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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25 09:56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일흔여섯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7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무대는 가림막을 외벽으로 이용하여 3면을 막고, 정면 뒤쪽은 철제 프레임을 사용하여 출입구을 만들어 놓았다. 무대 오른편에는 긴 탁자 위에 각종 손목시계, 금, 은 등의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왼편에는 등받이 의자들이 가림막에 딱 달라붙어 자리 잡고 있다. 무대 중앙에는 둥근 탁자와 의자 서너 개가 놓여 있고, 둥근 탁자 위에는 전단지와 재떨이, 신문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연기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 앉자, 가림막 뒤에서 준비하고 있던 정하가 소리친다. “준비되면 시작해도 될까요?”

- 네! 교육자가 화답한다.
- 잠시 후, 정하는 금테 안경을 걸치고,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 등을 차고 팔자걸음을 한 채 걸어 나온다. 입술은 아래쪽으로 처져있고, 눈은 게슴츠레 뜨고 있으며, 오른 손가락 두 개를 사용하여 금테 안경을 위로 올리는 동작을 반복하고, 가끔씩 눈가의 근육을 씰룩거린다.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려는 듯 가슴에는 무언가 잔뜩 집어넣었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울긋불긋한 한복을 입고서 그녀는 가게로 들어와 휙 한 번 훑어보고는 이내 둥근 탁자로 다가가 손가방을 올려놓고 앉는다. 가방을 열어 조그마한 수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고는 연필로 무언가를 쓴다. 수첩과 연필을 가방에 넣고 손가방을 긴 탁자 밑의 서랍장에 넣어 둔다. 사방을 둘러보고는 소매를 걷어 둥근 탁자위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빗자루를 들고 들어와 한복 치마단을 옆구리에 넣고서는 바닥을 쓸기 시작한다. 잠시 열심히 쓸다가 무언가를 바닥에서 발견하여 집어 든다. 유심히 읽어보다가 생각한다. 그리고는 소매를 내리고 서랍장으로 다가가 손가방을 꺼낸다. 벽면에 걸려 있는 거울로 다가가 옷매무새와 머리를 만지고 문을 닫고 서둘러 나간다.

- 몇 시쯤인가요? 교육자가 재빨리 묻는다.
- 아침 8시 반쯤 되었어요. 정하가 평상시 자신의 걸음으로 가림막 뒤쪽에서 나오며 대답한다.
- 금은방에 출근인가요?
- 네.
- 출근 이후의 금은방이라는 공간에서 그녀의 행동은 계획되어 실행되었나요?
- 네. 가게에 출근한 그녀가 무엇을 순서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여 행동의 플랜을 계획하였습니다.
- 바닥에서 주운 것은 무엇입니까? 교육자가 묻는다.
- 어제 장관동에 사는 김씨한테 판 혼수물에 대한 영수증인데, 그가 챙기지 않은 듯 하여 그에게 갖다 주기 위해 서둘러 가게를 나서는 겁니다.

- 오케이, 그녀의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교육자가 다시 정하에게 묻는다.
- 그녀는 보통 아침 6시경에 일어납니다. 남편은 이미 공장으로 출근하고 난 뒤입니다. 자신도 금은방으로 출근하기 위해 세면을 하고 머리를 만지고 한복을 갈아입어요. 고향이 경북 고령인 식모 안씨가 차려 준 아침을 먹고 난 뒤, 그녀는 노마님께 형식적인 문안인사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가게에서 손님을 받거나, 외출을 나가기도 하며, 점심식사는 장관동 시장통에서 시켜 먹거나 계꾼들과 함께 하기도 합니다. 저녁은 손님관리를 위해 술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더러는 장사를 위해 장관동의 살롱도 가끔씩 찾아 비즈니스를 하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한 그녀의 하루 일과는 대충 이렇습니다.

- 오케이, 그녀에게 있어서 최대의 관심사는 돈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아들과의 관계는 어떠합니까?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인 짱구와 똘똘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대학생인 성준과는 어때요? 교육자는 정하의 얘기를 듣고 나서 재차 묻는다.
- 집안 환경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자식관리는 뒷전인 듯합니다. 큰 아들인 성준은 외모관리와 여자문제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히 공부는 멀리 하게 되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또한 풍부한 경제력 때문에 소외된 듯합니다. 장남의 이러한 사고와 행동은 주인 아주머니에게 있어서는 늘 골치 아픈 문제일 수밖에 없는 듯하고, 성준 또한 이제 다 큰 대학생이기에 어머니와 사사건건 부딪치기 일쑤라고 생각됩니다. 정하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차후에 성준역인 승욱과의 2인 에튜드를 다각도로 해 볼 수 있을 듯한데? 교육자는 승욱과 정하를 번갈아 보고 말한다.

- 충분히 가능한 만남이 있을 수 있고, 둘 사이에 사건도 찾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뒤쪽에 앉아 있던 승욱이 큰 소리로 대답한다.
- 오케이. 다음 시간의 과제입니다. 각자 자신의 인물의 형상을 가진 채 오늘 정하가 보여줬던 것처럼 1인 에튜드를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 인물형상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찰작업을 통하여 몸을 바꿔 보세요. 전에도 말했지만, 몸의 바꿈은 인물의 정신세계로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사건은 무대 밖에서든 안에서든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을 겁니다. 전상황을 가지고 등장하고, 사건과 평가,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가지고 인물의 행동을 찾아 보여주길 바랍니다. 해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물의 형상을 통한 행동 찾기입니다. 행동은 계획이 필요하고 이것은 이후에 2인 에튜드를 통해 교류의 작업으로 이행될 것입니다.

- 말은 해도 됩니까, 선생님? 정태가 손을 들어 묻는다.
- 필요하다면 하세요. 단, 상황을 설명하거나 정확하게 목표를 가지지 못하는 말은 지양하시길. 인물의 말에 대해서도 여러분들이 시연한 에튜드를 통해 언급할 것이지만, 지금은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필요하다면 하세요. 그렇지만 방금 내가 한 말은 염두에 두도록.
- 네!           

2013. 02. 25.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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