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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21 14:25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일흔한 번째 이야기 - 문학작품 인물 에튜드 2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아침 10시 경, 교육자와 학생들은 지하철 연신내역에서 만나 삼삼오오의 형태를 이루어 이동한다. 길을 따라 언덕을 지나자, 허름한 60-70년대의 한옥집들이 나타난다. 그중에서 제법 아담한 한옥 대문을 가로질러 교육자가 들어서서 소리를 치자, 미닫이문을 열고 한눈에 봐도 글 쓰는 사람인 듯 한 문인이 나타난다. 교육자와 문인은 반갑게 악수하고 인사를 나눈다. 교육자는 그에게 학생들을 소개한다. “이 분은 나의 중학교 동창이고,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국어선생님을 하다가 지금은 소설을 쓰느라 여념이 없지. 한마디로 말해, 백수지!”
- 학생들은 웃는다.
- 저는 선생님을 알아요! 선생님의 소설을 읽었어요! 현정은 큰 소리로 소리친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 자네 작품의 팬이구먼. 그리 이름 없는 백수는 아니네! 교육자가 너스레를 떤다.
- 영광인데, 내 작품을 읽은 독자와 함께 하다니! 오늘 자네들은 못난 선생님을 따라 한옥 집을 견학하러 왔다고? 소설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묻는다.

- 네!
- 그닥 볼 것은 없어요. 누추한 한옥 집이지만 맘껏 봐도 괜찮아요. 마루에 차를 준비해 놓을테니, 구경하다가 심심하면 차도 마시고!
- 네!
- 학생들은 몇몇 무리를 지어 흩어진다. 흙 마당에는 직사각형모양의 평상이 놓여있고, 그 위에 이미 배추가 시래기형태를 갖추고 말라가고 있다. 평상 옆에는 여자의 긴 머리를 닮은 펌프가 보인다. 학생들은 신기한 듯 펌프질을 해댄다. 펌프의 둥근 주둥이를 통해 물이 제법 콸콸 쏟아진다. 평상 위를 가로 질러 긴 막대기에 굵은 줄을 이어 만든 빨래 걸이에는 바지, 수건, 보자기들이 맑은 햇살에 시래기들과 함께 말라가고 있다. 몇몇 학생들은 마당을 가로 질러 본채로부터 떨어져 있는 사랑채에 모여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 다른 학생 그룹은 본채에 붙어 있는 다른 방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마당의 한쪽 구석에 붙어 있으며 대문과 가까운 곳에 수세식 화장실이 마치 이 한옥 집과는 어울리기 싫다는 듯 서 있다. 한 눈에 봐도 리모델링을 한 화장실임을 알 수 있다. 본채 뒤쪽으로 난 쪽 길을 따라 몇몇의 학생들이 이동한다. 가시나무와 탱자나무로 뒤덤벅된 본채 뒷길에는 나무더미와 각종 연장들로 빽빽하다.

- 차 한 잔들 하지! 본채 마루에 앉아 교육자와 차를 마시고 있던 문인이 학생들을 향해 소리친다. 학생들은 마루로 모여든다.
- 자네들이 살고 있는 집하고는 많이 다르지.
- 네! 말로만 듣던 마당의 펌프는 처음 보는데요. 소희가 말한다.
- 평상 위의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시래기와 빨래들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지는데요. 정태도 한마디 한다.
- 방이 쾌 많은 것 같은데, 누가 살고 있나요? 수정이 문인에게 묻는다.
- 사랑채까지 포함하면 5갠데, 특별히 누가 기거하는 건 아니고,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오면 며칠씩 머물렀다 가지. 물론 먹을 건 자기들이 가져오고.
- 여기에서 몇 년을 사신 거죠? 승욱이 묻는다.
- 음, 약 30년쯤 되지, 아마.

- 본채 부엌은 옛날식의 아궁이인 것 같은데요, 불편하시진 않나요? 기주도 묻는다.
- 처음엔 상당히 불편했는데, 이젠 익숙해져서 오히려 편하지. 가끔씩 산에 가서 나무도 해오고 그걸로 군불을 때고 밥을 솥에다 해먹지. 전기밥솥 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지. 오늘 점심은 가마솥에다 수제비를 해 먹을까 하는데?
- 네!!! 학생들은 마루가 떠날 갈 듯 소리친다.
- 그러면 준비를 좀 해야 해. 남자들은 뒤쪽에 있는 나무들로 군불을 때고 여자들은 밀가루로 수제비를 만들어야 해. 할 수 있겠어?
- 네!!!
- 그럼, 시작해 볼까!

- 남학생들은 본채 뒤쪽에서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군불을 때고, 여학생들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어 수제비를 만든다. 얼추 수제비가 완성되자, 문인은 평상에다 큼직한 밥상을 차린다. 따뜻한 햇살과 수다가 잘 어울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점심식사 장면을 연출해 내고 있다. 마치 옛날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하다.

2013. 01. 21.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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