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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02 11:18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백 세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17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장면연극 두 번째 공개 발표 장소인 극장에는 배우과(科) 선,후배와 연기교육자, 화술교육자, 움직임교육자, 연극학교육자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도교수인 연기교육자는 무대로 나간다.
- 오늘은 배우과 2학년 학생들의 두 번째 장면연극 공개 발표를 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첫 번째 장면작업으로 사실주의 희곡을 텍스트로 인물의 형상화를 통한 교류 작업을 했습니다. 오늘 두 번째 장면작업은 A.체홉의 4대 장막극을 텍스트로 사용하여 공개 발표를 할 것입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체홉의 작품은 인물의 섬세한 행동을 찾고 실행해야만 하는 최고봉의 사실주의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결코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수많은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해서 그들의 언어는 자신의 목표를 숨긴 쓸데없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속이든 겉이든 어떤 형태로든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다만 가시화되지 않을 뿐입니다. 이후에 우리의 공개 발표는 세 번째 장면연극으로서 근대극, 고전극, 부조리극, 코메디극 등을 텍스트로 사용할 것입니다. 그럼, 장면연극 공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발표할 차례는 프로그램에 적혀 있는 바와 같습니다.

1. <세자매> ..... 마샤(이수정)/베르쉬닌(감무신)
2. <벚꽃동산> ..... 라네프스카야(권주희)/트로피모프(손기주)
3. <바냐삼촌> ..... 소냐(김현정)/옐레나(이정하)
4. <갈매기> ..... 아르카지나(문숙)/트리고린(정태)
5. <바냐삼촌> ..... 옐레나(이소희)/아스트로프(양승욱)



- 공개 발표를 마치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소품과 의상, 무대 정리를 하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희는 큰 소리로 외친다. “선생님 모셔오겠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치우는 일을 서두른다.

- 잠시 후, 교육자가 극장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공개 발표는 대체로 잘 진행된 듯합니다. 자, 간단하게 총평만 하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세자매>의 마샤와 베르쉬닌은 그들의 관계가 무척 섬세하게 행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베르쉬닌의 결정적 고백, ‘사랑합니다’는 마샤에게 적극적으로 영향주기에는 미흡했으며, 그것은 결국 마샤로 하여금 이후의 자신의 행동 계획을 그대로 실행해 버린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수정의 마샤는 인물형상과 행동찾기가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것은 수업시간에도 언급한 것처럼, 마샤라는 여자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녀의 현실은 갑갑한 교사의 아내이지만, 그녀의 이상은 자유를 꿈꾸는, 시를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베르쉬닌과의 연정은 그녀를 아마 더욱 답답하게 만들 것입니다.

또한 마샤는 교사인 언니 올가, 막내인 이리나와는 분명 다른 행동의 템포와 리듬을 소유한 여자일 듯한데, 그것은 그녀의 대사에서도 충분히 감지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나는 ‘다소 밋밋하다했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벚꽃동산>의 라네프스카야와 트로피모프는 수업시간의 시연보다는 훨씬 좋아진 듯합니다.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주희와 기주의 역할의 문제거리가 자신의 문제거리로 변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이것은 교류의 첫 출발이자 상호행동을 위한 기초입니다. 라네프스카야에게 있어서 ‘벚꽃동산의 매매’와 트로피모프에게 있어서 ‘라네프스카야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들’이 자신의 문제로 이해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발성과 발음의 문제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대상에 대한 명확하지 않음은 말을 흐리게 하거나, 말을 안정되게 하지 못하거나, 말을 서둘러 내뱉게 만들어 이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즉 급할수록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상을 끈기 있게 다뤄내세요. 세 번째 발표인 <바냐삼촌>의 현정과 정하는 새엄마인 옐레나와 의붓딸인 소냐의 갈등과 화해라는 일관된 행동을 차분하게 해냈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관계에서 그녀들의 행동과 말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소냐의 끝 대사, ‘안된대요’ 라는 말은 옐레나에게도 정확한 평가와 속행동을 하게끔 만들어 보는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갈매기>의 아르카지나와 트리고린은 수업 때 보여주었던 훌륭함을 대체로 잘 유지했지만, 다소 기계주의에 빠져버린 느낌이 있었습니다. 누차 언급했던 것처럼, ‘오늘, 지금, 여기’에서 듣고, 보고, 행해야함을 잊지 마세요. 오늘의 공연이 어제의 공연과 같을 수는 결코 없습니다. 어제의 좋은 컨디션으로 인해 공연이 무척 잘되었다고 자신이, 또는 관객이 인정했다면, 오늘의 공연 또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는 법입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로 오는가, 나는 파트너와 어떤 관계이며,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등만이 오늘의 나를 무대에서 존재하도록 만드는 열쇠입니다. 어제의 좋았던, 나빴던 나의 행동은 몽땅 잊어버리세요. ‘오늘, 지금, 여기’만이 나를 무대에 있게끔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것을 명심하세요. 끝으로 <바냐삼촌>의 옐레나와 아스트로프는 수업 때 보여주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해결된 듯합니다. 우선 옐레나의 인물형상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구축되었고, 아스트로프역인 승욱의 인물형상과 말의 구현 또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듯했습니다.

그들의 관계도 극의 진행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으며, 특히 그들 간의 ‘말없음’의 정당성은 우리로 하여금 주의를 가지게끔 만들었습니다. 다만, 신체적 접촉으로 인한 영향주고 받기는 다소 서둘러 명확한 교류로서 작용을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손을 잡다’, ‘머리를 만진다’, ‘키스한다’, ‘포옹한다’ 등과 같은 신체적 접촉은 일차적 교류이지만, 이것은 결코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무대적 행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서두름’은 가장 큰 적입니다. 특히 신체적 접촉으로 인한 자극과 영향의 주고받기는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 오늘의 총평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음의 과제, 즉 세 번째 장면작업으로 넘어갑시다.

- 선생님, 저희들에게도 휴식을 주세요! 소희가 너스레를 떤다. 다른 학생들도 가세하며 소리친다.
- 오케이, 오늘 여러분에게 멋진 휴식을 줄 생각입니다. 1박 2일로 별장을 잡아놓았습니다.
- ‘와!’ 학생들은 박수치고, 춤추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소리 지른다.
- 대신, 다음 주까지 또 다른 파트너를 정해서 작품을 결정해 오세요. 작품은 그리스극, 로마극, 15-16세기 유럽극, 부조리극 등의 작품을 읽어보고 가져오세요.
- 이전의 사실주의, 체홉극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희곡들이라면 괜찮다는 말씀이신가요? 무신이 손을 번쩍 들어 소리친다.

- 오케이! 다른 질문 없나요? 교육자가 학생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한다.
- 없습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합창하듯 고함친다.
- 자, 밖에 차가 대기 중이니 갑시다! 교육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학생들은 짐을 챙기면서 노래 부르고 소리친다. 학생들의 떠들썩함은 밤하늘의 폭죽처럼 요란하다.


2013. 09. 02.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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