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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15 13:58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여든 세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14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학교극장에는 아침부터 학생들로 북적댄다. 오늘은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공개 발표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교육자가 극장으로 들어온다.
- 지난 시간에 이미 언급한 것처럼, 오늘은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를 공개 발표 할 것입니다. 오늘 발표 또한 여느 때의 공개 발표와 다름없습니다. 교육자가 객석에 앉으며 학생들을 향해 말문을 연다. 오늘 여러분은 우리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처음으로 극장에 진입했습니다. 보는 바와 같이 극장에는 조명, 음향기기, 호리전트, 윙, 덧마루, 객석, 분장실 등 여러 시설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이곳에서 이것들과 만나게 될 겁니다. 그것은 공연의 형태로 불특정 다수인 관객들과 함께 말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의 공개 발표는 공연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분장실을 제외한 어떠한 기자재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전의 실기실에서 공개 발표할 때와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단,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라는 단계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는 미리 극장에서 공개 발표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물로서의 정확한 행동입니다. 그리고 상대배우와의 명확한 상호행동인 교류야말로 우리의 최고 목표입니다. 조명과 음악, 의상, 분장은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절대적인 무엇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단계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무대적 행동에 지나칠 정도로 친절만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그것들은 행동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도록 만듭니다. 그건 분명 무드나 감정, 분위기를 고취시켜 나로 하여금 무대에서 쓸데없는 무엇을 하도록 만듭니다. 차후에 우리는 그것들을 분명 이용할 것이지만, 지금은 행동만을 생각하고 실행하는데 모든 주의를 돌려야합니다. 이해했나요?

- 네! 학생들은 우렁차게 대답한다.
- 나는 지난 시간에 공개 발표 리스트를 소희에게 전달했습니다. 자신의 공개 발표 에튜드를 확인 했나요?
- 네! 학생들은 큰 소리로 대답한다.
- 여러분이 확인한 것처럼 오늘 공개 발표, 즉 마당깊은 집을 위한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공개 발표는 총 8개입니다. 자, 지금부터 점심식사 전까지 마당깊은 집의 공간을 만드세요. 지난 시간에 말했던 것처럼 극장무대에 가림막, 덧마루, 큐빅 등을 이용하여 마당깊은 집의 공간을 만들어 보세요. 공간이 완성되고 나면 소희는 나한테 보고하도록!
- 네!
- 교육자가 나가자, 학생들은 마당 깊은 집을 위한 공간의 배치와 설치에 대하여 자신들이 미리 준비한 밑그림을 펼쳐 놓고 이야기한다.

- 자, 일을 시작해 볼까? 무신은 동료에게 동의를 구한다.
- 그들은 공개 발표에 대한 몇 번의 경험덕택에 일사분란하게 일을 하기 시작한다. 우선 남학생들은 무대 뒤쪽에 가림막을 사용하여 외벽으로 만들고, 그 중간쯤에 철제 프레임을 세워 마당깊은 집의 솟을대문을 만든다. 그리고 몇 명의 남학생들은 무대 오른쪽에 큐빅을 놓고 그 위에 덧마루를 몇 장 깐다. 덧마루 위 중앙에는 조그마한 2단 짜리 계단을 놓아 마루로 올라가는 층계를 만든다. 여학생들은 층계 밑에 신발을 놓고 덧마루 위에 작은 테이블과 소파를 갖다 놓는다. 그리고 난 후, 남학생들이 무대 왼쪽에 가림막을 이용하여 서너 개의 방을 만들면 여학생들은 방마다 소품들로 방을 꾸민다. 방 앞에는 긴 벤치를 몇 개 놓고 그 밑에 역시 신발들을 갖다 놓는다. 무대 왼쪽의 방 끝과 외벽사이에 가림막을 이용하여 화장실을 만들고 그 위에 커다랗게 ‘WC'라는 영어가 쓰여 있는 누런 종이를 붙인다. 이제 학생들은 큐빅과 덧마루를 사용하여 무대 중앙에 넓고 큰 평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여학생들은 굵은 줄로 양 끝을 묶어 평상을 가로 질러 빨래줄을 만든다. 그들은 중간에 줄이 늘어지지 않도록 긴 나무로 받쳐 놓는다. 빨래줄에 옷가지와 몇 개의 수건, 천을 걸어 놓는다. 얼추 마당깊은 집의 공간이 완성되자, 여학생들이 마무리작업을 한다. 한편 몇 명의 남학생들은 준호아버지 역할인 무신의 에튜드를 위해 무대 오른쪽 앞에 작고 낡은 벤치를 갖다 놓고, 평양댁 역할인 주희와 민이역의 기주를 위해 무대 왼쪽 앞에 조그만 공간을 만들어 군용복과 잡다한 물건들을 쌓아 놓는다.
- 다 된 것 같은데! 승욱은 자신들이 건축해 놓은 마당깊은 집의 공간을 만족한 듯한 눈길로 보며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 자, 다들 점심식사하고, 나는 선생님께 보고하고 올게! 소희가 아래채 경기댁의 역할인 현정과 미선역인 문숙과 함께 방을 마무리작업하며 외친다.

2013. 04. 15.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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