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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30 09:56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쉰아홉 번째 이야기 - 관찰 작업 9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휴식 후, 교육자와 학생들이 실기실로 들어온다. 준비되었나요? 기주!
- 네! 시작하겠습니다. 가림 막 뒤에서 기주는 큰 소리로 외친다.
- 상의는 옅은 회색의 털옷을 입고, 하의는 무릎까지 오는 달라붙은 아이보리 색의 바지를 입었으며, 긴 양말과 또 각 거리는 갈색 구두를 신고 낙타로 변한 기주가 등장한다. 그의 목은 심할 정도로 앞으로 쭉 뻗어 있고, 등은 최대한 둥글게 말고 있으며, 눈썹과 눈 두 덩이는 검은 색의 분장을 두껍게 칠했다. 두 팔은 앞으로 쭉 뻗고 두 다리는 최대한 빳빳하게 서서 무대로 들어온다. 그는 잠시 서서 목을 천천히 움직이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이때 입술은 연신 둥글게 회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자세와 형상을 유지한 채 그는 무릎을 굽혀 다리를 들었다가 직각으로 지면에 닿으며 걷기 시작한다.

- ‘우와!’. 학생들은 고함과 박수를 치며 기주의 낙타를 주의 깊게 쳐다본다.
- 낙타는 조금씩 뛰었다가 걸었다가를 반복한다. 그리고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천천히 우리로 향한다.
- 낙타의 형상화 과정을 자세히 말해 주세요. 교육자가 기주에게 묻는다.
- 지난번 동물원에서 여러 동물들을 관찰하다가 유독 낙타가 저의 흥미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관찰한 뒤, 집에서 낙타에 대한 동영상을 찾아보며 얼굴, 등, 목, 걸음걸이 등을 따라 해봤습니다. 동영상과 실제로 본 것과의 차이를 느끼고 몇 차례 더 동물원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낙타의 서 있는 자세, 입, 앉는 것, 걷는 것, 뛰는 것 등을 핸드폰에 담아 두고 본격적으로 모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낙타에 대한 것들이 궁금해서 컴퓨터를 통해 조사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낙타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의 형태로 진화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눈썹과 코, 두꺼운 가죽, 커다란 말발굽, 특히 육봉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낙타의 특별한 신체기관이었습니다.

- 오케이, 근데 네발짐승인 낙타를 왜 일어서서 형상화했나요? 교육자가 기주에게 다시 묻는다.
- 처음에는 네발로 지면을 걸었지만, 왠지 덩지 큰 낙타를 표현하기에는 왜소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형태로 해보다가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이전의 형상작업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훨씬 더 큰 느낌을 받았고, 편했고, 좀 더 여러 신체기관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적극적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목의 사용과 지면에 닿는 손과 관절, 걸을 때의 굼실대는 리듬감 등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어섬으로 인해 낙타의 눈도 좀 더 집중하여 표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 오케이, 낙타의 형상을 만들기 위한 의상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교육자가 다시 묻는다.
- 몸을 바꾸고 나니,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털 재킷을 입은 여성을 보고 저것을 입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전에 누나가 입던 회색 털옷을 입고, 발목 부근은 긴 양말과 구두를 신고 걸었더니 모자랐던 부분이 채워지는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 오케이,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과제를 하나 제시해 볼까요?. 낙타의 안면, 즉 얼굴근육, 입모양, 눈과 불룩 솟은 등, 그리고 걸음걸이 등을 이용하여 어떤 인물로서 걸어보세요. 교육자가 기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 .....
- 준비되면 들어와도 될까요? 기주가 되묻는다.
- 네, 원한다면!
- 잠시 후, 기주는 어깨에 가방을 메고 안경을 끼고 굼실대며 천천히 등장한다. 잠시 서서 이리저리 본다. 그의 얼굴 근육은 대체로 밑으로 처져 있고, 입술은 앞으로 튀어 나와 무언가를 씹고 있으며, 눈은 껌벅껌벅 떴다가 감았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천천히 굼실대며 벤치로 가서 천천히 앉는다.

- 오케이, 기주가 지금 보여준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요.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묻는다.
- 매우 성실하지만 답답할 정도로 느려 터진 사람인 듯하네요.
- 맘씨 좋은 저희 집 근처의 마트 아저씨를 연상케 합니다.
- 자기 일에 대해서는 똥고집 또한 상당히 있을 것 같은데요.
-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으로 보입니다.
- 여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남자로 보입니다.
- 동물 관찰이 우리에게 필요할까? 그렇다면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다시 묻는다.
- 굉장히요! 소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세요! 교육자가 소희에게 묻는다.

2012. 10. 29.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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