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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25 10:25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여든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11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연기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다. 그의 책상위에 놓여 있는 노트에 다음과 같은 순서가 적혀 있다.

1. 출근    .....    주인아저씨(박정태) / 주인아주머니(이정하)
2. 충고    .....    어머니(이소희) / 성준(양승욱)
3. 늦은 밤에  .....    경기댁(김현정) / 미선(윤문숙)
4. 부탁    .....    평양댁(권주희) / 식모 안씨(이수정)
5. 책      .....    준호아버지(감무신) / 손기주(민이)

- 무대는 왼쪽을 등, 퇴장로로 만들고 나머지 세면은 가림막을 이용하여 방 벽으로 만들어져 있다. 무대 뒤쪽으로 옷장이 객석 쪽으로 향해 있고, 그 옆에는 협탁이 붙어 있다. 오른쪽 가림막에는 크지 않은 액자형의 네모난 거울이 걸려 있다. 무대 왼쪽에는 나뭇가지 모양을 한 옷걸이가 덩그러니 서 있다.
- 준비되면 시작하겠습니다. 가림막 뒤에서 정태의 소리가 들린다.
- 네. 교육자가 화답한다.

- 잠시 후, 정태가 팔자걸음으로 뒤뚱뒤뚱 들어온다. 그는 뱃살을 강조하려는 듯 배에 무언가를 잔뜩 집어넣었다. 머리카락은 포마드 기름칠을 하여 이대 팔 가리마를 하고 있으며, 제법 멋스러운 양복을 입고 있다. 그는 옷장 문을 열고 아래쪽의 긴 서랍을 열어 힘겹게 앉아서 무언가를 찾는다. 면양말을 꺼낸다. 한 손을 땅바닥에 집고 일어서서 무대 중앙에 다시 힘겹게 앉는다. “도대체 양말이 어데 있는지 넥타이가 어데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이가! 살림을 하기는 하는 기가!” 그는 궁시렁대며 양말을 힘들게 신는다. 다시 한 손으로 땅바닥을 집고 힘겹게 일어서서 옷장을 열고 넥타이를 꺼낸다. 검은 색과 빨간 색이 뒤섞인 넥타이를 목에 갖다 대보고 벽에 걸린 거울 쪽으로 다가간다. “아 교육은 지대로 하고 있능가 모르겠네.” 거울을 보고 넥타이를 매면서도 그는 중얼거린다. “사는기 사는기 아이다. 누구는 빼빠지게 일하면 뭐하노!” 그는 넥타이를 매고 이리저리 보며 여전히 궁시렁댄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중절모를 쓰고 다시 거울을 본다. 허리춤에 찬 시계를 꺼내보며 그는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서 두툼한 종이 서류를 꺼낸다. 종이 서류를 잠시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협탁 쪽으로 가서 서랍을 연다.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다. “성준이 엄마!” 그는 서랍장 안을 뒤적이며 소리친다. “성준이 엄마!” 서랍장을 밖으로 꺼내 뒤집어엎고는 큰 소리로 다시 부른다. 통이 넓은 바지차림에 팔소매를 걷어 부친 정하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온다. 그녀는 금테 안경을 코끝까지 걸치고 연방 눈가의 근육을 씰룩거린다. 정하는 가슴팍에 무언가를 집어넣어 풍만한 가슴을 매밀고 있다. “아이고야, 이거 무슨 일인교.” 그녀는 얼른 방바닥에 널려 있는 물건들을 챙겨 서랍장에 던지며 소리친다. “인주는 어디 갔노. 내가 지난번에 쓰고 여기 넣어 뒀는데, 도대체 집안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아이가!” “인주 찾심니꺼, 그라믄 찾으면 되지 와 물건을 다 뒤집어 놓심니꺼!” 그녀는 남편의 말을 되받아친다. “아니, 인주가 없으니까 그런거 아이가! 어디 있노, 있나 봐라!” 그녀는 서랍장을 뒤적거린다. 그녀가 계속 뒤적이며 찾자 그는 “없제? 봐라, 없다 아이가! 니 같으면 화닥질 안나겠나? 오늘 장사장하고 계약서 도장 찍어야 하는데!” 라고 소리친다. “가만있어 보이소. 찾고 안있슴니꺼! 마, 어제 저녁에 좀 챙겨놓지. 당신은 그게 문제라예. 맨날 꼭 일이 생기면 그때 할라고 하니.” “뭐라꼬!” 그는 인주를 찾고 있는 서랍장을 홱 닫아 버리며 그녀 앞에 앉는다. “니는 요새 뭐하고 사노? 집구석에 숟가락이 있는지 젓가락이 있는지 알기는 하나!”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나가려고 일어선다. “어디가노, 앉아봐라!” 그녀는 들은 척도 안하고 방문을 나선다. “어디가노, 앉아봐라 안하나!” 그는 소리를 꽥 지른다. 주인아주머니인 정하는 문가에 서서 돌아선다. “와 아침부터 소리는 지르능교! 인주 찾는다면서예, 인주 찾으러 감니더. 성준이 방에.” 그녀는 남편에게 또박또박 말하고는 문밖으로 나간다. “인주가 와 성준이 방에 있노! 인주가 발이 있나 다리가 있나!” 주인아저씨인 정태는 그녀가 나간 방문 쪽을 향해 고함친다. 그는 중절모를 벗고 씩씩거린다.  “집구석이 이래 가지고, 아이고!” 라고 말하며 방바닥에 중절모를 집어 던진다. 잠시 후에 그는 정태로서 “여기까지입니다.” 라고 말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 수고하셨어요. 정하도 들어오세요.

- 정하가 배시시 웃으며 들어와 바닥에 앉는다.
- 현재까지 인물의 형상은 제법 구축되어 진 듯합니다. 계속 인물의 형상에 대해서는 관찰한 인물의 신체부위를 몸에 붙여 나가야 할 겁니다. 각자의  전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교육자가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묻는다.
- 저는 아침 출근준비를 거의 마쳤습니다. 근데 양말과 제가 찾고자 하는 넥타이가 없어서 이리저리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서장과 계약 건에 대해 서류에 도장을 찍어 가야겠기에 인주를 찾고 있었습니다. 정태는 자신의 전상황에 대해 차근히 대답한다.
- 저 또한 아침출근 준비로 서두르다 화장실을 갔다 왔습니다. 오늘따라 화장실 줄이 유난히 길어 한참을 기다리다 용무를 마치고 서둘러 안방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고함소리를 들었습니다. 정하도 자신의 전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대답한다.

- 부부로서 둘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교육자가 그들에게 다시 묻는다.
- 일전에 승욱이 말한 것처럼, 전쟁통에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여 제법 살림살이가 펴졌고 그러가가 저의 보금당 장사가 시작된 이후로 자연히 아이들 교육과 집안 살림은 어머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와 남편은 얼굴보기도 힘들었고 겨우 아침출근 때 정도만 마주칠 뿐입니다. 그래서 어느새 남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정하가 정태와 승욱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 오케이, 둘의 에튜드 과정에 대해 우리들에게 말해 주세요. 교육자가 다시 그들에게 묻는다.

- 우선, 정하와 전 텍스트를 근거로 한 각자의 일상에 대해 말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습니다. 성준, 짱구, 똘똘이, 어머님, 식모 안씨 그리고 친척인 동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정보를 캐내어 저희들의 생활 속으로 끌어 들였습니다. 끝으로 아래채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이진 않지만 대충 이야기했습니다. 에튜드를 위한 소재감으로 많은 얘기를 하다가 비교적 사건의 충돌로 인한 서로의 목표로서 행동과 말을 넉넉히 찾을 수 있는 출근준비로 결정했고, 가능성 있는 행동의 계획들을 플랜화시켜 노트에 기록했습니다. 정태는 자신들의 에튜드 과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말한다.

-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교육자가 정하를 쳐다보며 질문한다.
- 2인 에튜드를 하고 난 뒤라 그리 힘든 부분은 없었지만, 텍스트가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부담이었습니다.
- 무슨 뜻이죠? 교육자가 정하의 말을 끊으며 묻는다.
- 음... 우선 텍스트의 내용이 60여 년 전의 상황이라서 관련 영화를 정하와 몇 편 봤습니다. 그리고 <2인 에튜드>에서는 아예 텍스트가 없었기에 저희들 임직한 이야기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면 되었는데,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는 텍스트를 정독하고 난 후 다시 저희들 이야기로 되돌아 와야 하기에 인물과 저희들이라는 간격에 대해 서로가 맞는지 아닌지를 계속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주와의 이야기가 때론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정하의 말을 가로채며 정태도 한마디 한다. 인물로서의 교류적인 측면에서도 2인 에튜드 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아내한테 어떤 상황에서 이런 행동과 말을 할 수 있을 까는 비교적 무난하게 정하와 합의되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을 까하는 문제는 다시 텍스트를 참고로 소설을 뒤적이고 상상력을 발휘해야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 그런 점에서는 오늘 보여준 시연은 비교적 무난하게 해결된 듯합니다. 아마 파트너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텍스트에 대한 관련 정보를 부지런히 찾아서 이해한 결과인 듯합니다. 한 가지만 더 물어 볼까요? 교육자가 다시 정태와 정하를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 대구지방의 말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해 주세요?

- 경상도 지방 출신의 친구에게 부탁하여 저희들이 계획하고 선택한 말을 녹음했습니다. 경상도라도 지역마다 말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액센트도 다르고 단어의 사용도 조금 달랐습니다. 지방 사투리를 말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정하 아버님께서 다행히 부산 분이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정태가 웃으며 말한다.
- 오케이! 10분 쉬었다가 두 번째 에튜드를 봅시다.
                             
2013. 03. 25.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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