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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27 13:38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장면연극 !!
여든 아홉 번째 이야기 - 장면연극 3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10분의 휴식 후, 교육자가 들어와 책상에 앉으며 “다음 팀 오세요!” 라고 말하자 정태와 현정은 희곡 몇 권을 들고 교육자를 마주보고 앉는다.
- 현정과 정태가 선택한 희곡은 무엇이지? 교육자가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묻는다.
- 저희들은 A.체홉의 희곡들을 골라왔습니다. <바냐삼촌>에서 ‘아스트로프’와 ‘옐레나’ 역을 첫 번째로 선택했고, 두 번째는 <갈매기>에서 ‘트레플레프’와 ‘니나’, 그리고 세 번째는 ‘베르쉬닌’과 ‘마샤’ 역할을 택했습니다. 정태가 세 권의 체홉 희곡을 들추며 대답한다.
- 안톤 체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지? 교육자가 현정을 쳐다보며 재차 묻는다.
- 정태와 대충 10여 권의 희곡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둘 다 체홉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는데, 사실 막막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정확하게 정독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들의 상황과 말이 많은 부분에서 이해가 되질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물형상 또한 잘 그려지질 않구요. 그런데 그들의 삶과 관계에 뭔가 묘한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힘이 들겠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정태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현정은 교육자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듯한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대답한다.
- 처음의 장면연극으로 안톤 체홉의 작품, 특히 4대 장막극은 분명 녹녹치 않은 선택입니다. 자, 다들 들어보세요! 교육자가 학생들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한다. 학생들은 파트너와 얘기하던 것을 멈추고 교육자를 쳐다본다.

- 지금의 단계, 즉 여러분이 사실주의 희곡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안톤 체홉의 장막극은 분명 쉽지 않은 텍스트일 겁니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 때문입니다. 우선 그들의 제시된 상황과 관계가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것들이 내면의 깊은 곳으로 숨겨져 있어서 그들의 행동과 말을 피상적으로 본다면 이해되지 않는 어떤 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의 목표는 언어와 행동으로 표면화되지 않아서 마치 말 많은 부조리극을 보는 듯 합니다. 따라서 자칫 잘못하면 수다스런 장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체홉의 장막극에는 말줄임표와 ‘사이’, ‘포즈’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또한 행동으로 옮겨 내는데 있어서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말없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최종 목표인 인물을 나로서 이해하여 행동으로 옮겨내는 데 있어서 깊은 이해와 복잡한 경로를 필요로 하기에 체홉의 작품은 첫 장면연극으로는 어려운 재료입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부딪히고 해결해야 할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단지 지금의 우리의 첫 장면연극으로는 힘에 부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체홉의 장막극인 사실주의 희곡은 다음의 단계이자, 과제로 남겨 놓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해했나요?
- 여기저기서 학생들은 웅성거린다. “선생님, 저희도 체홉의 장막극을  가져왔는데, 어떡하죠?” 정하가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외친다.

- 다음에 해 보죠, 그때도 체홉의 작품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다면 말입니다. 교육자가 정하와 나란히 앉아 있는 승욱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 선생님, 저희는 체홉의 단편소설을 희곡화 한 작품을 들고 왔습니다. 괜찮나요? 기주와 수정 또한 손을 번쩍 들며 큰 소리로 외친다.
- 정태와 현정과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자네들이 가져 온 작품을 보고 논의하지! 교육자가 기주와 수정을 향해 소리친다.
- 그럼, 저희들이 어떤 작품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지 선생님께서 추천을 좀 해 주시죠? 정태가 교육자에게 바짝 다가가며 애원하듯 말한다.

- 파트너와 작품을 찾고, 고르고, 읽어 보는 것은 지극히 공부가 되는 것이지. 물론 내가 학생들의 과정을 지켜본 결과, 어떤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직접 추천할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른 경우지. 지금은 여러분들이 많은 희곡들을 읽어보고 자신과 어울리는, 해 보고 싶은,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서 나와 상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이해되니? 현정, 정태!
- 네! 현정과 정태는 잠시 생각하다가 교육자를 쳐다보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 자, 다음 시간까지 시간을 줄 테니, 사실주의 작품 중에서 자네들이 직접 텍스트를 골라 와서 나와 상의해 주길 바라네, 오케이!
- 알겠습니다, 선생님! 현정과 정태가 대답한다.
- 자, 다음 팀 오세요!       

2013. 05. 27.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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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13-05-29 20:15
답변  
좋은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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