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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04 10:00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일흔세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4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마당깊은 집』을 이제 정독해야 합니다. 연기교육자가 실습실에 들어와 학생들을 향해 말문을 연다. 그래서 인물형상화와 인물들 간의 관계, 사건 등을 통해 여러분들은 인물의 행동과 세계관, 삶의 목표 등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정은 자신의 경기댁에 대해 현재까지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 우선 경기댁은 쉰 초반의 여자로 당시로는 상당히 교육을 많이 받은 여성입니다. 그녀의 고향은 개성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생활력도 상당한 듯합니다. 자식들 또한 그녀로부터 영향을 다분히 받아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녀는 게을러져 집안 살림은 대부분 딸인 미선의 몫이고, 아들인 홍규의 월급으로 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그녀의 외모적 특징은 무엇이지? 교육자가 재차 현정에게 묻는다.
- 주인아저씨처럼 뚱뚱하거나 배가 나오진 않았고, 평양 댁의 큰 아들처럼 깡마르지도 않은 보통 체격이지만, 마당 깊은 집의 사람들 일에 일일이 간섭하거나 끼여 드는 것으로 봐서는 여간 수다스럽지 않은 여자인 듯합니다. 그런 여성들은 꽤 눈매가 날카로울 것 같고요. 또한 모든 일에 관심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항상 이집 저집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듯한데, 이러한 그녀의 모습은 뒷짐을 지고 팔자걸음을 걸으며 정보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형상을 연상시킵니다.

- 그녀의 인물형상화를 위해 차용할 수 있는 모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교육자가 현장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묻는다.
- ......
- 관찰 작업을 다시 떠올려 보세요. 경기 댁이라는 책 속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재생시키기 위해 자네한테 도움이 될 만한 주변의 인물이나 동물이 있을까?
- 생각해 보진 않았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 생각해 보세요. 교육자가 현정을 재촉한다.
- 음...... 아,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 어떤 아주머니였지? 특징을 말해보세요. 교육자가 다시 현정에게 묻는다.
- 등, 하교 길에서 항상 마주쳤는데요, 엄청 말이 빠른 아주머니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등,하교 시간에 뒷짐을 지고 어슬렁거리며 슈퍼 앞을 왔다 갔다 하며 학생들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학용품의 용도와 가격, 기능 등에 대해 항상 열을 내가며 설명을 하곤 했고, 때로는 학용품을 사지 않는 학생들에게 욕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주머니를 욕쟁이 아줌마라고 불렀습니다. 가만히 있을 때도 아주머니의 입술은 실룩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 만일 경기 댁의 인물형상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그녀의 신체기관들을 차용해 보세요. 그리고 경기 댁의 인물형상화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동물이 있다면 어떤 동물이 있을까?
- 암탉이요. 현정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 이유는?
- 우선, 암탉의 걸음걸이가 경기 댁과 매우 잘 어울릴 듯합니다.
- 다른 신체기관은?
- 암탉의 목과 눈매는 매사에 호기심 많으면서도 경계심 있는 경기댁의 목과 눈매를 닮은 듯해요.

- 오케이. 방금 현정과 나의 대화는 소설에 근거를 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뒤범벅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정독은 우리로 하여금 사실에 근거를 두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첫 번째 작업은 텍스트를 정독하여 사실에 근거한 작가의 생각을 정확히 입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난 다음, 우리는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텍스트의 이면과 속을 풍부하게 채워 나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일은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에서야 비로소 작가의 창작물은 배우의 창조물로 바뀝니다. 이것이야말로 배우의 창조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금도 언급했듯이, 우선 텍스트를 정독하여 인물의 일대기나 이력서를 써 보도록 하세요. 그것은 작가가 우리에게 제공한 인물의 역사를 철저히 파헤치는 작업이며, 이것은 곧 우리로 하여금 무대에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기본 법칙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토대로 우리는 이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이 텍스트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따라서 상상은 텍스트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그럴 때 상상은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이해되나요?
- 네! 학생들은 우렁차게 대답한다.
- 현재까지 준호아버지는 어떤 사람으로 이해되고 있나요, 무신? 교육자가 이번에는 무신을 향해 말한다.

2013. 02. 04.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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