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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03 12:54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장면연극 !!
아흔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4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정하와 승욱은 교육자자 앉아 있는 책상으로 다가와 앉는다.
- 무슨 희곡을 골라왔지? 교육자가 정하를 쳐다보며 묻는다.
- 저희들은 7~8개의 희곡을 읽어보고 이 두 권을 가져왔습니다. 승욱은 교육자를 쳐다보며 대답한다.
- 음..... 유진 오닐의 <느릅나무 밑의 욕망>과 고리끼의 <밑바닥에서>라! 교육자는 말을 흐리고 승욱을 바라본다.
- 첫 장면연극으로 저희들한테 맞지 않거나 어려운가요? 정하가 교육자를 향해 묻는다.
- 이 두 작품은 다 읽어 봤니? 교육자가 정하의 물음에 대한 답은 피한 채 질문한다.
- 네! 두 사람은 동시에 대답한다.

- 어떤 인물과 어느 장면을 할지는 결정했니? 교육자가 그들에게 재차 묻는다.
-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에비와 에번의 첫 만남 장면을 생각하고 있고, <밑바닥에서>는 바실리사의 뻬뻴 유혹 장면을 할까 합니다. 정하가 승욱을 쳐다보고 대답한다.
- 에비를 하든, 바실리사를 하든 정하의 역할은 에번과 뻬뻴을 유혹하는 장면이군. 그리고 에번을 하든 뻬뻴을 하든 승욱의 역할은 그 반대의 경우이고. 정하가 에비나 바실리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지? 교육자는 정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 사실, 이런저런 희곡을 읽다가 좀 더 강렬한 장면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 강렬한 장면이라는 건 무엇을 의미하지? 교육자가 정하의 말을 가로채며 재빨리 묻는다.
- .....그건 감정이나 행동에 있어서..... 정하가 말꼬리를 흐린다.
- 제가 생각하기엔,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옮겨내는데 있어서 좀 더 격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이번에는 승욱이 정하의 말을 가로채며 재빨리 답한다.

- 물론, 장면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갈등의 요소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겠지. 그래서 희곡의 도입부나 상황설명만을 위한 장면선택은 여러분에게 흥미롭지도 못할 거고, 그래서 이 단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할 만하지. 허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왜냐하면 상대배우와의 목표달성을 위한 게임이라면 갈등은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것의 크기와 정도에 따라 첨예하냐 그렇지 않느냐는 분별되겠지. 결국 눈에 보이는 갈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목표와 상대배우의 목표가 충돌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지. 또한 격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생각 또한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네. 격정적이란 말은 감정을 우선시한다는 의미인데, 누차 언급한 것처럼 감정보다는 행동을 찾아 실행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장면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나을 거야. 아울러 표현이라는 말 또한 드러냄을 강조하는 것인데, 이것보다는 숨김을 찾고 행동으로 실행하는 편이 훨씬 좋을 거야. 내가 감정보다는 행동을, 드러냄보다는 숨김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차차 이야기할 것이지만, 하나의 예만 들어보지. 에비든 바실리사든 에번이나 뻬뻬를 유혹해야 한다면, 눈꼬리를 올리거나,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거나,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거나, 말을 꼬거나 등을 통해 표현할 법하지.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감정을 드러내거나 표현하려는 전형적인 행동양식이라고 할 수 있지. 어쩌면 수백 년, 수천 년 전부터 해온 유혹이라는 무대적 행동의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거든. 자네들한텐 이러한 판에 박힌 행동이 재미있나? 이렇게 생각해 보지. ‘내가 이 사람을 왜 유혹해야 하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등을 말이야. 즉, 나의 상황과 목표와 행동을 순서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되어버리지. 차치하고, 정하가 에비와 바실리사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지? 교육자가 정하를 다시 쳐다보며 묻는다.

- 정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뗀다. 사실, 에튜드와 자율작업을 통해 에비와 바실리사 같은 상황과 역할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만치 않은 인물형상과 행동 찾기임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에비와 바실리사와 같은 인물이라면 어떤 여자배우라도 욕심이 날 법하고요.
- 오케이! 그 말은 동의하네. 승욱은 에번과 뻬뻴에 대해 흥미로운 점이 있었나? 교육자가 이번에는 승욱을 향해 말을 던진다.

- 저 또한 이런 여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합니다만, 공부라면 과감히 부딪쳐 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 오케이! 자네의 그 말 또한 동의하지. 분명 힘든 작업이겠지만 자네들의 의지와 도전을 높이 사지. 해 봅시다!
- 정하와 승욱은 서로 쳐다보며 결의를 다지는 듯한 눈길을 보낸다.     

2013. 06. 03.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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