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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16 11:49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백 다섯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19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휴식 후, 교육자가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말문을 연다. 기주와 소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어봤나요?
- 네! 저희들은 그의 4대 비극과 희극들을 죄다 읽었습니다. 기주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 <오델로>가 비극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교육자가 재차 묻는다.
- 음..... 주인공인 오델로의 파멸로 끝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소희는 확신에 찬 어조로 답한다.
- 오케이. 자네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은 무엇이었지? 그리고 그 이유는? 교육자가 눈을 반짝이며 그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 저는 개인적으로 <오델로>가 가장 흥미로왔습니다. 그 이유는 거대하고 용감한 장군인 오델로가 자신의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준 손수건이 이야고의 간계로 말미암아 파멸의 단추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주가 조금 흥분한 듯 말을 내뱉는다.
- 소희는?
- 저는 <리어왕>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압도할만한 스케일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리어왕의 광야에서의 독백은 감탄과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것은 전에 읽었던 그리스 비극인 <오디푸스왕>의 대사를 연상시켰습니다.

- 오케이!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적 인물은 하나 같이 영웅이거나 고귀한 신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로서는 좀처럼 이해되질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고상한 인물들은 우리들을 무척 곤혹스럽게 하지만 매력도 함께 제공합니다. 영웅이거나 왕, 귀족이라는 인물은 역사적 자료에 의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형상을 추측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지금의 우리와는 다른 세계관을 소유한 듯합니다. 즉 우리가 아파트 열쇠를 어디에 두고 왔지? 그 여자는 무엇을 좋아할까? 숙제를 해야 하나? 오늘 점심은 무얼 먹지? 이 원피스가 그 남자의 마음에 들까? 등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국가, 민족, 삶과 죽음, 도덕, 명예 등을 생각하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인물들의 하루 일과와 일들은 무엇일까? 그들의 취미는 무엇일까? 그들이 읽는 책은 주로 어떤 것일까? 그들은 친구들과 무슨 얘기를 할까? 그들의 목소리는 묵직하거나 우렁찰까? 등에 대한 고민과 이해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세계관, 사고관이 다른 그들을 연구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의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교육, 생활방식, 사교, 매너, 수사 등을 배우거나 익혔을 겁니다. 해서 그들의 분위기, 말, 걸음걸이, 행동방식 등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들도 우리처럼 웃고, 울고, 화내고, 소리쳤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담하고, 용감하게 그들의 형상으로 다가가 보세요.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그들을 창조해야하는 우리의 일이 곤혹스럽지만 동시에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관을 소유하고 있는 당시의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과 함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성을 가지고 대담하게 다가가 보라는 말입니다. 그들 또한 우리와 다름없는 사람이니까. 이것이 지금 필요합니다. 장주네의 <하녀들>을 정독했나요? 교육자는 무언가 적고 있는 수정과 주희에게 눈을 돌리며 묻는다.

- 물론입니다.
- 어떤 점이 흥미 있었습니까? 재빠르게 교육자는 다시 묻는다.
- 저는 <하녀들>을 세 번 읽었는데, 처음에는 그들의 정체와 행동의 정당성이 너무 모호하여 ‘와, 작품 잘못 골랐다!’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근데 어제 세 번째 정독을 했을 때, 수정과 재미나게 작업을 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주희가 제스처를 연방해대며 말을 한다.

- ‘재미나게’ 란 어떤 의미이지? 교육자가 주희의 말을 가로채며 묻는다.
- 음..... 행동찾기의 다양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볼래요? 교육자가 다시 주희의 말을 끊는다.
- 사실, 텍스트에는 제한된 지시행동만 있습니다만, 저희들의 정당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수많은 행동으로 가득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희가 음절마다 힘을 주며 말한다.
- 그리고 쏠랑쥬와 끌레르의 형상 또한 저희들이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무척 흥미롭게 인물형상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구요. 수정도 대화에 동참한다.

- 오케이! 내가 지금 얘기하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까 얘기한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하녀들>도 부조리극에 해당합니다. 부조리란 조리가 없다는 말입니다. 상황도, 인물도, 관계도, 그리고 플롯도. 무엇하나 조리가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그 속의 인물들은 시대를 반영하는 전형적인 인간이지만, 우리의 일은 살아있는 인간을 창조하는 일이기에 보다 구체성을 필요로 합니다. 주희의 말처럼 ‘재미나게’를 달리 해석하자면,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꽁꽁 숨긴 채 마치 놀이나 게임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들만의 재미를 가지고 말입니다. 그들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소꿉놀이나 전쟁놀이처럼 아주 진지하게 삶을 모방하며 놀이를 하고 있는 듯 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어린아이들의 놀이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과 누군가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비슷한 경우일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삶의 행동 또한 어린아이들의 놀이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놀이는 삶이며, 사실이며,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그들은 누구이며, 왜 이 곳에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등은 명확하게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것만 정당화할 수 있다면, 주희와 수정이 말한 것처럼 ‘재미나게 인물의 형상화를 탐구하고 행동찾기의 다양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육자는 수정과 주희를 쳐다본다.

- 그녀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 문숙과 현정은 왜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선택했나요? 교육자는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어 서서 얘기를 듣고 있던 그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우선 여자들끼리 할 수 있는 작품을 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구요, 최종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품으로 이걸 결정했습니다. 문숙이 대답한다.
- 저는 최근에 로르카의 <피의 결혼>과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공연으로 본 적이 있는데, 그땐 잘 이해하질 못했거든요. 그러다가 이번 장면연극을 통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정독하고서는 그들의 삶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문숙과 해 보기로 결정했구요. 현정도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무엇이지?  교육자가 문숙과 현정의 눈을 쳐다보며 다시 묻는다.
- 폐쇄된 공간에서 여자들만의 삶이었습니다.
- 엄마인 베르나르다와 딸들의 관계, 그리고 다섯 딸들 간의 관계이었습니다. 문숙과 현정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 오케이. 자, 다음 시간에 단락별로 보여 주세요. 그러나 만일 단락이 해결되지 않아서 시연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1인 에튜드나 2인 에튜드를 보여 주고요. 에튜드는 작품의 줄거리로부터 상상되어진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오케이?
- 네! 학생들은 우렁차게 외친다.             

2013. 09. 16.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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