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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18 11:46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일흔다섯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6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제가 현재까지 생각하고 이해한 주인 아주머니는 이렇습니다. 정하가 자신의 노트를 꺼내 보면서 입을 뗀다. 사실, 위채의 주인 아주머니에 대한 정보는 텍스트에서 거의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텍스트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그녀에 대한 인물상과 성격, 일, 세계관 등을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우선, 위채의 주인 아저씨보다는 서너 살 아래인 40대 중후반의 여성이고, 전쟁통에서 남편의 사업수완으로 집안 살림이 갑자기 부유해 진 듯합니다. 그러나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배운 게 없어서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자식들에게만은 공부에 매진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세 아들에게 아래채에 사는 평양댁 둘째아들인 민이로터 주 닷새 동안 가정교사로 공부를 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지만 살림은 거의 칠순의 시어머니 몫이고, 그녀는 대구시 번화가 극장입구에 귀금속과 시계 등을 파는 가게를 열어 돈 있는 부녀자를 상대로 계주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썩 좋질 않아 반찬, 집안 살림, 자식교육 등에서 늘 부딪치고 있습니다.
- 그녀의 외모에 대해 텍스트에 의한 것이든, 정하의 상상에 의한 것이든 이야기 해 주세요. 연기교육자가 정하의 말을 중지시키며 묻는다.

- 사실, 주인 아주머니의 외모에 대해서도 텍스트에서는 좀 인색합니다. 그렇지만 유추나 상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의 형상은 현재까지 이렇습니다. 얼굴은 둥그스럼하게 생겼고 살이 통통하게 붙어 있는 상인 것 같습니다. 후덕지근할 정도로 몸집도 꽤 있어 보이며, 키도 작지는 않는 듯합니다. 돈 있고, 바깥으로 활동하는 당시의 중년여성의 전형적인 형상이라고 생각되는데, 화장을 짙게 하고, 과할 정도로 색상이 화려한 한복을 걸쳐 입으며, 금목걸이에 금팔찌, 구슬백을 팔에 걸친 그녀의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녀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교육자가 다시 정하에게 묻는다.
- 당연히 물질, 돈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집안 살림을 직접 하고 있는 시어머니에게 돈만 생활비로 던져 놓고 다른 것은 일체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언제든지 돈이 필요하면 얘기하세요, 어머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공부에는 별 관심 없는 큰 아들 성준을 돈을 써서 전문학교에 보결로 입학시킨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고, 대구에서 돈 있는 부녀층을 상대로 계주노릇을 자처할 정도로 돈의 관리와 축적에 인간관계를 활용하는 것을 봐도 이것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철저히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오케이, 그녀의 인물형상을 위해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이나 동물은 확보했나요? 교육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 며칠 전부터 몇 군데 금은방을 돌아다녀 봤습니다. 그러다가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그녀와 유사한 형상이라고 생각되는 여성들을 관찰했습니다. 눈, 어깨, 상체, 하체, 걸음걸이, 행동거지, 말투 등을 관찰하여 몇 가지 생각하고 모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로근처의 금방에서 관찰한 중년여성은 좋은 재료가 될 듯합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세요, 어떤 여성인지 궁금한데. 교육자가 의자를 앞쪽으로 당기며 묻는다.

- 몇 군데 금방을 돌아다니다가 좀 쉬려고 어느 가게에 들어갔는데요, 좀 피둥피둥하게 살이 찐 아주머니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눈길이 자연히 그녀에게 머물렀고 저는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목은 뒤쪽으로 들어가 있었고, 금테 안경은 거의 코에 걸쳐 놓은 듯 했습니다. 걸음걸이는 팔자걸음이었는데, 앉아 있을 때는 예상치 못할 정도로 단정하게 두 손을 무릎 쪽에 모으고 허리를 쭉 편 채 앉아 있었습니다. 금방 주인 아저씨와 얘기 할 때 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가까이 접근했는데, 보기와 달리 고음의 목소리로 스타카토식의 발음과 발성으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까먹을 것 같아 몰래 동영상을 찍어 왔습니다. 동물원은 다음 주에 한 번 갈까 합니다.

- 다음 시간에 주인 아주머니의 1인 에튜드를 보여 주세요, 정하! 현재까지 이해하고 있는 인물형상을 가지고 그녀의 일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형상에 따른 행동을 구체적으로 계획하여 정확히 보여 달라는 뜻입니다. 특별히 사건은 없어도 관계없습니다. 오케이? 교육자가 정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2013. 02. 18.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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