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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23 13:27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백 여섯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20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수업이 시작되면 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그의 책상 위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리스트가 적혀있다.

1. 골도니의 <여관집 여주인> ..... 미란돌리나(정하) / 기사(정태)
2.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 블라지미르(승욱) / 에스트라공(무신)
3. 장주네의 <하녀들> ..... 쏠랑쥬(주희) / 끌레르(수정)
4. 세익스피어의 <오델로> ..... 오델로(기주) / 데스데모나(소희)
5.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 아델라(문숙) / 마르티리오(현정)

- 준비되면 시작하세요! 교육자가 외친다.
- 무대의 삼면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고, 상수 쪽 등퇴장에 문인 듯한 프레임이 세워져 있다. 하수 쪽에 가로로 긴 침대가 놓여있고, 무대 중앙에는 둥근 테이블에 빨간 색 덮개가 씌워져 있다. 테이블 주위에는 고풍스러운 등받이 의자가 2개 놓여 있다. 그리고 무대 오른쪽 벽면에는 등받이 없는 작고 둥근 의자 2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기사역인 정태가 씩씩 소리를 내며 무대를 왔다 갔다 한다. 그는 흰색 상의 블라우스에 밑단이 불룩한 짧은 바지를 입고 있다.
- 준비되면 시작하겠습니다. 무신은 여전히 무대를 왔다 갔다 하며 소리친다.

- 그는 빠른 걸음으로 문 쪽으로 다가가 문 밖을 살핀다. 그리고 분에 못이기는 듯 궁시렁대며 왔다 갔다 하다가 의자에 앉는다. 탁자를 손으로 치며 중얼거린다. 이때 양손으로 시트를 든 미란돌리나역의 정하가 문 바깥에 서서 ‘나리, 들어가도 될까요?’ 라고 조용히 말한다. 기사는 문 쪽으로 쳐다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슨 일이오?’ 라고 말한다. 정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줍게 대꾸한다. ‘여기, 최고급 시트를 가져왔는데요.’ 정태는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대답한다. ‘좋아요, 거기 두시오.’ 미란돌리나는 다시 잠시 머뭇거린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송구합니다만, 취향에 맞는지 한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기사는 여전히 앉은 채로 ‘그 물건 어디 거요?’ 라고 퉁명스럽게 묻는다. 그녀는 재빨리 조금 앞으로 나오며 ‘프랑스제 린넨 천이예요.’ 라고 말한다. 기사의 ‘프링스제 린넨?’이라는 말에 미란돌리나는 차분하게 대답한다. ‘예, 나리. 한 마에 6파올리짜리랍니다. 한번 보시죠.’ 그는 아직도 앉은 채로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난 비싼 걸 요구한 게 아니오. 먼젓번에 당신이 줬던 것보다 나은 거면 충분한데.’ 그녀는 기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말한다. ‘이 시튼 제가 귀한 분들을 위해 따로 만들어 둔 거예요. 이 물건을 충분히 알아보실만한 그런 분들이요. 고명하신 나리, 사실 당신이니까 드리는 거예요. 다른 분들한텐 드리지 않아요.’ 포즈. 기사는 관객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의례적인 말이지!’ 라고 비꼬며 말한다. 재빨리 미란돌리나는 팔을 쭉 뻗으며 ‘이 식탁보와 냅킨 세트를 좀 보시지요.’ 라고 말한다.

그는 마지못해 천천히 일어선다. 그리고 그녀의 팔에 들려 있는 식탁보와 넵킨을 쳐다본다. 그리고 탄성을 지른다. ‘오, 이건 플랑드르 산 모직천이 아니오! 나 때문에 괜히 이 천을 더럽힐 필요는 없소이다.’ 그녀는 이제 노골적으로 방안으로 쑥 들어와서 기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말한다. ‘기품 있는 신사 분을 위해서라면, 전 그런 하찮은 것쯤은 개으치 않는답니다. 제겐 이런 물건이 몇 개 더 있어요. 고명하신 나리를 위해 따로 보관해 둔 거죠.’ 포즈. 그는 다시 객석 쪽으로 고개를 신속하게 돌리며 놀란 듯이  ‘이 여자의 친절은 인정해 줘야 겠군.’ 이라고 말한다. 포즈. 미란돌리나 또한 객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찡그리며 ‘무뚝뚝한 인상으로 봐선 정말로 여자들을 좋아할 것 같지가 않네.’ 라고 말한다. 기사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로 미란돌리나에게 말한다. ‘시트를 내 하인에게 맡겨 두시오. 다니면 거기 한쪽 구석에다 놓든지. 그것 때문에 불편을 겪어서야.’ 미란돌리나는 기사 쪽으로 다시 한 발 다가서며 ‘오, 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지체 높으신 신사 분을 모시는 일인데요, 뭘.’ 이라고 부드럽게 말한다. 재차 앞쪽으로 고개를 재빨리 돌리고 인상을 쓰며 ‘나한테 아양을 떠는군! 하여튼 여자들이란! 다 똑같다니까!’ 라고 힐난조로 말한다.

미란돌리나는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어가며 ‘그럼 이걸 침대에다 두죠.’ 라고 말한다. 갑자기 스톱 모션. 그녀는 고개만 객석으로 돌리며 큰 소리로 말한다. ‘오, 만만치가 않아. 이거 계획이 어긋나지나 않을까 슬슬 걱정되네.’ 기사 또한 큰 소리로 외친다. ‘멍청한 인간들은 저런 사탕발림 소리에 쉽게 속아 넘어가곤 한다니까.’ 여기까지 준비했습니다. 정하와 정태가 동시에 교육자를 보며 말한다.
- 수고하셨어요. 앉으세요. 이 에피소드를 총 몇 단락으로 나누었나요? 교육자가 그들을 쳐다보며 말한다.
- 세 단락으로 나누었습니다. 정태가 답변한다.
- 그럼, 지금 보여준 것은 1단락까지 입니까?
- 네. 정하가 답변한다.

- 1단락에서 각자의 전상황과 목표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 보세요.
- 1막 13장에서 후작이 방으로 찾아와 돈을 빌려갔습니다. 그는 거의 빼앗다시피 저의 금화와 동전 몇 푼을 가져가서 저는 화가 나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1막 15장인 이 장면에서 저의 목표는 미란돌리나에게 그 어떤 관심이나 주의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자를 싫어할 뿐만 아니라, 혐오합니다. 정태가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한다.
- 저는 후작과 백작을 통해 기사의 인간성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그가 무례하게 요구한 침대 시트와 탁자보, 넵킨 등을 챙겨 교체하러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여성혐오주의자인 그의 태도와 생각을 불식시키고, 나아가 그를 만물의 영장인 여자에게 굴복시키기 위해 그의 방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것입니다. 정하 또한 그녀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한다.
- 오케이, 동의합니다. 골도니의 <여관집 여주인>은 중세 이태리의 코메디 델아르트에 강한 영향을 받은 코메디극입니다. 즉, 희극입니다. 희극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2013. 09. 23.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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