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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02 20:11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예순네 번째 이야기 - 관찰 작업 14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준비되면 시작하겠습니다. 정태는 가림막 뒤에서 소리친다.
- 네!
- 전주가 시작되면 러시아 가수로 분한 정태가 등장한다. 그는 아래 위 하얀 색의 정장차림에 빨간 색의 나비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절도 있는 걸음걸이를 취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은 입 주위에 대고, 또 다른 손은 45도 각도로 아래위로 움직이며 걸어 나온다. 노래가 시작되면, 눈을 지긋이 감고 나지막이 부르다가 이내 눈을 부릅뜨고는 객석을 향해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미소를 짓고 서 있다.

그 미소는 마치 관객들에게 자신의 자신만만함을 전달하는 듯하다. 순식간에 고음으로 치달은 부분에서 그는 목을 뒤로 젖히고 카운터 테너의 목소리로 열창한다. 이때 마이크를 잡은 오른 손은 앞뒤로 빠르게 흔들어 음의 빠르기와 함께 움직인다. 갑자기 고음에서 음악이 끝나자, 그는 다시 평정심을 찾고 정자세로 전과 같은 미소를 함빡 머금고 객석을 향해 중립의 자세로 서 있다. 1절과 2절의 간주 부분에서 그는 팔을 앞뒤로 가뿐하게 흔들며 무대를 걸어 다닌다.

그의 걸음걸이는 긴 다리를 가진 조류를 보는 듯하다. 2절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그는 마이크를 앞뒤로 격정적으로 움직이며 카운터 테너의 목소리로 열창하다가 두 팔을 크게 옆으로 벌리며 노래를 마친다. 이때 그는 객석을 향해 다시 정자세를 취한 채 입꼬리는 여전히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다.

- 학생들은 이 희한한 가수의 행동에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한다.
- 얼마나 연습을 했나요? 교육자가 소음을 뚫으며 큰 소리로 말한다.
- 관찰 작업이 시작될 때, 러시아 가수 비타즈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평소 그의 노래할 때의 소리와 행동이 특이해서 눈여겨 봐 왔습니다.
- 한 달 전에 나한테 메일로 보낸 비타즈 동영상인가요?
- 네!
- 꽤 오랜 시간동안 관찰하고 연습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했고 성과와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 평소에 음악을 즐겨 듣지 않고, 어울려 춤추러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처음에 비타즈의 동영상을 보고는 막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냥 재미있다고 생각만하다가 막상 관찰하여 모방하려고 하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동영상을 수없이 보고 몇 번을 따라 해봤는데, 어색함만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일단 의상부터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머리를 손질하고, 나비넥타이를 메고, 준비한 구두를 신고 의상실에서 구한 하얀 색 양복을 입으니 완전히 다른 자감이 생겼습니다. 이때부터 뭔가 흥미로움이 저한테 생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동영상을 보았는데, 수없이 보았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이미 저한테 플랜화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행동을 소절별로 목록화 했었습니다. 단위별로 연습하면서 제가 노래하는 것이 더 이상 쑥스럽지 않음을 느꼈고요. 아마 이때부터 연습의 탄력이 붙은 것 같습니다. 관찰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노래방도 가 보았고, 클럽에도 몇 번 가 봤는데,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재미도 찾았습니다.

- 오케이, 그의 행동 중에 가장 흥미로왔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중립자세로부터 절제된 함박 미소였습니다. 빳빳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과 입꼬리가 한껏 위로 올라간 미소는 그로 하여금 객석과의 교류를 당당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그의 자세와 포즈, 행동 등은 마치 ‘나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완벽하게 해 낼테니, 맘껏 즐기세요!’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 오케이! 무신의 나훈아와 승욱의 김범수, 정태의 비타즈는 내년 신입생 환영식 때 초대가수로 초청하겠습니다. 틈틈이 연습하도록!
- 네! 세 명은 우렁차게 대답한다.
- 다음 시간부터 또 다른 과제로 들어갑시다! 그리고 보여주세요! 사물 관찰입니다. 사물 관찰은 최고의 상상력을 요합니다. 광화문광장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기억하세요?
- ..... 네! 학생들은 잠시 생각하다가 큰 소리로 외친다.

- 역사적 사실은 제쳐두고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만 보면 그가 왼손잡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칼을 오른 쪽에 차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군은 수많은 시간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장군복과 모자, 신발, 칼 등은 엄청난 무게인 듯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그런 복장을 하고 수십 년을 서 있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앉고 싶겠지만 아마 수십 년을 그렇게 서 있었다면 앉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 앉기 전에 복장을 벗고 칼을 옆에 놔둬야 할 겁니다.
- 용변을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 팔굽혀 펴기 같은 가벼운 운동도 필요할 듯 한데요.
- 언제 그런 행동들이 가능할까요? 교육자가 재촉하듯 학생들에게 묻는다.
- 아마 새벽녘에 아무도 없을 때겠지요. 그리고 아침이면 또 서 있어야 하겠죠.
- 동의합니다. 광화문광장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잘 관찰해 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상상력은 이처럼 발동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사물 관찰은 첫째 관찰한 사물을 형상화하는 것이 우선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능성 있는 행동을 찾아 실행해 내어야 합니다. 이해되셨나요?
- 네!

-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골목길에 지저분한 스티커와 전단지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전봇대를 본 적 있나요? 우선 지저분한 광고지가 붙어 있는 전봇대의 형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첫 번째 일입니다. 그리고 난 후, 내가 만일 이 전봇대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전봇대인 자신에게 또 다른 전단지를 붙이려고 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 짜증이 확 날 것 같은데요.
- 고함이라도 지를 것 같습니다.
- 그 사람이 가고 난 뒤 전단지를 떼고 싶을 겁니다.
- 만일 전단지를 강력접착제로 붙여 놓았다면요? 교육자가 재빠르게 묻는다.
- 어우! 상당히 열 받을 것 같은데요.
- 골목길에 서 있는 이와 같은 전봇대를 잘 관찰 해보세요. 여러분의 상상력이 어떻게 발동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해 보세요! 교육자가 학생들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2012. 12. 03.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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