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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11 17:34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장면연극 !!
아흔 한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5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책상위에 놓여 있는 공책에 다음과 같은 순서가 적혀 있다.

1. A.체홉  <베로츠카> ... 베르츠카(이수정)/오그네프(손기주)
2. A.밀러 <다리위에서 바라본 풍경> ... 캐더린(권주희)/베아트리스(윤문숙)
3. 이강백  <북어대가리> ... 자앙(감무신)/다링(이소희)
4. 입센  <인형의 집> ... 노라(김현정)/헬메르(박정태)
5. 오닐  <느릅나무 밑의 욕망> ... 에비(이정하)/에번(양승욱)

- 이번 단계, 즉 장면연극의 첫 번째로 우리는 체홉, 오닐, 이강백, 입센, 밀러의 희곡 작품들을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작품들은 작가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희곡들로 지금의 단계에 있어서 매우 유용한 재료들입니다. 장면의 시연으로 들어가기 앞서 여러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우선 작품의 장면은 희곡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장면을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장면을 위해서 작품 전체를 정독하여 상황과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하지만 결국 우리가 선택한 장면은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면, 즉 씬(scene)은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대해야하고 다루어야 합니다. 오케이?
- 오케이! 학생들은 큰 소리로 교육자의 말에 복창한다.

- 이제 여러분이 다음의 수업시간에 시연하기 위한 과제들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첫째, 작가에 대한 그리고 작가가 탄생시킨 인물의 이력서를 작성하길 바랍니다. 작가에 대한 조사는 시대와 관점에 대한 거시적인 작품의 이해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력서는 인물의 생년월일, 태어난 곳, 외모, 신체적 특징, 세계관, 여성/남성관, 가족관계, 취미, 성향, 미래관 등에 관한 것으로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에 해당합니다. 둘째, 장면을 몇 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각 단락마다 자신의 전상황, 목표, 행동계획 등에 대해 기록하길 바랍니다. 아울러 자신의 목표를 한 문장으로 기록해 보세요. 문장은 목표에 어울리는, 즉 ‘~하기를 원한다’, ‘~를 위하여 ~바란다’ 등으로 적으세요. 단락은 너무 세부적으로 나누지 말고 크게 3~5개 정도의 단락이면 족합니다. 나중에 각 단락을 많은 작은 단위로 나눌지라도, 단락은 크게 나누세요. 셋째, 인물의 형상을 위해 관찰을 시작하세요. 관찰한 사람, 동물 등의 신체기관을 각각 혹은 전체적으로 몸에 갖다 붙이는 작업을 시작하라는 말입니다. 넷째,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파트너와 연습을 함에 있어서 텍스트를 암기하는 방식은 지양하길 바랍니다. 파트너와 만나 연습을 굳이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 파트너와 각자의 인물에 대해, 인물의 목표에 대해, 인물의 가능성 있는 행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대사의 암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결국 단순한 외움이나 암기가 아닌 숙지를 통한 말할 법한 단어나 문장만 되면 오케이라는 뜻입니다. 하나의 방법으로 나의 대사를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대사를 보고 이해하여 나의 말의 형태와 방법을 찾아보세요. 예를 들면, 나의 대사를 종이나 손으로 가리고 상대방의 대사를 보고 나의 말을 찾다보면 결국 파트너의 말을 듣게 되는 형태가 되어 나의 말은 생각에 의한 말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다섯째, 위의 과제를 전제로 다음 시간에 첫 단락 전의 전상황을 가지고 1인 에튜드나 2인 에튜드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침묵 에튜드도 가능합니다. 단, 많은 말은 자제하고 행동에 초점을 맞춰 보여주길 바랍니다. 말이 필요하다면 하되, 상황의 설명이나 쓸데없는 말로 인해 수다나 말의 홍수가 되질 않았으면 합니다. 오케이? 교육자가 일사천리로 언급하자 학생들은 잠시 침묵한다. 오케이?
- 네! .....
- 과제에 대해 질문 있나요? 교육자가 재촉하듯 말한다.
- 선생님! 무신이 손을 들고 말한다. 파트너와 상의하여 단락으로 나눌 때 어떤 기준이 필요합니까?
- 좋은 질문입니다. 단락은 분위기, 인물의 등장 혹은 퇴장, 대화의 전환,  공간이나 시간의 전환 등을 파악하여 나눌 수 있습니다.

- 단락의 목표를 문장화함에 있어서 나와 파트너의 목표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태 또한 손을 번쩍 들고 질문한다.
- 당연합니다. 그래서 나의 목표와 상대방의 목표가 다르기에 충돌이 발생합니다.
- 왜 3~5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야 하나요? 주희가 대뜸 말한다.
- 그것은 절대적이진 않습니다만, 너무 세부적으로 단락을 잘게 쪼개지는 말라는 의미입니다. 6개나 7개가 되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단락을 너무 세부적으로 나누어 그 숫자가 많아지면 행동의 유기적이고 일관된 템포와 리듬에 방해가 됩니다. 차후에 언급하겠지만, 하나의 예를 들어 볼까요? ‘나는 집에 간다’ 라고 가정했을 때, 3층 집을 올라가기 위해 100개의 계단이 각각 행동의 단위가 된다면 아마 오늘 내로는 집에 들어가기가 힘들어 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버스정류장까지의 행동의 단위도 아마 수백 개, 수천 개로 나누어 질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집으로 가기 위한 단위를 몇 개로 축약해서 나눈다면, ‘나는 집에 간다’에 대한 행동을 유기적으로 해 낼 수 있게 됩니다. 나무보다는 숲을 우선시하여 단락을 나누라는 의미입니다.

- 파트너와 만나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선생님? 이번에는 문숙이 손을 들고 묻는다.
- 파트너와 만나 대사를 외우고 행동선을 긋고 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것은 방금도 말했지만, 즉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즉흥은 살아있음입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듣고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연습을 하지 말라는 것이 절대적이진 않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행동이 중요하기에 언급한 것입니다. 따라서 연습은 하되, 위와 같은 것을 준수하고 해낸다면 무방합니다. 여러분의 질문 때문에 오늘 연습시간은 늦어질 듯한데!

- 선생님! 공연 작품은 뭐죠?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말을 던진다.
- 자, 과제에 대해서 더 이상 질문은 없는 것으로 알고, 다음 시간까지 이해된 인물로서 에튜드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가을에 공연할 작품은 이태리의 희극작가 까를로 골도니의 <여관집 여주인>입니다. 우리의 다음 단계에서 거쳐야 할 코메디라는 장르입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2013. 06. 10.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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