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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0-21 21:13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백 열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24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총 몇 단락으로 나누었으며, 몇 단락까지 보여주었나요, 무신?
- 저희들은 장면을 총 5단락으로 나누었고, 오늘은 3단락까지 했습니다. 무신은 정확하고 또박또박 대답한다.
- 인물형상화 작업과 연습과정에 대해 우리들에게 간단히 말해 주세요, 승욱!
- 음...... 무신과 몇 작품을 읽어보고 난 뒤, 최종적으로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이 시점에서 저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저희들은 베케트의 희곡들을 거의 다 읽어 봤습니다. 그래서 부조리극의 형태와 유형을 간파했다고 생각했습니다.
- 베케트의 어떤 작품들을 읽어 보았나요? 교육자가 말을 끊으며 묻는다.
- <게임의 끝>,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행복한 나날들>, <플레이>, <나는 아니야>입니다. 무신이 대답한다.
- 오케이, 계속하세요, 승욱. 교육자가 승욱을 쳐다보며 묻는다.
- 그리고 일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놀이로서의 부조리극을 주제로 한 논문이나 잡지도 몇 권 읽었습니다. 조금씩 텍스트가 이해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무신과 전 블라지미르와 에스트라공의 형상을 위해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몇 가지 관찰할 동물들을 동영상으로 찍어 와서 본격적으로 관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 어떤 동물들이었나요, 그리고 관찰 작업의 진행과정에 대해 조금 얘기해 주세요. 교육자는 무신을 쳐다보며 묻는다.
- 에스트라공역을 위해 저는 펭귄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블라지미르역을 위해 승욱은 오소리를 선택했고요. 관찰 작업 수업처럼 형상화를 위해 신체기관별로 모방을 한 뒤, 걷거나 움츠리거나 무엇을 보거나 들어보고 물건을 다뤄보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저희들은 직립하여 관찰한 동물의 특징만을 어떤 신체부위에 집중하여 입혀서 사람으로서 천천히 걷거나 빨리 걷거나 앉거나 눕거나 해보면서 인물형상으로 탈바꿈해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관찰 작업을 통해 인물의 형상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소리찾기였습니다. 인물의 소리를 찾는 데 있어서 억지스러움이 느껴져 내 것이라고 확신이 잘 되질 않았습니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보세요. 교육자는 다시 무신에게 질문한다.

- 음...... 저의 예를 들면, 펭귄의 목, 팔, 걸음걸이, 눈 등을 관찰하여 몸에 입히고 난 뒤, 특히 그의 걸음걸이와 눈을 집중적으로 형상을 위해 택했습니다. 이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소리를 찾았는데, 짧게 끊어지는 듯한 음절, 한참의 포즈 후에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말, 낮은 음보단 비교적 높은 음역으로 말하기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행동과 함께 소리를 내거나 블라지미르인 승욱과 대화할 때는 저 자신이 어색하고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무신은 교육자의 질문에 머쓱해하며 대답한다.

-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되었나요, 그리고 해결책은 찾았나요? 교육자가 연이어 질문한다.
- 계속 해결책을 찾고 있는데, 현재까진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상과 소리에만 초점을 맞춰 말을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파트너와의 교류 없이 소리만 낸 꼴이 되어버려 소리를 위한 소리로 전락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고자 하는 소리는 생각과 계획만 할 뿐, 블라지미르와의 교류작업에 모든 주의를 기울이며 말을 하기 시작하다 보니 조금씩 제가 믿을 수 있는 것이 되는 듯 했습니다. 무신은 생각해가며 교육자의 질문에 답한다.

- 무신의 말에 동의합니다. 교육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은 잇는다. 부조리극의 등장인물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특히 우리의 주된 일인 형상화작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아마 독자로서 그들을 상상한다면 조금 쉬울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일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의 구현에 있다는 것입니다.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관찰 작업은 인물형상화를 위하여 용이하고 구체적이며 지름길 같은 방법입니다. 그것은 인물의 외적 성격을 통해 내적 성격을 모색하는 데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사실적인 인물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사람보다는 동물이나 사물이 관찰의 대상으로 유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상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며, 연상이나 비유 등이 그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 선생님, 무신과 저는 이번 장면 작업을 위해 또 하나의 관찰을 지속적으로 했는데 바로 아이들의 관찰이었습니다. 승욱은 교육자의 말을 가로채며 말한다.       
         
2013. 10. 21.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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