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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1-19 10:02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예순두 번째 이야기 - 관찰 작업 12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교육자가 실기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책상 위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적혀있다.

√ 인물관찰
 1. 종로 3가에서 본 할아버지 ..... 박정태
 2. 집 앞 놀이터에서 본 5살 어린이 ..... 김현정
 3. 지하철에서 본 60대초 아저씨 ..... 손기주
 4. 터미널에서 본 군인 ..... 양승욱
 5. 클럽에서 본 외국인 여자 ..... 이수정

√ 동물관찰
 1. 원숭이 ..... 감무신
 2. 뱀 ..... 이정하
 3. 물개 ..... 박정태
 4. 독수리 ..... 손기주
 5. 다람쥐 ..... 권주희

√ 직업관찰(가수)
 1. 나훈아의 <갈무리> ..... 감무신
 2. 김범수의 <늪>  ..... 양승욱
 3.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 ..... 이소희
 4. 이소라의 <난 사랑해> ..... 윤문숙
 5. 나나무스꾸리의 <CANTA CANTA A MI GENTE> .... 권주희

- 가수부터 볼까요? 교육자가 자리에 앉으며 학생들에게 말한다.
- 준비되면 시작하겠습니다. 무신은 가림막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 네!
- 음악이 나오면 무신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고, 상의는 흰 색의 긴 프록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바지는 청바지를 입었고, 긴 부츠를 신었다. 목에는 비단 머플러를 둘렀다. 반주부분에 무신은 가수 나훈아 특유의 눈웃음과 걸음걸이로 무대를 걸어 다닌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고는 앞 이빨로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노래가 시작되면, 광대뼈에서 흘러나오는 입가의 근육이 흔들리고, 목의 유연하면서도 스타카토같은 움직임을 드러낸다. 또한 트로트 가수인 나훈아 특유의 꺽기동작을 마이크 사용과 함께 현란하게 구사한다.

- 우와! 학생들은 가수 나훈아를 완벽하게 모방하고 있는 무신의 행동에 감탄을 자아내며 박수치고 흥을 돋운다.
- 노래 1절과 2절 사이 간주부분에 무신은 긴 프록코트의 단추를 풀어 헤치고 무대를 가로 지르며 관중의 동참을 호소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학생들은 열광하며 무신과 함께 어울린다. 2절 반주가 시작되면, 무신은 관객을 향하여 옆으로 서서 미동도 움직이지 않은 채 눈의 광선을 뿜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눈은 웃고 있으면서 광대뼈와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며 노래한다. 손을 쫙 펴서 객석으로 뻗기도 하고, 가슴에 애절하게 대기도 한다. 윗 이빨을 최대한 보이며 마이크는 바짝 입술 쪽으로 끌어 당겼다가 순식간에 떨쳐 내며 노래 부른다. 노래의 마지막 음절부분에서는 악단을 보며 두 손을 높이 들면서 이내 땅바닥 쪽으로 후려갈기는 동작을 하며 끝맺는다. 프록코트의 밑자락을 한 손으로 멋지게 펄럭이며 객석으로 시선을 던지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사라진다.

- 학생들은 무신의 가수 나훈아를 보고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지르며 앵콜을 외친다.
- 얼마나 준비했나요? 교육자가 학생들의 소음을 뚫고 소리친다.
- 무신은 가쁜 숨을 내쉬며 가림막 뒤에서 나와 앉는다. “일주일 내내 비디오를 보고 연습했습니다. 거의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 시간을 할애했었습니다.”

- 연습과정을 자세히 말해 보세요!
- 우선 저한테 흥미로운 가수를 찾다가 그 중에서 젊었을 때의 가수 나훈아 콘서트가 재미있어서 관찰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콘서트를 보며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가수 나훈아의 행동거지를 대충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노래할 때 그의 입, 눈, 광대뼈, 손, 상체, 걸음걸이, 제스처, 마이크 사용 등을 하나씩 목록표로 작성하여 뻬.페.데처럼 분절하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며칠 연습하다가 진도가 나가질 않아 다른 방송에서 이 노래를 불렀던 그의 행동을 보며 또 다시 연습을 할 수 있었던 힘을 얻었습니다. 몸이 음을 타며 흔들리고, 노랫말에 어울리는 표정을 짓고, 가사를 조근조근 씹으며 내뱉는 것을 이때 알았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관찰은 노래 부를 때 그의 가능한 행동들을 저의 몸에 익힌 결과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노랫말, 제스처, 행동 등이 저의 몸짓과 저의 노래가 됨을 인식했을 때는 거의 완성되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수 나훈아를 모방했지만 저 자신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 과장일지 모르지만, 분명 뭔가를 내가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신은 한껏 고무되어 빠른 속도로 말한다. 

- 교육자는 무신의 말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감훈아가 되었다는 말이지?
- 학생들은 박장대소한다.
- 모방을 하면서 어떤 점이 특히 힘들었나요?
- 노래할 때의 가수 나훈아의 행동을 하나하나 모방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저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특히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행동과 부드러운 듯하면서 강렬한 눈빛, 그리고 무척이나 두드러진 광대뼈와 구강근처의 근육들을 모방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오케이! 교육자가 승욱을 쳐다보며 “가수 김범수를 볼까?”라고 말한다.
- 10분간 휴식하면 안될까요? 승욱은 교육자를 쳐다보며 말한다. 
- 10분간 휴식!   

2012. 11. 19.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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