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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17 11:31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예순여섯 번째 이야기 - 관찰 작업 16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10분 간 휴식 후, 교육자와 학생들이 실기실에 들어온다. 무대는 가림 막 앞에 긴 큐빅이 놓여 있고, 그 위에 빨간 색 모자와 검은 색 타이즈를 입은  정태가 두 팔은 뒤로 한 채 눈을 감고 쪼그리고 앉아 있다. 시작하겠습니다! 정태가 소리친다.

- 네! 교육자는 화답한다.
- 한동안 눈을 감고 있던 정태가 눈살을 찌푸린다. 이내 그는 몸을 부르르 떨고 오른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며 입술을 모은 채 뜨거운 입김을 불어댄다.  그리고 그는 다시 몸을 떨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며 다시 눈살을 찌푸린다. 숨을 크게 내쉬고 정자세를 취한다. 천천히 오른쪽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뜨거운 입김을 분다. 이내 그는 조금씩 빠르게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더욱 거센 입김을 불어댄다. 그의 얼굴은 금새 벌겋게 달아오른다. 이제 그는 더욱 빠르게 양쪽으로 움직이며 최강의 뜨거운 입김을 불어댄다. 그의 얼굴은 터질듯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갑자기 움직임과 입김을 멈추고 정지한다. “어아!”. 그는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선다. 씩씩거리며 왼쪽을 보며 욕지거리를 해댄다. 갑자기 그는 다시 이전의 자세를 취하며 앉는다. 전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입술을 모은 채 뜨거운 입김을 분다. 그의 얼굴이 점점 벌겋게 달아오른다.

- 여기까지 볼께요. 교육자가 정태의 시연을 끊으며 말한다. 온풍기를 관찰의 대상으로 삼은 계기가 무엇인가요?
- 옷가게에서 관찰한 온풍기입니다. 여자점원이 온풍기를 켰을 때 선풍기형태의 온풍기가 약, 강으로 더운 바람을 내뿜는 것을 보고 만일 내가 온풍기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럼, 온풍기와 관계하는 대상은 여자점원이었습니까? 교육자가 재차 묻는다.
- 처음에 여자점원이 온풍기를 약하게 켰는데, 잠시 후에 다른 여자점원이 가게가 추웠는지 강풍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두 명의 여자점원이 온풍기인 나의 대상이었습니다. 정태는 또박또박 대답한다.

- 온풍기의 형상화과정과 사건, 목표 그리고 행동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교육자는 다시 한 번 정태에게 질문을 던진다.
- 제가 옷가게에서 관찰한 온풍기는 머리통이 둥근 형태를 한 빨간 색이었습니다. 그래서 빨간 색의 수영 모자를 쓰게 되었고, 몸통은 검은 색이어서 검은 색 타이즈를 입었습니다. 팔은 불필요해서 자연스럽게 뒷짐을 지게 되었고요. 온풍기를 관찰하고 있으니, 온풍기는 겨울 내내 이 가게에서 더운 바람을 뿜으며 공기를 데워온 것 같았고, 아침마다 점원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곧 사건임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점원이 나에게 다가오자 저절로 눈살이 찌푸릴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이 들었고요, 근데 약 풍으로 켰을 때는 어느 정도 참을 만 했지만, 강풍으로 나를 켰을 때는 무척 힘이 들겠지 라고 상상했습니다. 말은 이때 가능할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다면 사건과 평가이후 자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교육자가 정태를 빤히 쳐다보며 재차 묻는다.
- ..... 이 자리를 탈출하는 것입니다. 정태는 불분명하게 대답한다.
- 온풍기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을 것 같은데.
- .....
- 선풍기를 켰을 때 왼쪽으로 부드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덜컥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만일 이러한 선풍기의 움직임을 관찰했다면, 그것이 선풍기의 목표인 ‘이제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다’라고 상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행동은 또 다르게 찾아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아! 정태가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 소리친다.
- 점원이 약 풍에서 강풍으로 옮겨 놓은 것은 분명 사건의 크기와 정도가 다르게 나를 작동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나로 하여금 더욱 화나게 만들고 짜증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다음 온풍기인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건과 평가이후에 또 다른 나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목표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점원이 온풍기를 강풍으로 전환하는 행동입니다. 이것은 나의 목표인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겠다’와 정면충돌하는 행위입니다. 해서 덜컥거리며 움직이는 온풍기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은 이러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충분한 행동 관찰이 될 것입니다. 앞서 보여주었던 소희의 모래시계는 사건과 평가이후에 어떤 행동이 있었습니까? 교육자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질문한다.

- ..... 모래시계에서 탈출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머리와 팔이 유리에 부딪쳤습니다. 무신이 생각난 듯 대답한다.
- 오케이, 사건과 평가이후에 소희의 상상력이 발동하여 또 다른 목표를 생성시킨 것입니다. 물론 방해물은 모래시계의 유리벽이었고요. 이후에 모래시계 속의 모래인 나는 빠져 나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는 ‘움 추리다’라는 행동을 계획할 수 있었겠죠. 해서 덜컥거리는 온풍기의 관찰로 인해 이러한 상상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며, 목표의 생성과 행동을 유발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해하셨나요?
- 네!
- 자, 다음 사물 관찰인 무신의 벤치를 볼까요?       

2012. 12. 17.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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