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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30 14:57
[목/칼럼] 팝페라 그룹 트루바의 음악칼럼 - 구워진 백조의 노래 !!
쉬흔 여섯 번째 이야기 - 구워진 백조의 노래 !
........................................................................... 그룹 트루바 (팝페라, 뽕페라 3인조 성악 그룹)

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합창공연을 보았다. 프로그램은 현대 음악의 스타, 칼 오르프의 그 유명한 까르미나 부라나였다.

까르미나 부라나는 ‘보이렌 수도원의 노래’라는 뜻으로 11세기에서 13세게 중세시대의 유랑승과 음유시인들이 부른 노래를 담은 시가집이다. 이 시가집은 1803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발견되었는데 현대음악 작곡가인 칼 오르프가 이 중 25곡을 골라 곡을 붙였다 한다.
종교적이며 도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에 당시 중세 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 육체적 사랑과 세속적 쾌락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담고 있는 이 합창곡은 칼 오르프가 입힌 곡의 웅장함과는 대조적으로 가사는 익살스럽고 풍자적이며 세속적이다.

합창 외에 바리톤, 소프라노, 테너 솔로가 함께 있는 이 합창곡은 직접적인 가사들이 많아 많은 표현과 연기를 할 수 있는 곡들이 많다.
헌데 우리나라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하면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무표정한 오케스트라의 무표정한 합창.. 그리고 혼자 바쁜 지휘자..

음악이라는 것이 열심히 하면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고 측은하고 가엾어 보인다는 것을 이 곡을 지휘하는 지휘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제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헌데 재밌는 장면을 하나 보았다. 테너 솔로곡을 감상할 차례였는데 제목은 ‘구원진 백조의 노래’로 나는 아름다운 백조였으나 사람에게 잡혀 불에 그슬려 이제 무자비한 사람들에게 먹히게 되었다는 내용의 곡이다. 백조의 입장에서 자신이 불에 그슬려 허연 이빨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먹으려고 하는 그 순간, 그 공포를 칼 오르프가 음을 계속 상향진행하며 극도의 공포를 잘 표현한 곡으로 굉장히 음이 높은 곡이다.

까르미나 부라나는 합창위주의 곡으로 솔로곡이 많지 않다. 특히 테너 가수는 연주 시작 후 한참 의자에 앉아 있다가 곡의 하반부 쯤 드디어 노래를 할 기회를 갖는다. 앞의 바리톤 솔로곡이 아주 화려하고 멋있는 곡이어서 테너 가수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벼르고 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내 차례만 와봐.. 화려한 내 고음을 보여주겠어..’라고.. 드디어 차례가 오면 아주 거침없이 화려한 고음을 뽐낸다. 얼굴은 아주 여유롭다. 이런 고음 쯤 얼마든지 낼 수 있다는 듯..
여태 이 필자가 본 까르미나 부라나는 주로 이런 분위기였다... 곧 먹히게 될 백조의 공포는 없다. 그냥 최고의 테너, 최고의 고음뿐..

어제 본 공연의 테너는 젊은 신인이였다. 이제 그의 차례가 되었는데 액션부터 다르다. 먼저 연미복 끝자락을 손으로 움켜진다. 다 타 버린 백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 한 액션.. 얼굴엔 공포가 가득하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한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 눈 빛.. 소리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최고의 고음부분에서는 최고의 공포만 보일 뿐 소리는 오히려 움츠러든다. 벌벌 떨리기 까지 한다. 나는 몰입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그 소리가 뚫고 나오진 못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눈빛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그가 소리를 잘 내는 테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노래를 잘 하고 똑똑한 테너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그 테너에게 반했다.
이렇게 그 테너에게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옆의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들렸다. ‘에이.. 소리가 별로네.. 너무 약해..’
관객들은., 혹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테너는 기능적으로 약한 부분을 연기로 커버하는 것이다’라고.. 소리가 약해서 다른 것들을 사용하여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한다고..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테너가 예술의 전당 무대에 솔로로 서기까지 많은 인정을 받지 않고서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신인 테너가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는가!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그냥 기존에 해 왔던 데로 멋있게 고음을 뽑아 볼까? 아니지.. 그래도 곡의 의도가 있는데.. 난 공포에 떨고 있는 백조여야만 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는 공연인데.. 아니야.. 난 음악에 집중해야만 해..’ 이렇게 말이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음악’ 이었다. 그의 선택에 이 필자는 아주 감동받았다. 이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많은 관객들은 그에게 실망을 하고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필자가 보는 그 테너의 미래는 찬란하다. 많은 다양한 노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감동을 주는 그런 성악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공연에서 여전히 지휘자의 뒷모습은 어수선했으며 합창은 무슨 내용을 부르던 같은 표정으로 부르는 블랙코미디를 보여주었다. 계속 그렇게 똑같이 부를 거면 차라리 가사를 띄우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원래 이런 곡이겠거니 하고 볼 수 있게..

또 하나의 블랙코미디.. 이건 여담이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솔리스트부터 합창, 오케스트라 파트마다 일어나 박수를 다 받았다. 감동의 박수는 금방 끝이 난다. 그 다음 박수는 예의의 박수다. 지휘자와 솔리스트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니 어색하지 말라고 박수를 친다. 그 시기도 지나면 공연자들의 지인들이 치는 박수소리에 강요를 당해 박수를 친다. 안치면 이상할 것 같거든.. 참다못해 공연을 같이 보러갔던 지인 한 분이 나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힘들어 죽겠네..”
친절히 대답해 드렸다.
“우리가 계속 박수를 치니 저 분들도 예의상 다시 나와 인사를 하시는 거구요. 우리는 저 분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니 무안하지 말라고 계속 박수를 치는 거구요.. 서로 이렇게 예의 차리다가 밤새겠죠 뭐..”
음악을 위해 기꺼이 망가져 주신 테너를 위해 난 박수쳤다. 90분이 넘는 그 음악회에서 자신을 알리기보다는 칼 오르프와 그의 음악을 생각했던 그 모습을 많은 관객들이 인정해주길 바란다.

팝페라 그룹 트루바의 음악칼럼, 다음에도 계속...

2013. 05. 30.

팝페라 그룹 트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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