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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07 10:26
[목/칼럼] 팝페라 그룹 트루바의 음악칼럼 - 나는 주입식 예술교육의 피해자 !!
마흔두 번째 이야기 - 나는 주입식 예술교육의 피해자 !
 ........................................................................... 그룹 트루바 (팝페라, 뽕페라 3인조 성악 그룹)

혹시 ‘레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오랜만에 그 영화를 보게 되었다. 눈이 안 보이는 재즈 아티스트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인데 창문 밖 벌새의 날개 짓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타고난 청각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발판으로 흑인 장애인이 받아야만 했던 모든 편견을 물리치고 가수로서의 삶을 시작한 레이가 가스펠과 블루스를 접목시킨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여자와 약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점점 나약해지다 그의 연인이 약물중독으로 죽자, 이렇게 살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음악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재기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레이가 어렸을 적 피아노를 처음 접하게 되는 장면, 그의 스승은 레이에게 ‘두 음’만을 치게 하고 그 음에 갖가지 코드 반주로 둘이 신나는 연주를 하는 장면이 있다. 필자에게는 이 장면이 굉장히 신선했다. 필자는 그렇게 피아노를 신나게 배워 본 적이 없다. 아마 레이 찰스가 우리나라에서 음악교육을 받았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그의 음악을 못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피아노 학원에 처음 간 날. ‘바이엘 상’이라는 책을 받고 음계부터 배우고 1번을 치기 시작했다. 그 1번을 이틀에 걸쳐서 배웠는데 단 선율의 그 음악이 너무 지루해 이렇게 배우다 늙어 죽기 전에 피아노 한번 멋지게 치지도 못하고 죽겠다 싶었다. 누구하나 말 걸어주는 이도 없고 선생님이 “20번 쳐라.” 하면 20번 채우고 검사를 받았다. 지금 우리나라 피아노 학원 전부 이렇게 가르친다. 하긴 선생님 본인들도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까.. 그러다 체르니, 부르크뮐러, 바하 인벤션, 모차르트.. 이렇게 단계를 넘어가다 보면 손가락에 힘도 붙고 악보 보는 실력도 늘고 음악도 멋있어 지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악보가 없으면 피아노가 내 앞에 있어도 칠 수가 없다.’ 라는 것이다. 어쨌든 필자는 체르니 40까지 쳤다. 그런데 어느 날 바이엘 상까지만 쳤다던 학교 선배가 연습실 피아노 위에 앉아 악보도 없이 멋있게 가요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체르니 40인 나는 저렇게 못 치는데., 독학했다던 그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피아노 레슨비가 아까워 죽을 뻔했다.

이번엔 성악에 관해 이야기 해 보겠다. 성악은 한 선생님이 여러 명의 제자들을 가르친다. 그래서 예고나 대학에 들어가면 한 스승 밑에 제자들이 학년 별로 적게는 4명 많게는 8명까지도 본 것 같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제자들이 그 스승의 소리 색깔이나 버릇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만 딱 들어도 ‘너 누구누구의 제자구나?’라고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첫 번째, 선생님들이 레슨을 할 때 계속 소리를 내 주며 그대로 따라하라고 한다든가 발음 및 호흡 하나하나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자신이 가르친 것을 잘 소화 못하는 학생은 고집 센 학생으로 간주하여 다른 선생님께 보낸다던가 레슨을 잘 안 해주고,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잘 보여야 하는 스승이기에 자신의 의견 한번 제대로 이야기 못하고 스승의 연주회 때 마다 스승 땀 닦을 휴지통, 가방 까지 들고 다니며 브라보를 성대 튀어나오게 외치며 스승과 닮아지려 애쓰고, 스승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안하는데 있으며, 세 번째는 학생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게 다 말씀해 주셔서 학생들은 새가 먹이 받아먹듯 그것에 길들여져 생각하는 방법 자체를 잊고 사는데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예고와 음악대학의 커리큘럼이다. 예고에서는 주로 입시형 교육을 하는데 시창시간을 예로 들자면 입시에서 주로 다루는 콘코네나 코르위붕겐이란 시창 책을 아주 달달 외운다. 이 책이 어떤 훈련을 하는 책인지 노래를 하는데 있어 정확한 음정은 아주 중요하며 그 음정의 간격을 몸에 익히기 위해 이 책을 보고 훈련하는 것이 나의 어떤 나약한 점을 채워주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그냥 외우라니까 지겹게 외웠던 기억밖에 없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만약 내가 노래를 하는데 주로 장3도의 음정이 많이 흔들린다면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코르위붕겐의 몇 번을 어떤 식으로 훈련해보면 좋을 거야.. 라고 힌트를 주신 선생님들은 없었던 것 같다. 이 필자가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어떤 선생님이 이 책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다면 평생 간직하고 훈련할 이 책을 책거리 해버리진 않았을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음악사, 음악이론, 화성학, 음악분석 등의 커리큘럼이 있는데 이 수업들이 내가 노래 한곡을 부를 때 어떤 생각의 고리들로 엮어지는지는 전혀 모른 채 시험범위를 달달 외워 점수를 높이기 위해 벼락공부를 한 기억밖에 없다. 가르치시는 교수님들 또한 이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 언급하는 교수님들은 별로 없다. 이 배운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알려주시는 교수님 또한 별로 없었다. 계속 진도만 나가실 뿐.. 이 필자의 학교는 그랬다. 다른 학교 교수님들은 좀 다르시려나?

필자는 요즘 음악분석을 다시 배우고 있다. 노래를 노래답게 부르기 위해.. 음악사도 다시 보고 있다. 내가 부르는 이 노래가 어떤 시대에 무슨 생각으로 작곡되었으며 나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불러야 하는지를 알기위해.. 

요즘 일반 교육도 서술형이니 논술 형이니 해서 생각의 방법을 터득하여 창의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이 시기에 정작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예술가들을 키우는데 이렇게 주입식 교육이 몇 십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지금 우리 아들이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또 바이엘, 체르니 등을 하루에 20번씩 치고 있을 우리 아들에게 오늘은 한 번 물어봐야겠다. 피아노가 좋으냐고.,. 어떤 곡을 연주하고 싶으냐고.. 누구한테 들려주고 싶으냐고..
음반작업을 하며 처음에 가장 난감했던 것이 ‘무슨 곡을 불러야 하지?’ ‘난 무슨 음악이 하고 싶은 거지?’ ‘사람들에게 무슨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거지?’ 였다. 그러고 나서 고민했던 건 ‘음악은 어떻게 만들지?’였다. 그간 만들어진 음악만을 불렀고 정형화된 감정만을 노래했으며 시키는 음악만 하던 우리였기에 지금 우리 트루바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우리만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이 생소하기만 하다.
주입식 예술교육의 심각한 피해자 트루바의 안타까운 칼럼 다음에도 계속..


2013. 02. 07.

팝페라 그룹 트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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