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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0-14 20:43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백 아홉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23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휴식 후, 교육자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무대 왼쪽 구석에는 밑받침대가 널따란 앙상한 나무가 세워져 있고, 세면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 하수 쪽은 작은 큐빅으로 양쪽으로 두 단을 세우고 위에 가로로 긴 큐빅을 놓아 사각 구멍이 나 있다. 블라지미르역의 승욱과 에스트라공역의 무신은 나무 밑에 널브러져 있다. 그들은 낡은 양복차림에 구겨진 넥타이를 매고 있고, 다 떨어진 군화 비슷한 신발을 신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색이 한참 바랜 중절모자를 쓰고 있다. 준비되면 시작하겠습니다. 무신이 작은 소리로 외친다.
- 네! 교육자가 활기차게 대답한다.

- 무신은 눈을 감고 있고, 승욱은 아래와 위, 옆으로 쳐다본다. 그의 한 손에는 또 다른 중절모가 들려져있다. 승욱은 손에 들려진 모자를 쳐다본다. 그리고 팔을 땅에 짚고 일어나 객석 쪽으로 나와 무언가를 쳐다보고, 가림막 뒤쪽으로 가서 무언가를 쳐다보는 행동을 두어 차례 반복한다. 그의 걸음걸이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듯 절뚝거리며 걷는다. 이내 그는 풀에 지쳐 눈을 감고 있는 에스트라공을 쳐다본다. 에스트라공 쪽으로 다가가 모자를 내민다. 여전히 무신은 눈을 감고 있다. 승욱은 모자로 그를 툭 친다. 눈을 부스스 뜨고 블라지미르를 쳐다본다. 다시 승욱이 모자를 무신 쪽으로 쑥 내밀자 그는 모자를 받는다.

승욱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자를 머리에 쓴다. 에스트라공은 그것을 보다가 블라지미르가 내민 모자를 자기 것 대신에 쓴다. 그리고 자기 모자는 블라지미르에게 준다. 블라지미르는 에스트리공의 모자를 받고 에스트라공은 블라지미르의 모자를 자기 머리에 쓴다. 이와 같은 행동을 십여 차례 반복하며 그들은 재미있게 논다. 이제는 아예 일어서서 모자 돌려쓰기 게임을 반복한다. 그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신나게 계속한다. 갑자기 블라지미르역의 승욱은 모자를 땅에 내던지며 ‘이것이 내게 잘 맞아?’ 라고 말한다. 에스트라공은 이리저리 살피며 ‘내가 어떻게 알겠어?’ 라고 말한 뒤, 자리에 털썩 앉는다. 블라지미르는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며 ‘그래? 그렇지만 내가 이것을 쓴 모양이 어떤가?’ 라고 재촉하며 묻는다. 에스트라공은 잠시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난 후, ‘소름이 끼쳐.’ 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블라지미르는 다시 에스트라공을 부축하며 재촉한다. ‘그래? 보통 때보다 더하지는 않지?’ 에스트라공은 즉각 대답한다.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블라지미르는 기뻐하며 ‘그럼, 난 이걸 가질 수 있어. 내 것은 갑갑했거든. (모자를 쳐다보며) 뭐라고 할까? (여전히 모자를 쳐다보며) 가려웠어.’ 라고 말한다. 그는 모자 안을 이리저리 살피고는 턴다. 그리고 머리에 쓴다.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에스트라공은 입을 연다. ‘난 가겠네.’ 그는 발을 질질 끌며 사각구멍 쪽으로 가서 빠져나기기 위해 엎드린다.

블라지미르는 돌아서서 ‘놀지 않겠어?’ 라고 외친다. 에스트라공은 구멍을 빠져 나가며 외친다. ‘무엇을 하고 놀아?’ 블라지미르는 즉각 대답한다. ‘포조와 럭키의 놀이를 할 수 있지.’ 에스트라공은 빠져 나가던 것을 멈추고 일어서서 ‘그런 소린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라고 말하자, 블라지미르는 절뚝거리며 그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나는 럭키가 될 테니 자네는 포조가 되어 보게.’ 그는 무거운 짐을 들고 축 늘어진 행동을 해 보인다. 에스트라공은 그를 쳐다보고 있다. 블라지미르가 재촉한다. ‘다음은 자네 차례야.’ 에스트라공은 의미 없이 ‘내가 무얼 해야 되지?’ 라고 말한다. 블라지미르가 ‘날 저주해보게!’ 라고 말하자, 잠시 생각하다가 에스트라공은 ‘고약한 놈!’ 이라고 힘없이 말한다. 블라지미르는 자세를 유지한 채 소리친다. ‘더 크게!’ 그러자 에스트라공은 큰 소리로 ‘임질! 매독!’ 이라고 크게 외친다. 블라지미르는 이에 반응하며 축 늘어진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그리고 ‘나더러 생각해 보라고 해 봐.’ 라고 주문한다. 에스트라공은 알아듣지 못하고 ‘뭐!’ 라고 묻는다.

블라지미르는 여전히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돼지야, 생각해봐! 이렇게 말해 봐!’ 라고 외친다. 에스트라공은 즉시 ‘돼지야, 생각해봐!’ 라고 외친다. 갑자기 블라지미르는 스톱한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자세로 ‘생각은 못하겠어!’ 라고 말한다. ‘이제 그만.’ 에스트라공은 재미없어 하며 다시 사각구멍 쪽으로 간다. 블라지미르는 여전히 자세를 유지한 채 ‘날더러 춤을 추라고 해봐.’ 라고 외치자, 에스트라공은 사각구멍으로 나가며 외친다. ‘나는 가겠어.’ 블라지미르는 큰 소리로 소리친다. ‘돼지야, 춤을 춰.’ 그리고는 재빨리 에스트라공이 나간 쪽을 쳐다본다. 그리고 사각구멍 쪽으로 가서 엎드려 보고는 일어서서 천천히 무대를 절뚝거리며 걷는다.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절뚝거리며 빠르게 움직인다. 승욱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곧게 편다. “여기까지 준비했습니다.

- 오케이, 수고했어요. 교육자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2013. 10. 14.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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