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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09 15:38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백 네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18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몇 몇의 학생들은 공책에 자신들의 순번을 기입하고 있고, 다른 무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또 다른 학생들은 의상실에서 준비한 의상을 입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있다. 승욱과 무신은 구석진 곳에 앉아 열심히 토론 중이고, 수정과 주희는 등을 맞대고 부비며 몸을 풀고 있다. 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서 앉는다. 소희가 노트를 교육자에게 내민다. 
- 지난 시간에 파트너별로 결정한 작품인가요? 교육자가 노트를 보며 묻는다.
- 네! 학생들은 큰 소리로 대답한다.

1. 베케트 작 <고도를 기다리며> ..... 블라지미르(승욱) / 에스트라공(무신)
2. 골도니 작 <여관집 여주인> ..... 미란돌리나(정하) / 기사(정태)
3. 셰익스피어 작 <오델로> ..... 오델로(기주) / 데스데모나(소희)
4. 장주네 작 <하녀들> ..... 쏠랑쥬(주희) / 끌레르(수정)
5. 로르카 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 아델라(문숙) / 마르티리오(현정)

- 노트에 적혀 있는 작품을 보며 교육자는 “작품은 다 읽어 보았나요?” 라고 말한다.
- 네!
-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전의 사실주의 작품이나 체홉극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요? 교육자는 승욱과 무신을 쳐다보며 묻는다.
- 음..... 승욱과 무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무신이 먼저 입을 뗀다. 이전의 사실주의 작품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모호하고 구체적이질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 구체적이질 않았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교육자가 재빨리 다시 묻는다.
- 예를 들면 ..... 등장인물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왜 여기로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입니다. 승욱도 거든다.
- 그래서요? 교육자가 그들을 빤히 쳐다보며 연이어 짧게 묻는다.

- ..... 결국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하고, 인물들이 이해되지 않아 행동찾기도 퍽 난해하다는 결론입니다. 현재까지요. 무신이 파트너인 승욱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 저희들도 같은 문제입니다. 옆에 앉아 있던 주희도 말을 거든다. 다행스러운 건, 인물들의 직업이 하녀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무엇 하나 정보가 없습니다.
- 그렇지만 마담과의 관계만은 분명하지 않나요? 교육자가 이번에는 주희와 수정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한다.
- 네, 마담과 주종의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이 텍스트상의 행동과 말을 하는 지는 아직까진 이해되질 않습니다. 수정 또한 주희의 말에 동의하며 대답한다.
- 오케이, 부조리, 영어로는 'absurd'라는 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교육자가 학생들을 쳐다보며 묻자, ‘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 그럼, 부조리 작품을 읽어 보거나 공연으로 본 적은 있나요? 교육자가 재차 학생들에게 묻는다.
- 해롤드 핀터의 <생일파티>를 공연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오네스코의 <수업>도 공연으로 본 적이 있구요. 뒤쪽에 앉아 있던 정태가 큰 소리로 외친다.
- <고도를 기다리며>와 <하녀들>은 공연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테이프>도 춤 공연으로 본 적이 있구요. 소희도 손을 들고 말한다.
- 지난 학기 <희곡읽기> 수업 때, 아라발 작품과 동구유럽권의 부조리작품을 읽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문숙도 한마디 한다.

- 오케이! 부조리 작품에 대한 시대적, 철학적 배경에 대해서는 도서관에서 참고자료나 논문을 찾아보세요. 우리의 수업에서는 이것만 얘기하도록 해 봅시다! 우선, 부조리 작품의 인물들은 개체라기 보다는 유형인 듯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유형은 필요치 않은 단어입니다. 우리는 유형을 개체로 바꾸어야만 하는 무대의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일은 특별하고, 구체적인 어떤 인물로 형상화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무대에서 그 무엇도 명확하게 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조리극은 작품의 외적 환경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노숙자와 하녀들, 그들은 동시대의 삶에 대한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동시대의 사회와 철학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우리의 직접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 속의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나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선행되었다면, 이제 우리의 일은 명확해집니다. 상황에 대한, 인물에 대한 자신의 이해로부터 행동을 찾아 보세요. 물론 이전의 사실주의 작품의 인물과 비교해 보면 조금 복잡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수업 시간에 시연을 통해 토의를 해 봅시다. 10분만 쉬었다가 까를로 골도니와 셰익스피어, 로르카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얘기 해 봅시다.

2013. 09. 09.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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