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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03 12:48
[월/컬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배우는 교육과 훈련으로 창조될 수 있나 ? 그렇다 !!
세번째 이야기 - 배우는 교육과 훈련으로 창조될 수 있나 ?  그렇다 !

........................................................................박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흔히 배우라는 사람은 타고나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끼’로 똘똘 뭉쳐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배우는 이미 배우로서의 DNA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동의는 하지만 전적으로 옳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 또한 배우로서의 기질과 성향을 다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덜 활동적이고 덜 적극적인 사람이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그러한 예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배우는 똑똑한 머리보다는 영리할 필요가 있다. 계산에 능하기보다는 이해력이 풍부한 것이 좋다. 만일 우리의 몸을 머리와 가슴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면(불가능한 일이지만), 30% : 70%가 배우의 몸으로서 좋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배우는 영리하고 이해력이 풍부한 사람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영리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에 대한 배려심, 상황 파악에 대한 순발력, 우직하지만 매력적인 인간상, 신뢰할 만한 기품 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배우로서 이해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배우로서의 이해력은 사물, 인간,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요소들은 어디서 구해야 되는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책을 통해, 여행을 통해,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매스컴을 통해, 자연을 통해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이 통한다고 영리함과 이해력이 확보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자신으로부터의 질문 왜?, 무엇 때문에? 라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이것은 본질을 꿰뚫어 보고자 하는 첫 단계인 의지와 노력이기 때문이다. 배우를 위한 교육과 훈련은 단연코 이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제, 사물, 인간, 자연에 대한 이해로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어떤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어떤 것’은 무엇일까?
인간을 다루는 그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배제하고 있다면, 그것은 인간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함께 하는 것이다. 허구의 연속성속에 놓여 있는 배우라는 사람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자발성과 능동성으로 인해 저절로, 자연스럽게 배우를 건드릴 수 있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 결국 배우를 자연스럽게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배우는 늘 배우자신과 역할사이에서 그 경계선을 넘나드는 사람이다. 그러나 실상 역할이라는 것도 배우 자신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일례로, '햄릿(역할)'으로 분한 "멜 깁슨(배우자신)"이 존재하는 것이지, "멜 깁슨"이 존재하지도 않는 '햄릿'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역할이 아니라, 배우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신에 대해 먼저 공부하고, 이해하고, 알아야하며, 역할은 그 다음의 과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자신을 어떻게 공부하고, 이해하고, 알아야하는가? 이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는 누구냐?'라는 물음에 '나는 나다'라는 답변과 같은 것이다. 어쩌면 성인이나 도인만이 가능한 답변을 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나라면?'으로 출발하자, 나라면 이것을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이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라면 무엇 때문에 이것을 할까?, 나라면 이것을 어떻게 할까? 등이다. 이 길만이 배우자신을 공부하고, 이해하고, 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배우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우선시 되고 나면, 역할은 인간을 이해하는 또 다른 과제이다. 그것은 작가라는 특별한 사람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펼쳐놓은 인간은 텍스트(희곡이나 시나리오)의 사람이다. 그래서 작가가 제시해 놓은 등장인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러나 배우자신의 이해와 방법론에 따라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배우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으로 탄생 가능하다. 따라서 누구나 배우로서의 자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은, 배우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절대 담보로 하는 자연과 같은 기술이 필요하며,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역할보다는 배우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우선시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전제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전제 조건이라면, '배우는 교육과 훈련으로 창조될 수 있나?' 라는 질문에 과감히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2011. 10. 3.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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