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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두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3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마당 깊은 집』은 다 읽었나요? 교육자가 책상에 앉자마자 학생들에게 묻는다.
- 네!
- 텍스트를 읽고 난 후의 인상에 대해 이야기 해보세요.
- 작품의 공간인 대구의 약전골목과 장관동을 직접 가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겠지만 요. 정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 1950-60년대의 생활상이 한 눈에 읽혔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영화들도 찾아서 보았습니다. 무신도 거든다.
- 작품의 주 공간인 마당 깊은 집의 구조와 거기에 기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잘 묘사되어 있어서 그림을 그려가며 읽었습니다. 승욱은 자신의 노트를 펼쳐 보이며 말한다.
-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겨 놓은 듯 했습니다.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강직하고, 현명한 작가의 어머니이자 우리네 어머니인 듯해서 뭉클했습니다. 소희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 작가가 묘사해 놓은 인물들은 연령과 개성, 사고방식 그리고 행동들이 뚜렷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기주도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 장관동에 위치한 마당 깊은 집의 형태와 구조가 지난번 연신내에서 관찰한 한옥 집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까? 만일 지난번 연신내에서 관찰한 한옥집이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건드려 작품의 마당 깊은 집을 형상화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여러분들은 무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교육자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묻는다.
- 당시 장관동의 기와집은 일제시대를 거치며 변형된 디귿자형이 태반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채와 아래채로 구분된 마당이 있는 디귿자형의 널따란 한옥 집을 만들어야 할 듯 한데요. 정하가 텍스트를 바라보며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 텍스트 16쪽을 펴보세요. 마당 깊은 집의 형태와 구조 그리고 인물묘사의 부분이 거의 에피소드 두 번째 단락 전까지 묘사되어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정독을 해보고, 우리가 만약 무대에 마당 깊은 집을 약식으로 구조화해야 한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생각해보세요. 30분간의 시간을 줄 테니 마당 깊은 집의 구조에 대해 스케치를 해보세요. 휴식!
- 휴식이 끝나고 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 앉는다. 교육자 앞에는 큰 화이트보드가 놓여져 있고, 거기에는 마당 깊은 집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학생들이 그려놓은 마당깊은 집의 그림이다. 학생들은 교육자와 화이트보드 주위에 모여 앉아있다.
- 텍스트를 읽고 저희들이 생각해서 만든 마당 깊은 집의 도면입니다. 실제적으로 저희들에게 필요한 것만 논의해서 그려놓았습니다. 잠시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주희가 화이트보드 쪽으로 걸어 나가며 교육자에게 말한다.
- 교육자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 무대 뒤쪽에서 객석 쪽 을 향하여 철제 프레임으로 솟을대문이 있고요, 김천댁이 살고 있는 바깥채는 솟을대문의 왼편에 조그마하게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주 공간인 무대의 오른쪽으로 위채, 왼쪽으로 아래채를 그렸습니다. 우선 위채는 덧마루를 사용하여 큰 대청을 만들고 그 옆으로 가림막을 사용하여 방 네 개를 그려보았습니다. 무대 왼편의 아래채에는 크기가 똑같은 네 개의 방이 필요한데, 가림 막을 이용하여 만들고 방에는 각기 필요한 소품과 물건들로 채워놓으면 될 듯합니다. 무대 안쪽에서 시작되는 아래채의 첫째 방은 작품의 화자인 소년이 살고 있는 방인데, 그 옆으로 아침이면 진풍경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면 될 듯합니다. 아래채의 두 번째 방은 경기댁, 셋째 방은 퇴역장교 상이군인가족, 넷째 방은 평양댁이 기거하고 있습니다. 위채의 대청에는 서양식 응접의자와 큼지막한 당시의 전축이 있어야 할 듯 하고요, 위채와 아래채의 중간부분에는 수돗가를 만들어놔야 할 듯합니다. 아, 아래채의 네 방은 따로 부엌이 없어서 방 앞쪽으로 두꺼운 천을 덮어 만든 부엌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물론 부엌에 알맞은 소품들이 있어야 할 거고요. 여기까지가 저희들이 생각하고 논의하여 만든 마당 깊은 집의 구조입니다.
- 오케이, 마당 깊은 집의 주 공간을 잘 그려놓은 듯합니다. 일전에도 몇 번 언급한 것처럼, 무대적 공간은 우리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야 할 무대적 공간을 잘 생각해보세요. 이후의 우리의 초목표인 공연작업의 초반부 즈음에 무대 미술가를 초청해서 여러분들과 작품의 무대적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의할 시간이 있을 겁니다. 그때 무대미술가는 미학적, 실용적으로 무대공간을 창조할 것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대적 공간은 배우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우와 무대미술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물론 의상, 분장, 소품디자인 스탭들과의 만남 또한 있을 예정입니다. 자, 이제는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추출하여 여러분들에게 맡길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 자신의 등장인물들을 배정받고 나면, 다음 시간에 자신의 인물들에 대해 모든 것을 꼼꼼하게 생각해 오세요! 오케이?
- 네!!
- 경기댁 역은 현정, 미선 역은 문숙, 준호아버지 역은 무신, 평양댁 역은 주희, 민이 역은 기주, 어머니 역은 소희, 주인아저씨 역은 정태, 주인아주머니 역은 정, 성준 역은 승욱, 식모 안씨 역은 수정입니다.
- 학생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웅성거린다. 인물들에 대한 모든 것이라 함은 어떤 것들입니까? 기주가 손을 들어 묻는다.
- 인물들의 이력, 취미, 남녀관, 삶의 목표, 세계관, 관계성, 형상화 그리고 행동거지들을 통틀어 말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2013. 01. 28.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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