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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01 17:28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아흔 네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8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교육자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공책에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적혀 있다.

1. 체홉  <베로츠카> 1단락중 2/3단락 ..... 베르츠카(수정) / 오그네프          (기주)
2. 이강백  <북어대가리> 1단락 ..... 자앙(무신) / 다링(소희)
3. 밀러  <다리위에서 바라본 풍경> 1단락 ..... 캐더린(주희) / 베아트리스      (문숙)
4. 오닐  <느릅나무 밑의 욕망> 1단락 ..... 에비(정하) / 에번                        (승욱)
5. 입센  <인형의 집> 1단락 ..... 노라(현정) / 헬메르                                  (정태)

- 무대 정중앙 뒤쪽에는 낡은 벤치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고, 무대 하수(관객석에서 볼 때 무대 왼쪽 공간)에는 가림막으로 등,퇴장로를 만들어 놓았다. 붉은 색의 목도리를 두른 베르츠바 역할의 수정은 가림막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한다. “준비되면 시작하겠습니다” 수정은 막 뒤를 보면서 외친다.
- 네, 준비되면 시작하세요! 교육자가 화답한다.

- 수정은 옷매무새를 만지고 나서 목도리를 다시 매다가 막 뒤를 몇 번 고개를 쭉 빼고 쳐다본다. 그러다가 그녀는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의 달을 쳐다보며 빙그레 미소 짓는다. 낡은 외투차림에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오그네프가 등장하여 그녀를 쳐다본다. 그는 한 손에 커다란 책과 노트 다발을 들고 있으며, 다른 손에는 거칠거칠한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베르츠카를 기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윽고 그는 “베라 가브릴로브나!”라고 말한다. 베르츠카역의 수정은 그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오그네프역의 기주는 그녀에게 다가가 “찾고 또 찾았어요. 인사하려고요..... 안녕히 계세요, 난 떠나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벌써요? 아직 열한 시밖에 되지 않았는데요.”라고 말하자, 오그네프는 즉시 “아니에요, 가야 합니다! 5베르스타나 가야하고, 아직 짐도 더 챙겨야 됩니다. 더욱이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라고 말한다. 수정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서 있다. 그들 간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수정이 벤치에 앉자 기주는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달을 쳐다본다. 베르츠카역의 수정은 벤치에 앉아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갑자기 그는 베르츠카 쪽으로 다가온다. 벤치에 앉는다. 그리고는 “이제 진짜 가봐야 합니다. 모든 걸 감사드려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마다 당신에 관해 썼었죠.

모든 사람들이 당신 아버지와 같다면 이곳은 지상이 아니라 천국일 겁니다. 당신 집안 사람들은 모두 훌륭해요! 소박하고 인정 많고, 진실된 분들이죠.” 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여전히 묵묵히 듣고 있던 베르츠카는 천천히 입을 뗀다. “이제 어디로 가세요, 이반 알렉세이치?” 그는 즉시 답한다. “오룔에 계시는 어머니에게요. 2주 정도 어머니와 함께 있을 겁니다. 그 이후에는 피테르로 일하러 가야죠.” 그녀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다음에는요?”라고 묻는다. 그는 잠시 생각다가 “겨울엔 내내 일을 할테고, 봄에는 어딘가 지방으로 다시 자료를 수집하러 가겠죠.”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결심한 듯 그가 일어서며 여전히 앉아있는 베르츠카에게 “그럼 행복하세요. 더는 못 만나겠죠”라고 말하고 난 뒤, 몸을 숙여 그녀의 손에 키스한다. 그리고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책 꾸러미를 잡고 돌아선다. 저만치 가는 그의 뒤를 향해 베르츠카는 외친다. “이곳에, 잊으신 건 없으세요?” 그는 뒤돌아서며 “아마도, 없는 것 같은 데요.”라고 말하며 그의 책들을 살핀다. 그녀는 일어서서 다시 외친다. “앉아요.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할 때, 보통 모두가 앉잖아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던 오그네프는 천천히 그녀 쪽으로 다가와 책 꾸러미를 발밑에 내려놓고 벤치에 앉는다. 그의 손은 무릎에 포개져 있다. “여기까지 준비했습니다.” 기주는 그의 손을 자연스럽게 내려놓으며 교육자에게 말한다.

- 수고했어요! ..... 교육자는 간단하게 답하고 침묵한다.
- 학생들의 눈은 교육자를 향해 있고, 수정과 기주 또한 교육자의 멘트가 나오길 기다린다.
- 총 몇 단락으로 나누었나요?
- 총 5단락으로 나누었습니다. 저희들이 보여준 것은 1단락을 또다시 2단위로 나누었는데, 그 중에서 1단위만 준비했습니다. 기주가 답한다.
- 1단락에서 베르츠카의 전상황과 목표에 대해 간단히 말해 보세요. 교육자가 수정을 쳐다보며 질문한다.
- 오그네프의 떠남을 알고 늦은 밤 길목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이 저의 전상황이고, 그에게 이제 어디로 가는지 듣고 싶음과 그에게 저의 심정을 고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수정이 교육자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한다.
- 오그네프의 전상황과 목표는요? 교육자가 기주에게 묻는다.
- 내일 이 마을을 떠남에 대한 작별인사를 하려고 베프츠카를 찾아 돌아다녔던 것이 저의 전상황이고, 떠남에 대한 아쉬움과 고마움 등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주 또한 교육자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한다.

- 오케이! 오그네프와 베르츠카의 침묵은 그들의 목표가 다름을 암시하는 공기(atmopsphere)이며, 그것은 곧 어떤 더 큰 충돌을 예상케 해 주고 있습니다. 즉 오그네프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베르츠카의 침묵들은 자신의 목표를 아직 꺼집어 내지 않고 숨기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으며, 거기에 대한 또 다른 오그네프의 어색한 침묵은 자신의 목표를 손쉽게 달성하지 못했음을 입증하고 있는 침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들 간의 속행동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서 보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 다음 그들 행동이 무엇일지 주의를 가지기에 충분합니다. 한편 수정과 기주의 행동계획은 파트너에게 영향을 정확히 주어야 할 때 정확하게 분절을 하여 제대로 자극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즉, 오그네프의 책꾸러미를 챙기고 나가는 행동, 정확하게 베르츠카에게 돌아서서 그녀에게 가는 행동과 그 이후의 건네는 말, 그리고 베르츠카가 떠나는 오그네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을 던지는 행동 등입니다. 또한 그들의 언어도 상대방에게 명확히 영향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말이 행동화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의 말은 상대방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의 목을 통해 다시 파트너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트너 또한 상대배우의 말을 제대로 듣고 어떤 행동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 또한 상대배우의 말이 나로 하여금 겉행동이든 속행동이든 말행동이든 행동을 유발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모든 것이 계획이 되었든 그렇지 않든 지금 이곳에서 명확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교류가 일어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흥미로웠고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두 사람은 해결되는 부분까지, 그것이 5단락까지라면 몽땅 보여주세요.
- 학생들은 수정과 기주의 시연에 박수를 친다.
- 자, 다음 장면전환을 위해 10분간 휴식! 교육자가 나가며 말한다.     
 
2013. 07. 01.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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