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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29 10:08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아흔 여덟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12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온다. 학생들은 파트너와 함께 체홉의 희곡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자, 주희와 기주부터 볼까요? 교육자가 그들에게 손짓을 하며 말한다. 어떤 장면을 선택했나요?
- 저희들은 <벚꽃동산> 3막 중에서 류보비 안드레예브나 라네프스카야와 표트르 세르게예비치 트로피모프의 장면을 골랐습니다. 주희가 또박또박 말한다.
- 좋아요. 해 봅시다! 교육자는 망설임 없이 그들이 선택한 장면을 승낙한다.
- 문숙과 정태는 <갈매기> 중 어느 장면을 선택했지? 교육자가 구석에서 아직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을 향해 소리친다.
- 문숙과 정태는 희곡집을 들고 와서 교육자 앞에 앉는다. 저희들은 <갈매기>를 읽고 몇 개의 장면을 골랐지만, 문숙이 하고 싶은 부분과 저의 도전해 보고 싶은 부분이 아직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만일 가능하다면, 선생님께서 선택해 주신다면 저희들은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정태는 문숙을 쳐다보며 말한다.
- 어느 장면들이지? 교육자가 정태와 문숙을 번갈아 쳐다보며 다시 묻는다.
- 첫 번째는 2막에서 니나와 트리고린 장면이고, 두 번째는 3막 중 트레플레프와 아르카지나 부분이고요, 세 번째는 역시 3막 중에서 트리고린과 아르카지나 장면입니다. 그리고 끝으로 4막 중 니나와 트레플레프 장면입니다. 정태가 희곡을 들추며 교육자에게 차근차근 대답한다.
- 내가 판단하기엔, 어느 부분, 어느 인물을 하든 문숙과 정태에게는 좋은 공부가 되겠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수업의 성과도를 고려해 볼 때 문숙의 아르까지나와 정태의 트리고린이 좋을 것 같은데? 문숙의 생각은 어때? 교육자는 정태의 질문에 대한 답과 또 다른 질문을 문숙에게 던진다.

- 처음에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은 지난 번 장면을 <다리위에서 바라 본 풍경>에서 베아트리스를 했기에 이번에는 젊은 처녀역인 니나에게 관심이 끌렸습니다. 근데 다시 작품을 정독한 후, 아르카지나역이 무척 해 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연령면에서는 베아트리스와 비슷해 보였지만, 베아트리스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태에게 제 생각을 얘기해 보았는데, 정태는 지난 번 장면 <인형의 집>에서 헬메르역을 했기에 이번에는 다른 환경을 가진 트레플레프를 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몇 번을 절충해보다가 선생님께 자문을 구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숙은 다소 느린 듯 하지만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며 말한다.
- 정태의 생각은? 이번에는 교육자가 정태를 쳐다보며 묻는다.
- 문숙의 말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미 사회적 성공과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헬메르나 트리고린 보다는 작가로서의 성공을 열망하는 젊은 작가인 트레플레프에게 매력을 느꼈지만, 작품을 몇 번 읽어보고서 아르카지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트리고린역 또한 흥미로왔습니다.

- 내 생각에는, <인형의 집>에서 헬메르는 비록 사회적 성공으로 인한 부를 획득했지만 노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일방적인 남성이자 남편인 반면, 트리고린은 아르카지나의 도움과 원조로 소설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거머쥔 사람이라는 점에서 헬메르와는 무척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지. 이러한 면만 보더라도 자신에게 인물의 흥미로움에 대한 첫 출발이 무척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자네 생각은? 교육자가 다시 정태에게 말한다.
- 저 또한 동의합니다. 정태는 고개를 끄덕인다.
- 체홉의 <갈매기>에서 자네들이 니나와 트레플레프를 하든 아르카지나와 트리고린의 역할을 선택하든 이 둘은 모두 좋은 공부거리라고 생각해. 어쩌면 힘에 부칠 수도 있지. 그렇지만 학교에서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교육자가 그들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 네! 문숙과 정태의 눈망울이 반짝인다.
- 수정과 무신은 <세자매>에서 어떤 부분을 선택했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수정과 무신은 잽싸게 다가온다.

- 저희들은 <세자매>에서 2막의 마샤와 베르쉬닌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수정은 연방 책을 뒤적이며 말한다.
- 아하,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의 마샤 대사 부분? 교육자가 수정을 쳐다보며 묻는다.
- 네! 수정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 쉽지 않은 인물과 장면을 골라왔네! 교육자가 중얼거린다.
- 네? 수정은 되묻는다.
- 무신은?
- 저도 베르쉬닌역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오케이, 해 봅시다! 교육자는 경쾌하게 답변한다.
- 자, <바냐삼촌>은 어떻게 결정했지? 교육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희, 승욱, 현정, 정하는 기다렸다는 듯 다가온다.

- 저희들은 두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승욱은 3막의 옐레나와 아스트로프 부분, 현정과 정하는 2막의 소냐와 옐레나 부분을 정했습니다. 소희가 대표격으로 간단하게 말하고 교육자를 쳐다본다.
- 이전 첫 번째 장면에서 소희는 <북어대가리>의 다링역, 승욱은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 에번역, 그리고 현정은 <인형의 집>에서 노라, 정하는 <느릅나무 밑의 욕망>에서 에비를 했지? 교육자가 다시 그들에게 묻는다.
- 네! 4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 교육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오케이! 해 봅시다!’라고 시원하게 외친다.
- 그들은 활짝 웃으며 파트너끼리 손뼉을 친다.

- 자, 주목하세요. 이제 두 번째 장면연극, 즉 체홉의 4대 장막극을 위한 작품과 인물, 그리고 파트너를 결정했습니다. 지난번처럼 인물의 일대기, 단락나누기, 각 단락마다 목표를 문장화하기, 행동을 순서화하여 플랜 작성하기 등을 해 보고, 필요하다면, 아니 반드시 그러하겠지만, 작품을 정독을 해 보고 작가와 작품 그리고 인물분석을 위해 참고자료들을 조사하여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통해 인물형상을 위해, 인물의 세계관, 행동을 위해 말 그대로 참고자료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교육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2013. 07. 29.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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