유기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나온 항로가 기억나나요?
- 네! 학생들은 큰 소리로 화답한다.
- 방금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연출가라는 사람을 만나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2013. 11. 18.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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