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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29 18:22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여든 다섯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16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공개 발표가 끝나고 학생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남학생들은 무대를 정리하고 있고, 여학생들은 소품과 소도구들을 정리하고 있다. 얼추 극장의 무대정리가 끝나가자 소희가 큰 소리로 외친다. “선생님 모셔 오겠습니다!”
- 교육자가 극장으로 들어온다. 학생들은 무대 위에 놓여 있는 큐빅에 앉아 있다. 오늘 아침부터 공개 발표를 위해 준비하느라 다들 수고하셨어요. 교육자가 자리에 앉으며 학생들을 향해 말문을 연다.
-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은 교육자와 동료들을 쳐다보며 자신들의 발표를 자축하고 박수를 친다.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는 여러분들이 텍스트를 재료로 한 첫 번째 작업이었습니다. 텍스트는 상황, 인물 등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나 묘사를 좀 더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텍스트는 우리에게 작가의 생각, 세계관으로 좀 더 용이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지나친 생략이나 비유적, 상징적인 텍스트는 다음의 과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소설을 텍스트로 선택했습니다. <마당 깊은 집>은 우리의 현 단계에 적합한 텍스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방금 언급한 것에 해당하고, 또한 우리의 시대상이며, 우리의 인물이며, 우리의 정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마당 깊은 집>을 여러분들이 처음에 읽었을 때는 아마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말로만 들어왔던 6.25전쟁 직후의 시대상이며, 그것은 여러분들의 부모님, 조부모님의 시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우리의 작업이 공간과 시간, 인물, 자연을 이해하여 무대에서 행동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당연히 거쳐 가야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마당 깊은 집>을 통독, 정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 준호아버지, 정태 등의 인물들로 직접 대변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문제와 사건들이었습니다. 책을 통해 간간이 접하긴 했지만, 지금의 저로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든 시대적 산물이었습니다. 무신이 뒤쪽에 앉아 있다가 손을 들고 말한다.
- 저도 무신의 이야기와 비슷한데, 작품의 저변에는 분명 이 문제가 짙게 깔려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생활과 삶은 그 속에서도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마당깊은 집>의 정독은 저로 하여금 인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여러 각도의 관찰과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소희도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말한다.
- 저는 <마당깊은 집>을 읽으면서 우리말의 사투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듯합니다. 평양댁 역할을 한 주희가 이야기에 동참한다. <마당 깊은 집>은 평양, 경기, 경상도의 방언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평양사람과 대구사람을 직접 찾아가 녹취를 하면서 그 지방의 말을 공부했습니다. 우리 지방어가 참 예쁘고 정겹기는 이번 작업의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 텍스트인 소설 <마당 깊은 집>을 통한 에튜드 작업은 분명 쉽진 않지만 매우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그것은 이전의 자신으로서의 작업인 <행동을 위한 요소훈련>, <대상없는 행동>, <1인 에튜드>, <2인 에튜드>, 그리고 역할로서의 작업을 위한 몸 바꾸기인 <관찰 작업>과는 또 다른 흥미로움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텍스트의 등장입니다. 텍스트는 작가에 의해 제시된 무엇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작가에 의해 시간, 공간, 상황, 사건, 인물 등이 이미 주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들에 대한 나의 이해과정은 작가와 그에 의해 창조된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지나가야 합니다. 둘째, 텍스트외의 상황과 장면에 대한 상상력의 발동입니다. 이것은 텍스트를 근거로 있음직한 상황과 사건, 언어 등을 나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메워 넣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상력의 극대화작업은 차후의 이면장면이나 이면대사 즉, 서브텍스트를 창조하여 무대적 상황을 실재화 시켜 배우를 단단하게 무대에 있게끔 만들어 주는데 일조합니다. 셋째, 나로부터 출발한 텍스트의 이해와 인물의 행동 찾기를 통한 역할 작업으로의 무의식적인 이동입니다.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이후의 우리의 작업은 드디어 희곡이라는 텍스트를 재료로 역할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희곡이라는 텍스트만 다를 뿐 우리의 역할 작업은 이미 진행되었기에 역할에 대한 별 다른 고민 없이 무의식적으로 다음의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입니다. 이해했나요? 교육자는 학생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한다.
- 네!

- 자, 이제 오늘 공개 발표한 <마당 깊은 집>의 에튜드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 해 봅시다.
- 선생님, 10분만 쉬었다.....
- 오케이, 10분만 쉬었다 계속합시다! 교육자는 현정의 말을 끊는다.

2013. 04. 29.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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