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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15 16:53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아흔 여섯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10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수업이 시작되자 교육자가 들어온다. 그는 자리에 앉으며 “시작 할까요!”라고 외친다.
- 무대는 가림막으로 삼면을 막아 외벽을 만들었고, 뒤쪽 중앙으로 출입구가 있다. 상수 쪽에 둥근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놓여 있고, 하수 쪽엔 스탠드 옷걸이가 세워져 있다. 캐더린 역할의 주희가 울긋불긋한 원피스 차림에 머리를 한쪽으로 묶고 서 있다. 베아트리스 역할의 문숙은 발목근처까지 내려오는 치마에 흰 색 브라우스를 입고 테이블 근처에 앉아 손을 이마를 대고 있다. “준비되면 시작할게요!” 주희가 서성이며 말한다.
- 네! 교육자는 짧게 대답한다.

- 여전히 베아트리스역의 문숙은 손을 이마에 대고 있다. 이윽고 그녀는 “캐이티!” 라고 말한다. 그러자 캐더린역의 주희가 멈춰 서서 베아트리스를 바라본다. 베아트리스는 캐더린을 잠시 쳐다보고 “어떻게 할 셈이냐” 라고 묻는다. 캐더린은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는 힘없이 “모르겠어요.” 라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즉시 베아트리스는 힘주어 말한다. “모른다고 하지마라. 넌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베아트리스는 묻는다. “어떻게 할 셈이니?” 천천히 테이블 근처의 의자에 앉으며 캐더린은 “아저씨가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요.” 라고 말하자,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 사람이 너의 아버지냐?” 라고 베아트리스는 큰 소리로 외친다.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다. 그러다가 캐더린 쪽으로 바라보며 다시 큰 소리로 외친다. “어떻게 돼 가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잠시 침묵. 갑자기 캐더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리고는 “어떻게 할 거냐구요? 아저씨 면전에서 돌아설까요?” 라고 말하며 흐느낀다. 이 모습을 베아트리스는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캐더린 곁으로 가서 나지막이 말한다. “얘야, 넌 결혼하고 싶은 거니, 안하고 싶은 거니?” 캐더린은 베아트리스 쪽으로 돌아서서 그녀를 본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린다. “모르겠어요, 이모. 아저씨가 그렇게 심하게 반대를 하시니까 자신이 없어요.” 베아트리스는 캐더린의 말을 듣고 자리에 앉는다. “여기까지 준비했습니다.” 문숙은 교육자를 쳐다보며 말한다.

- 오케이, 수고했어요!
- 주희도 자리에 앉으며 교육자에게 집중한다.
- 총 몇 단락으로 나누었으며, 간단하게 전상황에 대해 말해 주세요! 교육자가 주희를 쳐다보며 말한다.
- 총 3단락으로 나누었고, 로돌포와 타임광장을 거닐며 놀다 들어오는 길에 집 앞에서 아저씨인 에디를 만났습니다. 아저씨는 로돌포가 시민권을 얻기 위해 저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화를 냈습니다. 저는 로돌포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며 집으로 뛰어 들어왔고요.

- 1단락에서 베아트리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교육자가 문숙을 쳐다보며 묻는다.
- 캐더린이 이태리에서 온 로돌포와 결혼을 하고 싶은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물론 로돌포가 불법체류자이기에 캐더린을 그와 결혼시키기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습니다만, 그건 저에게 있어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남편 에디와 캐더린의 관계가 단순한 조카와 이모부 이상 이라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숙은 좀 더 자세하게 그녀의 목표에 대해 설명한다.
- 그렇다면 캐더린은 베아트리스가 지금 말한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물론 이 후의 단락에서 그들 간의 관계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겠지만 말입니다. 교육자가 재빨리 주희를 쳐다본다.
- 전 로돌포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아저씨는 저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이렇게까지 아저씨와 저의 관계를 내모는 이모인 베아트리스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주희가 교육자에게 단호히 대답한다.
- 오케이! 이러한 사실들이 여러분의 전상황이자 여러분들의 목표와 충돌을 예견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보여준 캐더린과 베아트리스의 시연은 별 나무랄 데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을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교육자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 학생들은 교육자를 집중하며 쳐다보고 있다.

- 우선, 주희와 문숙의 행동플랜은 아주 잘 준비되어 있어서 오늘, 지금, 여기에서 생성되질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반응과 재반응이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러분들 간에 약속되어진 well-made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증거로, 베아트리스의 ‘어떻게 할 셈이냐?’ 라는 언어는 캐더린을 쳐다보니 나오는 ‘답답함’, ‘갑갑함’의 말행동이어야하며, 이러한 말이 캐더린으로 하여금 고개를 떨구게끔 만드는 힘으로 작용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중간쯤에도 다시 발생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주희와 문숙의 행동플랜에 다름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상대배우로부터 생성되지 못한 이러한 행동은 무대라는 허구에다 또 다른 거짓을 탄생시킨 셈이 되어 버렸습니다. 또 하나 얘기해야 할 것은, 결국 위의 말의 연장입니다만, 말의 깊이가 느껴지질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곧 생각의 말이 아니라, 단순히 말의 주고받기, 즉 대사의 암기로 귀결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절대적으로 이해하여 파트너의 말을 나의 귀를 통해 듣는다면, 행동의 언어로 작용하여 울림의 소리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대사의 외움은 목을 통해서만 소리가 생성되어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발성은 호흡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호흡은 생각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집니다. 발성의 기술적인 문제는 호흡의 운용을 통해 부단히 연습, 훈련되어야 하지만 결국 말의 생성은 파트너의 말과 행동에 의해 단추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상의 크기와 정도를 듣고 보고 해야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중간의 침묵은 여러분들 간의 어떤 분위기나 공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즉, 침묵은 말없는 행동으로 해결되고 있는 듯합니다. 오케이, 주희, 문숙?
- 네. 그녀들은 낮게 대답한다.
- 자, 다음 주에는 여러분들의 장면연극 첫 공개 발표를 할 것입니다. 장면연극 첫 공개 발표가 끝나면 두 번째 장면연극을 준비할 것이고, A.체홉을 포함하여 다른 희곡 장르를 선택해도 무방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공개 발표가 끝나면 다시 얘기하도록 합시다. 교육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학생들은 파트너별로 얘기를 나눈다.   

2013. 07. 15.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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