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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07 09:48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여든 여섯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17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10분간의 휴식 후, 학생들은 극장의 여기저기에 앉아 있다. 교육자가 들어와서 책상에 앉아서 말문을 연다.
- 공개 발표의 처음인 무신의 <출근>은 비교적 무난했습니다. 무난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명확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선 전상황이 정확하게 보이질 않았다는 것입니다. 준호아버지인 무신은 분명 출근하기 위해 도시락과 기타 물건들을 조그만 군용가방에 챙겨 나왔을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군사령부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학용품이나 생필품을 팔러 나오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 <마당 깊은 집>에서 출근한 준호아버지는 분명 갈 데가 그리 마땅치 않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이 공원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등장하는 순간 무신은 이러한 전 상황을 자신의 몸에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밋밋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난 후, 준호아버지는 공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획한 대로 행동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을 겁니다. 둘째로, 무신의 사건은 아내의 편지입니다. 오늘 팔아야 할 물건들을 가방을 뒤져 다시 꼼꼼히 챙기고 난 뒤 발견한 아내의 편지는 무신에게 있어서 우연한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만일 아내의 편지가 예견된 사건이었다면 무신은 아마 또 다른 행동을 계획하거나 실행했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일련의 무신의 속행동과 겉 행동으로 보아 이것은 분명 우연한 사건이었습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우연한 사건에 대한 매우 정확한 무신의 속행동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아내의 편지라는 사건의 크기와 정도가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질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의 무신의 행동은 비교적 정확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두 번째 평양댁과 민이의 에튜드 <등록금 1>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주희와 기주의 믿음이 가는 탄탄한 인물형상과 말의 주고받기는 에튜드를 보는 내내 우리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평양댁인 주희의 사투리는 마치 평양사람의 어투를 듣는 듯했고, 민이의 어깨 처짐과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고무줄로 동여 맨 안경 속의 반짝이는 눈알과는 명확한 대조를 이루어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소유한 인물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의 교류는 이러한 형상을 근거로 정확하게 이루어져 지금 무대에 있음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의 <밥도둑> 또한 재미있는 에튜드였다고 생각합니다. 길남의 어제 밤 밥도둑질은 식모 안씨에게 있어서 무척 당황스러운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식모 안씨에게 이러한 길남의 밥 도둑질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이와 같은 길남의 행실이 그 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면 식모 안씨의 길남 어머니에게로의 방문은 달라져야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머니인 소희에게 있어서 식모 안씨의 방문과 말들은 우연한 사건이자 그 크기와 정도 또한 달리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식모 안씨인 수정 또한 길남 어머니인 소희가 있는 방문을 두드리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이것은 수정의 전상황이 정확하게 이해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래서 이후의 선뜻 말을 못 꺼내놓고 있다는 것은 식모 안씨의 사람됨을 아울러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식모 안씨인 수정이 어렵게 꺼내놓은 길남의 행실을 들은 소희의 말없음과 포즈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녀가 명확하게 사건으로 다루어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에튜드인 <집세>와 <보금당 골목에서>는 구체적인 목표하에 말로서 부딪히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물론 주인아저씨 역할인 정태, 준호아버지인 무신, 주인아주머니인 정하 그리고 경기댁 역인 현정의 인물형상 또한 나무랄 데 없어 보였습니다. 두 에튜드는 집세의 인상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사건이지만, 말로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고자하는 형태는 사뭇 달라서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남자들의 말 주고받기가 목표는 감추고 차분하게 말의 행동을 찾아내는 것이었다면, 여자들의 말 주고받기는 목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거의 고함에 의해 말의 행동을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말로 해보자면, 남자들의 말 에튜드가 파트너의 말을 평가하고 자신의 말의 행동이 이루어 졌다면, 여자들의 말 에튜드는 파트너의 말을 평가함과 동시에 자신의 말의 행동이 즉각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입니다. 여섯 번째의 에튜드인 승욱과 문숙의 <학원 앞에서>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물형상에 치우쳐 파트너의 말과 행동을 듣거나 보질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계적인 말의 생산과 반응이 무수히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환언하면, 자신들의 행동계획을 깔끔하게 무대에 옮겨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성준역과 미선역의 재미있을 법한 형상에 대해 관객들의 반응이 승욱과 문숙으로 하여금 서두르게 만들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수업시간 때의 시연에서 이 에튜드는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수업시간의 시연은 인물형상과 교류가 명확한 걸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무대에서 자신의 일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해 내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오늘 대단히 유명한 평론가가 극장에 온다하더라도, 오늘 연극학교 학생들이 극장에 온다 하더라도 우리의 무대행동은 다르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제시된 상황에 의해, 파트너에 의해 행동이 달라져야 합니다. 부디 명심하길 바랍니다. 일곱 번째의 <등록금 2> 에튜드는 감동적이었습니다. 경기댁 역할의 현정과 평양댁의 주희가 어머니역의 소희에게로의 방문과 등록금 건넴은 소희로 하여금 충분히 눈물이라는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전쟁통 속에서도 살아있는 인간애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에튜드였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경제적인 말을 찾아와 실행했더라면 훨씬 더한 감동을 우리들에게 선사했을 겁니다.

조금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중복적으로 선택되어 실행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옥에 티였지만, 작업을 할수록 이것은 스스로 터득되어 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끝으로, 그룹 에튜드인 <장마>는 텍스트에서 소재를 가져온 것이지만 무난히 자신들의 일과 파트너와의 반응, 리액션, 미장센 등이 잘 이루어진 한편의 장면이었습니다. 이것은 수업시간 때의 시연보다는 훨씬 긴밀도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성과 있는 무리 에튜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간략하게 <마당깊은 집>의 공개 발표에 대한 총평을 마칠까 합니다. 개평은 내 방에서 개인적으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의 과정을 마친 여러분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 학생들은 열렬히 박수를 치며 서로에게 수고했음을 전한다.
- 자, 오늘 저녁은 내가 쏘지!
- 학생들은 함성을 지르고 또 한번 열렬히 박수를 친다.             

2013. 05. 06.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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