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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12 13:17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일흔네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5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텍스트를 기초로 한 준호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오른팔을 잃어 고무팔 달린 쇠갈고리 두 개가 손가락 구실을 하고 있는 퇴역장교입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흔히 우리네 어머니들께서 그렇듯 전쟁 직후의 생활력 강한 아내와  5살 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나요? 교육자가 무신에게 재차 묻는다.
- 소설에서는 사람들을 쏘아보는 눈매를 가지고 있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험상궂거나 혐오스럽지는 않는 듯합니다. 말수가 적어 조용한 사람이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이 믿는 바가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런 단호함마저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텍스트의 <장마 에피소드>에서는 준호아버지의 강한 통솔력과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그의 하루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 ... 아, 그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푹 눌러 쓴 장교용 작업모에 군복차림을 하고 아침마다 어디론가 출근을 합니다. 물론 그의 아내가 2군 사령부 원호과에 출근한다고 말하지만 마당 깊은 집의 사람들은 아무도 이 말을 믿진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는 그의 도시락이 든 군용백에 연필이나 공책, 빗, 칫솔 등을 담아 다방이나 인근의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이 물건들을 팔러 다니고 있는 걸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또한 이러한 일이 탐탁지는 않지만 사정이 사정인지라 어쩔 수 없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만일 준호아버지가 경기댁의 딸인 미선과 만난다면 어떠한 일로 만날 수 있을까? 교육자가 무신과 미선역을 맡은 문숙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 ...
- 텍스트에서는 준호아버지와 미선의 만남이 특별히 있습니까? 교육자가 문숙에게 묻는다.
- 제 기억으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문숙이 잠시 생각하다가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 그럼, 미선과 준호아버지는 만날 가능성이 없나요? 만약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 가능할까요? 교육자가 다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 이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신은 입을 연다. 주근깨투성이인 준호엄마는 시장통에서 군복을 팔고 있는데, 시장통에는 가끔씩 단속반이 들이 닥칩니다. 만일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가 준호엄마가 다쳤다면 돈이 필요할 듯합니다. 준호아버지는 돈을 꾸기 위해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는 주인아주머니와 경기댁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주인아주머니와 경기댁은 아니고, 치과병원 기공사이이며 사람 좋은 경기댁의 아들 홍규를 찾아갈 수도 있을 법한데, 결국 성격이 활달하고 말이 통할 것 같은 경기댁의 딸 미선을 택할 것 같습니다.
- 충분히 가능성 있는 선택이며, 사건입니다. 해서 미선과 준호아버지의 만남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인물이 시각적으로 그려집니까? 준호아버지의 형상과 그에 따른 이미지로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이 있나요? 교육자가 다시 무신에게 말한다.

- 잠시 생각하다가 무신은 말한다. 우선 준호아버지의 형상은 방금 말한 것처럼 군모를 푹 눌러 쓰고 있으며, 사람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눈은 모자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지만, 날카로와 조금은 부담스런 눈매를 소유한 듯합니다. 퇴역장교복을 입었지만 어깨는 올라가 있고 목은 자연스럽게 어깨에 파묻혀 있는 듯하며, 오른팔이 의수를 착용한지라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울 듯합니다. 말수는 적지만 자신이 해야 할 말이 있으면 또박또박 말하는 편이며, 배운 사람답게 그의 언어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는 충분하고요. 그리고 아직까지 그의 형상을 위한 모델은 찾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굶주린 늑대가 문득 연상이 됩니다.

- 그 이유는 무엇이지? 교육자가 무신의 눈을 쳐다보며 묻는다.
- 숲이나 벌판을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는 조금은 굶주린 늑대는 왠지 겉으로는 외로워 보이지만 실상 강한 속을 가진 동물인 것 같습니다. 또한 그의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와 주위를 살피고 먹잇감을 찾으러 다니는 형상은 준호아버지를 연상시킵니다. 늑대의 어깨는 목에 걸려 있는 듯하고 잠시 서서 주위를 보는 눈매 또한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듯합니다.

- 오케이. 그의 인물 형상을 위해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나 동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차용해 보세요. 해서 인물창조를 위해 내적 성격과 외적 성격을 텍스트와 관찰을 통해 모색해 보도록 하세요. 주인아주머니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요, 정하? 우선은 작가가 묘사해 놓은 주인아주머니로부터 정보를 취한 다음 정하의 상상력을 발휘해 그녀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 주세요. 그녀의 삶의 이력서부터 펼쳐보세요.     

2013. 02. 11.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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