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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10 18:22
[월/컬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허구(fiction)와 실재(reality) !!
네번째 이야기 - 허구(fiction)와 실재(reality) 

........................................................................박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허구는 거짓이며 가짜이다. 그것은 ‘있는 척(pretending)’함이다.
반면 실재는 참이며 진짜이다. 그것은 ‘있음(being)’이다.

체홉의 <갈매기> 1막에서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호수는 사실인 것처럼 만들 수는 있지만, 결국은 가짜이다. 몰리에르의 따르띠프가 입고 있는 의상은 철저히 고증되었겠지만, 중세의 의상이 아님은 자명하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이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궁전은 화려하게 건축되었겠지만, 사실은 허상이다. 무대 위의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푸른색의 조명이 밤을 나타내고, 몇 년의 시간은 예사로 훌쩍 뛰어넘어 버린다. 한편 배우 자신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수 있는가? 단연코 그럴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무대 위의 모든 것 "시간, 공간, 무대장치, 의상, 소품 그리고 등장인물" 은 허구이다. 이러한 가짜 덩어리 속에 내던져져 있는 배우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것이 문제이며, 딜레마이다.

두 가지 해결책이 있을 법하다. 첫째는, 거짓을 대놓고 인정하고 보는 사람(관객)과 그렇게 소통하는 것이다. 둘째는, 하는 사람(배우)과 보는 사람(관객)이 허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만, 하는 사람이 진짜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첫째든 둘째든 분명한 사실은, 배우가 허구의 세계를 마냥 가짜인 양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속에서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이고자 하는 배우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진실이고자 하는 어떤 기술이 필요하다. 즉, 가상의 시간과 공간에서 진실로 다가가는 배우의 기술이 적절할 때, 허구라는 무대에서 배우는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허구 속에서 진실을 꽃피우는 실재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허구의 무대라는 공간에서 "있음(존재)"은 어떻게 가능한가? 배우가 의지해야 할 것은 결국 무대장치도, 의상도, 소품도, 조명도 아닌 자신의 몸이다. 따라서 오감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에 해당하는 신체 기관의 제대로 된 활용이야말로 허구의 무대에서 "있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공원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저쪽을 보니, 친구가 온다.
나는 뛰어간다.

일차적으로 "보다"는 눈이라는 신체기관의 활용이다. 우리들의 눈은 무엇을 본다. '무엇을'은 대상이다. 그래서 눈은 대상을 보는 것이다. 그 대상은 나로 하여금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생각한다는 것은 대상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저쪽에 있는 사람을 보고 친구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생각의 시간 말이다. 따라서 허구의 무대에서 무엇을 본다는 것은 대상을 보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 평가하고, 그리고 난 후, 우리는 무대에서 무엇을 "한다". 그것이 곧 "뛰어가다"라는 행동인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논리적인 순서 "대상-평가-행동"를 거쳤을 때, 우리는 무대에서 "존재한다,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무대의 허구를 실재로 만드는 방법이야 말로 배우의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예술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2011. 10. 10.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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