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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25 11:20
[목/칼럼] 팝페라 그룹 트루바의 음악칼럼 - 팔만 흔드는 지휘자.. 필요해?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 팔만 흔드는 지휘자.. 필요해?
 ........................................................................... 그룹 트루바 (팝페라, 뽕페라 3인조 성악 그룹)

어느 날 TV에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대형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공연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주 웅장한 음악을 한참 듣고 있던 우리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다. “지휘자는 뭐하러 있냐? 저봐, 저봐, 합창단이고 오케스트라고 지휘자 보는 놈은 하나도 없구먼! 그리고 니들이 하는 그 팝페란지 뭔지 하는 거 말야, 그것도 지휘자 없이 니들끼리 잘 맞추잖어. 근데 지휘자는 뭐 한다고 돈을 제일 많이 받냐?!” 먼저 웃음이 났다. 우리 아버지는 필자가 시립합창단 공연을 하면 꼭 이런 불만을 이야기 하시곤 했다. 내 자식이 매일 힘들게 가서 연습하고 받는 월급보다 지휘자가 받는 월급이 더 많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우신 모양이다. “팔만 흔들어 대면 돈 나오고 좋겄다!”라고 말씀하실 때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드려야 할지..

우리 아버지에게 지휘자들은 사기꾼이다. 필자가 지휘자의 힘든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런데 요즘 지휘자에 대한 아버지의 이런 시선이 맞을 때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지휘자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 싶다.

지휘자...우선, 사전적 의미는 ‘합창이나 합주 따위를 앞에 서서 지휘하는 사람‘ 간단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지휘자는 20세기 음악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카라얀을 비롯해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화제가 되고 있는 다니엘 바렌보임,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지휘자 정명훈 등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필자가 합창인이니 합창 지휘자를 소개하고 싶은데 단연 윤학원 교수와 나영수 교수가 손꼽히고, 국립합창단의 이상훈, 안산시립의 박신화, 수원시립의 민인기 교수 등이 우리나라의 유명한 합창지휘자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립합창단의 공연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수준 높은 컨텐츠로서 시립합창단들의 외국 초청 공연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와 같은 결과는 앞에 언급한 지휘자들과 합창단원들의 많은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라 칭찬 받을 만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칭찬이 아니라 안타까움이다.

앞의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인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연주자들은 상상 할 수도 없는 노력과 연습을 한다. 이 연습! 지휘자는 이 ’연습을 주관하는 자’ 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말 잘 하는 지휘자는 박자를 젓는 팔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작은 고갯짓, 눈빛 하나로도 백명이나 되는 오케스트라를 한 박자, 한 지점에 집중하여 기운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힘이 있다. 필자가 앞에 ‘잘 하는 지휘자’ 라는 단서를 단 건, 그런 훌륭한 지휘자가 많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 일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프로 합창단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지휘자를 만났고, 그들에게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많이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경험한 지휘자 중 훌륭했던 지휘자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는 정명훈을, 합창지휘자로는 고인이 되신 고 박종윤 선생을 들 수 있겠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리허설 때 음정이나 박자를 가지고 씨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달리 말해 많은 지휘자들, 아니다.. 쉽게 이해를 돕기 위해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카리스마 있게 소리치던 박칼린을 예로 들겠다. TV에서 박칼린이 “플렛! 플렛!”만 죽어라고 외치는 그 소리가 필자는 어찌나 안타깝던지.. (합창지휘.. 아무나 하는 거 아닌데..)

어쨌든 필자가 좋아하는 고 박종윤 선생님은 곡의 의도, 즉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연주자들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테크닉이 필요하며 어떤 약속을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 약속들이 정리되면 연습하고, 무대 위에서 흐트러짐 없이 행해지도록 신호를 주고, 받는다. 당연히 이 분도 음이 플렛되면 지금 왜 플렛이 되고 있는지에 관해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 문제의 원인은 TV속 그녀가 말하듯 소리를 내는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연주자의 적극적이지 않은 마인드와 애매한 곡 해석에서 나올 때가 많았다. 그러니 TV속 그 지휘자가 ‘플렛!’이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경연 날까지 고쳐지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휘자가 있다. 음악이 없는 지휘자와 음악이 있는 지휘자. 악보를 놓고 박자와 빠르기와 음정 등을 체크하고 연습하여 연주하는 지휘자와, 어떤 정서와 어떤 사상과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자 이 곡을 썼을까를 고민하고 상상하는 지휘자. 악보에 쓰여 있는 ‘포르테’를 보고는 아무런 고민 없이 “오케이 포르테! 크게!” 하는 지휘자와 ‘포르테’라고 적은 작곡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 지휘자. 전자는 많다. 후자는 드물다.

필자가 음악대학에서 첫 지휘법 수업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고개를 들고, 팔을 위, 아래, 좌, 우로 마치 물속에서 와 같이 흔드는 동작을 연습 했더랬다. 물론 아주 쓸데없는 건 아니지만...뭐랄까...주객이 전도된(?) 그런 느낌을 오늘에 와서야 받는다. 음악은 상상에 의해 작곡되고, 지휘자는 그 상상을 연주자들과 함께 정리하고 약속하여 무대에 올리는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작은 것들 중에 하나가 지휘 테크닉이 아닐까? 지휘 클라스가 10회 강의라면, 이 테크닉에 대한 강의는 마지막 10번째 강의에 잠깐 등장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악보를 보며 상상하는 방법, 그 상상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 정리된 것을 연습하는 방법, 연습된 것을 약속하는 방법 등등을 다......배운 후에.

돌아가시기 얼마 전 박종윤 교수님의 과 전체 합창클라스. (박종윤 교수님은 루게릭병으로 근육이 다 없어져 휠체어로 학교에 오셨었다.) 양 팔을 들 힘조차 없으셨던 그는 팔꿈치로는 몸을 지탱하고, 손을 얼굴에 붙이고 손과 손가락으로 지휘를 하셨다. 곡에 대한 몇 가지 상상과 감동을 말씀하시고 나서 그의 오른손 검지에서 나오는 포르테시모는 지금까지의 어떤 포르테시모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 교수님.. 존경합니다!!

갑자기 스승의 날 감사편지가 되어버린 트루바의 삼천포 칼럼 다음에도 계속..

2012. 10. 25.

팝페라 그룹 트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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