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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18 17:13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장면연극 !!
아흔 두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6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다. 무대에는 다음과 같은 도구와 소품들이 세팅되어 있다. 가림막으로 외벽을 만들었고, 외벽을 따라 삼면을 종이박스로 쌓아 놓았다. 오른쪽과 왼쪽에 간이침대가 놓여 있고, 왼쪽 침대 앞에는 주방용 탁자가 있으며 그 위에는 식기세트와 주방용 물품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무대 정중앙에는 네모난 작은 탁자가 있고, 그 위로 백열등이 천정으로부터 내려와 있다. 탁자위에는 공책과 종이, 문구류 등이 제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다.
- 자앙과 기임의 창고인가요? 교육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말문을 연다.
- 네! 가림막 뒤에서 무신의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 보여주세요! 교육자가 막 뒤의 무신을 향해 소리친다.

- 잠시 후, 무신이 상의는 짧은 반팔 런닝과 하의는 군청색의 낡은 바지를 입고 등장한다. 그의 손에는 공책이 한 권 있고, 또 다른 손에는 몽땅 연필을 들고 공책에다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무대에 들어와서 자앙 역할의 무신은 주방용 탁자로 가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신다. 그리고 무대 중앙의 탁자에 앉아 공책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쓴다. 이내 그는 일어서서 상자의 개수와 상자에 적혀진 숫자를 공책과 대조하며 체크한다. 잠시 후 그는 중앙의 탁자에 공책을 조심스럽게 놓고 앉는다. 잠시 가만히 앉아 있던 그는 오른쪽 간이침대 밑에서 다리미를 꺼내고, 왼쪽 침대위에 늘려져 있는 옷가지들을 챙겨와 중앙의 탁자위에 갖다 놓는다. 옷가지 속에 있던 손수건을 찾아 조심스럽게 다린다. 잠시 일을 멈추고 그는 출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다리미를 탁자위에 세워 놓고 그는 출입구 쪽으로 천천히 간다. 한참을 밖을 쳐다보고서 그는 다시 천천히 다리미 쪽으로 다가온다. 가만히 서 있던 무신은 다리미를 들고 손수건을 다시 다리기 시작한다. “여기까지입니다.” 무신은 교육자를 쳐다보며 말한다.

- 오케이! 다링도 준비되었나요? 교육자가 막을 향해 소리치자, 막 뒤에서 소희가 “예!” 하고 화답한다.
- 1인 에튜드인가요? 교육자가 다시 막 뒤로 소리를 보낸다.
- 아뇨! 무신과 2인 에튜드를 준비했습니다. 소희가 막 뒤에서 다시 소리를 보낸다.
- 오케이, 준비되면 보여주세요!
- 무신은 다리미를 계속 다리고 있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리자 자앙인 무신이 뒤돌아본다. 다링인 소희가 등장한다. 그녀는 짧은 반바지 차림에 상의는 배꼽 근처에서 묶어 매었다. 머리는 한 갈래로 묶었고, 화장은 과할 정도로 진하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한다. 무신은 고개를 잽싸게 돌려 다리미질을 한다. 소희는 문가에서 그를 지켜보다가 왼쪽 간이침대 쪽으로 힙을 살랑살랑 흔들며 가서 다리를 꼬고 앉는다. 그녀는 빤히 그를 쳐다본다. 이윽고 무신 쪽으로 다가가 그의 뒤에 선다. 무신은 방향을 바꿔 다리미질을 계속한다. 다링인 소희는 자리를 바꿔 그의 뒤에 선다. 무신은 다리미질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 있다. 소희가 다리미를 빼앗고 손수건을 갠다. 무신은 뒤돌아서서 그의 간이침대 쪽으로 가려고 하자 소희가 빠르게 그의 앞에 선다. 무신이 옆으로 비켜서서 문 쪽으로 가려고 하자 소희가 다시 막아선다. 무신은 멍하게 서 있다. 소희가 그의 손을 잡고 오른쪽 간이침대 쪽으로 간다. 소희가 그를 침대에 앉힌다. 소희가 그의 옆에 앉으려하자 무신은 벌떡 일어선다. 잠시 동안 서 있던 무신은 빠른 걸음으로 문 밖으로 걸어 나간다. 소희는 자앙이 나간 문을 바라보다가 간이침대에 다리를 꼬고 드러눕는다. 그녀는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소희는 벌떡 일어나서 쑥스러운 듯 웃으며 “여기까지입니다!” 라고 말하며 막 뒤로 달려 나간다.
- 수고했어요! 앉아보세요. 교육자가 입을 뗀다.

- 학생들은 간이침대에 앉아있는 무신과 소희를 바라보며 교육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 전상황과 목표, 그리고 행동계획에 대해 말해보세요. 교육자는 무신과 무릎덮개를 덮고 있는 소희를 향해 묻는다.
- 텍스트를 참고로 만든 저희들의 전상황과 목표, 행동계획은 이렇습니다. 이미 몇 차례 창고를 방문한 다링과의 만남입니다. 저의 전상황은 방금 1인 에튜드에서 보여준 바와 같습니다. 그리고 목표는 기임의 옷과 손수건 등을 다리는 것이며, 다링의 접근에 대해 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행동계획은 노크소리, 뒤에 서 있는 다링, 그리고 나가는 길을 막음에 대한 또 다른 방법 모색 등이 저의 반응이자 목표입니다. 무신은 또박또박 질문에 답한다.

- 저희들이 준비한 에튜드는 텍스트에는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몇 차례 창고를 방문한 저는 오늘만큼은 자앙을 유혹하려고 작정하고 왔습니다. 그것이 저의 목표이었고, 그에 따른 화장, 준비 등이 저의 전상황이었습니다. 창고에 들어온 저는 자앙이 다림질을 하고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주의를 저한테 주지 않아 제가 직접 다가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다리미질을 멈추게 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이었고, 그의 피하는 행동은 저를 못나가게 막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유혹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그를 간이침대로 끌고 갔지만, 그는 황급히 일어서서 나가버렸습니다. 목표는 잠시 실패했지만 그의 행동과 표정을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소희 또한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한다.
- 인물의 형상을 위해 무엇을 하였나요? 교육자가 그들에게 재차 묻는다.

- 창고지기가 현재에는 없어진 직종이라 딱히 관찰할 대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꼼꼼하고 여성적인 저의 친구 중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다시 기억해서 일들을 해 보았습니다. 이불개기, 밥상 차리기, 청소하기 등을 실제로 자앙의 행동 템포와 리듬으로 해보고 나서 저와는 상당히 다른 행동의 리듬을 살짝 깨우친 듯합니다.
- 저는 주말에 서울 근교의 시골에 있는 다방을 방문했습니다. 거기에서 커피와 차를 배달하는 아가씨의 행동거지를 관찰하고 몸에 붙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옷, 신발, 걸음걸이, 말과 단어의 사용과 억양 등, 앉아 있는 자세, 특히 그녀의 눈 관찰은 저의 몸을 바꾸게는 데 일조를 한 것 같습니다.
- 오케이! 10분만 쉬었다 할까요? 교육자가 말하자마자 “녜!” 하고 학생들은 소리친다.     

2013. 06. 17.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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