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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27 12:37
[목/칼럼] 팝페라 그룹 트루바의 음악칼럼 - 오페라.. 정말 보기 싫어 !!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 오페라.. 정말 보기 싫어 !
 ........................................................................... 그룹 트루바 (팝페라, 뽕페라 3인조 성악 그룹)

오페라를 또 보러갔다. 직업이 성악가이다 보니 지인들의 초대권이 많이 오기에 어쩔 수 없이 보러간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많이 껴입고 공연 시간 30분전에 공연장 로비에 도착하여 커피한잔을 하면서 사람 구경을 한다.

오페라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의상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듯하다. 카페 구석에 중년의 남녀 한 7명 정도가 잡지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앉아 있다. 하긴.. 인터넷에 오페라에 관한 검색어를 치면 ‘오페라 볼 때 입는 의상’, ‘오페라 관람 의상’ 등이 뜨기도 하더군.. 어쨌든 격식을 차리고 싶은 사람들이 오페라 핑계대로 옷도 사고 멋도 내고 하는 일에 필자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보기에는 좋으니까.. 하지만 옷 없는 사람은 오페라 보고 싶어도 못 볼까봐 그게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무슨 옷을 입고 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냥 한 사람 한 사람이 마냥 고마울 뿐..

어쨌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듣기에는 관객들을 배려해서 오페라를 우리말로 한다고 들었는데 무대 양쪽 옆으로 자막이 올라가고 있다. 흠..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배우들은 전부 우리나라 사람들이니 우리말에 자신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이렇게 자막을 띄울 거면 그냥 원어로 불러 음악이나 훼손시키지 말지.. 뭐 하는 짓인지..

보기 전부터 기분이 안 좋아졌다. 오페라는 시작됐고 나는 앉아있으니 이 시간을 아깝지 않게 보내려면 ‘마음부터 고쳐먹고 즐겨야지..’라는 생각으로 오페라를 보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짜증이 확 몰려왔다. 배우들이 마이크를 쓰지 않고 있다. 1400석 가까운 대 극장에 사람들이 꽉 차 있는데 배우들 소리가 내 귀에 모기소리보다 작다! 합창은 뭐라고 그러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아~ 이래서 자막을 썼구나.. 이걸 고마워해야 하나?! 이 오페라 연출가도 성악가들이 마이크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1400명이 숨죽이며 음악을 듣고 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자막을 열심히 보며 본인도 모르게 눈과 어깨는 스트레스로 잔뜩 뭉쳐간다.
내 옆에 멋있게 차려 입은 중년의 남성도 오페라 배우의 지인인가 보다. 들리지도 않는 대사를 열심히 들어가며 ‘안다 웃음, 안다 박수’를 열심히 해 내고 있다. 이쯤에서 나는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인터미션 시간에 꼭 나가리라 다짐했다. 

어쨌든 자막 덕분에 오페라의 내용은 정말 자세히 알고 보게 되었다. 이 오페라는 코믹 오페라였고 제목은 이야기 안하겠다. 혹시 관계자가 볼까봐.. 그런데 이 오페라는 전혀 코믹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극의 너무 정직한 해석 때문이었다. 정말 그 오페라가 작곡된 그 시대의 유머코드 그대로 들고 나왔다. 2012년에 사는 이 필자로서는 웃으라고 만든 그 상황에서 웃을 수 없었다. 요즘 아이들이 70대 노인의 유머를 식상해하며 들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나 또한 이 오페라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내 옆의 그 사람은 유머코드가 맞는 것 같았다. 옷차림이 그 시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은 정격음악이라는 것이 있어 작곡가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는 음악가들을 정격음악가라고도 하지만 대중을 위해 작곡된 오페라, 그 중 특히 코믹 오페라는 이 시대 대중들과 소통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만약 그 극을 쓴 작가가 이 부분에서 웃겨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극을 썼다면 그 의도를 시대에 맞게 살려주는 것이 오히려 정격 오페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웃지 않는 나를 보고 배우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어 많은 고민을 했다. ‘조는 척 할까? 화장실 급한 척 나갈까?’   

이제 주인공 테너 배우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가 끝났다.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그런데 객석 뒤 쪽의 한 무리들이 앙코르를 외쳐댄다. 내 옆의 사람도 앙코르를 성대 튀어나오게 외쳐대고 있다. 오페라를 처음 보러 오는 사람들은 ‘원래 아리아가 끝나면 앙코르를 외치는 것이 예의구나’라고 학습하게 된다. 물론 오페라 아리아에 감동을 받으면 앙코르를 외칠 수도 있다. 정말 감동을 줬으면 관객의 절반 이상이 앙코르를 외치면 정말 마지못해 배우가 한 번 더 그 아리아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배우들의 지인이 예의상 외치는 앙코르에 기분 나쁠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쨌든 나는 앙코르를 강요당했고 할 수 없이 그 아리아를 한 번 더 들어야 했다. 그 배우가 노래를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잘 들리지 않아 감동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리아는 잘 소화한 것 같았다. 문제는 관객들 중에서 극을 집중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자면 오페라도 연극과 같은 ‘극’이기에 이야기가 있고 흐름이 있다. 헌데 곡마다 박수를 치거나 아리아가 좋다고 앙코르를 하게 되면 그 극의 스토리의 흐름, 감정의 흐름 등이 끊어지고 보고 있는 나는 그 극에서 빠져나와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또 집중하는데 한참 걸리겠지..

오페라 작곡가 중에서도 이 문제를 병적으로 싫어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역사상 가장 긴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를 작곡한 바그너이다. 그는 독창, 중창, 합창을 비롯해 극, 무용, 오케스트라 등 많은 장르를 다루는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대중들의 선호도에 따라 독창 아리아 위주로 변해가는 오페라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며 또 가수들이 부각되어 아리아가 끝나면 박수소리와 앙코르 소리가 극의 흐름을 끊고 가수들이 뻔뻔하게 앙코르를 받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바그너는 중간에 관객의 박수가 곡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선율들을 이어 붙였으며 이런 선율을 ‘무한선율(Unendlich melodie)'라고 불렀다. 쉽게 말하자면 각각의 아리아는 종지부분이 있어서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대충 여기서 끝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박수 칠 준비를 하는 부분이 꼭 나오기 마련인데 바그너의 아리아는 그 종지가 없이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와의 경계가 모호하게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단점이 지루하다는 것이지만..

어쨌든 이런 작곡가도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아리아가 끝나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앵콜을 강요하거나 의무적으로 외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비극 오페라에서는 제발 감정이 흐르게 나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할 수 없이 오페라를 끝까지 다 보았다. 이제 수고한 배우들이 한명 씩 나와 인사를 하는데 뮤지컬의 커튼콜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필자를 답답하게 했다. 어떤 BGM도 없이 적막한 상태에서 배우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관객들만 가지고 있나보다. 그 적막함을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관객들은 손끝에 있는 힘을 다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러댄다. 내 옆에 사람은 소리 지르다 목이 아팠는지 기침을 해 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한참 웃었다. 오늘 내가 코믹 오페라를 보긴 봤나보다..

오페라.. 적은 예산에 만드는 사람들도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가수들도 초대되어 할 수 없이 보는 사람들도 전부 수고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필자는 한동안 오페라 보고 싶지 않다!
연말 많은 공연초대에 지쳐 칼럼 쓰는 것도 힘든 트루바의 심술칼럼 다음에도 계속..


2012. 12. 27.

팝페라 그룹 트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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