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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22 10:16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쉰여덟 번째 이야기 - 관찰 작업 8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교육자가 연기실습실에 들어온다. 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1. 압구정카페에서 본 남자  .....  양승욱
2. 지하철에서 본 여자 .....  이소희
3. 광장시장 뒷골목에서 본 남학생  .....  감무신
4. 백화점에서 본 남자      .....  박정태
6. 집근처 마트에서 본 할머니  ..... 이정하
7. 낙타  .....  손기주
8. 호랑이들  .....  윤문숙/이수정/권주희
9. 두루미  .....  김현정

- 무대에는 카페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출입구는 커튼으로 드리워져 있다. 준비되면 시작할까요? 승욱이 무대 뒤에서 큰소리로 외친다.
- 네, 준비되면 시작하세요!
- 시작하겠습니다. 승욱은 카페에 들어온다. 상의는 검정색 가죽잠바, 바지는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었고, 푸른색이 감도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머리는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쓸어 넘겼고, 어깨에는 척 보면 알 수 있는 명품인 듯한 가방을 걸쳤다. 검지를 사용하여 선글라스를 밑으로 내린 다음, 카페를 한 바퀴 휙 살펴본다. 이내 선글라스를 위로 올리고 발걸음 가볍게 왼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향한다. 가방을 우아하게 내려놓고 의자를 손바닥으로 쓱 쓸고는 다리를 꼬고 살며시 앉는다. 잠시 카페 안을 살펴보고는 가방을 열어 책 한권을 꺼낸다. 검지와 중지를 사용하여 책장을 넘긴다. 잠시 책을 눈여겨 본 뒤, 안주머니에서 헝겊을 꺼낸다.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입김을 선글라스에 분사한 뒤 우아한 리듬으로 닦는다. 목을 살며시 뒤로 젖히고 선글라스를 조심스럽게 끼고 손목을 리드미컬하게 사용하여 머리를 쓸어 넘긴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책을 한 손에 꼭 쥐고 일어서서 카페에 들어올 때처럼 발걸음 가볍게 나간다.

- 매우 주의 깊게 잘 관찰한 것 같네요. 관찰한 대상의 행동의 특징을 섬세하게 몸에 갖다 붙여서 승욱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는 듯 했어요. 카페에 들어와 서 있는 자세, 손가락을 사용한 선글라스 사용법, 걸음걸이, 무엇을 보는 눈매, 그리고 선글라스, 책, 의자 등을 다루어 내는 행동들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몇 가지만 물어볼까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았나요?
- 그 사람이 나갈 때 따라 갔었는데, 외제차를 타고 왔었습니다. 어떤 일을 정확히 하는 것 같진 않았고,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 정도로 보였습니다.
-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승욱을 흥미롭게 했나요? 교육자가 다시 묻는다.

- 카페에 들어섰을 때부터 보통사람과는 다른 형상과 행동거지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차림새도 눈에 띄었고요. 처음에는 영화배우인가 생각했을 정돕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여성스러울 정도로 섬세했었는데, 그 점이 우선 흥미로웠습니다. 대상을 다룰 때 손가락의 사용법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승욱은 또박또박 대답한다.
- 관찰한 사람에 대한 일대기를 한번 기록해 보세요. 아마 매우 흥미로운 인물의 약력이 탄생할 듯한데. 자, 다음 사람 볼까요?
- 학생들은 잽싸게 움직여 지하철의 내부를 만든다. 뒤쪽에 가림막을 치고 긴 큐빅 의자를 이용하여 지하철 의자를 만든다. 막 뒤에서 소희의 음성이 들린다. “시작하겠습니다!”
- 네!
- 소희는 상의와 하의 속에 옷가지를 잔뜩 넣어 뚱뚱한 여자의 형상을 만들어 들어온다. 그녀는 이리저리 살피고는 지하철의 긴 의자에 힘겹게 앉는다. 다리를 쩍 벌리고 큰 보따리를 배꼽부근까지 끌어 당겨 쥐고 있다. 어깨는 앞으로 축 처져있고 목 또한 앞으로 튀어 나와 있다. 모든 신체기관들이 밑으로 꺼져 있는 듯하지만, 눈만큼은 위로 치솟아 무언가를 살핀다. 잠시 후, 눈을 반쯤 감았다 떴다 한다. 이내 눈은 감기고 입술은 왼쪽으로 쏠리며 잠이 드는 하다가 깜짝 놀라 깨지만 재빠르게 다시 이전의 형태로 돌아간다. 다시 눈은 감기고 입술은 왼쪽으로 또 쏠린다. 이제 어깨와 목이 흔들리고 일정한 리듬을 타며 잠이 든다.
- 학생들은 소희의 인물을 보며 자지러진다. 거기까지만 볼까요? 교육자가 소희의 시연을 중지시킨다.
-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나요? 교육자가 소희에게 묻는다.
- 동대문역근처로부터 약 20여분 동안 관찰했는데, 보따리와 차림새로 보아 새벽에 지방에서 올라와 옷을 떼러 온 듯했어요. 그리고 보따리에 옷을 담아 서울역까지 가는 것 같았습니다.
- 무엇이 흥미로운 행동이었나요? 교육자가 다시 소희에게 질문한다.

- 그녀의 목과 어깨, 그리고 잠이 들 때까지의 행동거지들이 저를 흥미롭게 했어요. 특히 대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다른 신체부위와는 달리 굉장히 생동감이 있어 보여 아주 흥미로 왔어요. 

- 다음 시간에 소희와 승욱은 자신이 관찰한 사람으로 2인 에튜드를 만들어 보여 주세요. 그들의 관계, 말이 필요할 지 그렇지 않을 지는 소희와 승욱이 판단하세요. 공간과 시간 또한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정하여 보여 주세요. 오케이?
- 네! 소희와 승욱은 큰 소리로 대답한다.
- 동물 관찰을 볼까요? 낙타 준비되었나요?
- 10분 후에 시작하면 안 될까요? 선생님. 준비를 좀 해야 되거든요.
- 오케이, 10분 휴식 후에 시작합시다 !

2012. 10. 22.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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