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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01 11:23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쉰다섯 번째 이야기 - 관찰 작업 5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수업이 시작되자, 연기교육자가 들어와 “학교 인근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가 봅시다!” 라고 말하자마자, 학생들은 큰 소리로 ‘와!’하고 소리치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는다. 따뜻한 봄날, 교육자와 학생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장에 도착한다.

- 자, 지금부터 두어 시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세요. 특히 그들의 손과 눈, 어깨 등을 잘 관찰해 오도록!
- 네! 학생들은 제각각 흩어진다.
- 과일가게 여주인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소희를 보고 교육자가 다가간다. - “흥미로운 관찰거리가 있니?” 교육자가 나지막이 묻자, “사과와 배, 밤 등을 바구니에 옮겨 담고 있는 여주인의 손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보세요, 선생님. 손가락과 손목 등이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잖아요. 눈은 한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바구니와 박스를 엄중하게 감시하는 듯 하고요. 가끔씩 중얼거리는 소리는 아마 개수를 헤아리는 듯한 소리인 것 같아요. 가까이 가서 들어보고 올께요” 라고 말하고 가게 앞쪽으로 성큼 다가간다.

- 무신은 시장 중앙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에 서서 누군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  누구를 관찰하고 있니? 교육자가 다가가서 묻는다.
- 아, 저기 서 있는 뚱뚱한 아저씨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데, 뒷짐을 지고 있는 손이 계속 꼼지락거리고 있거든요. 버릇인 것 같은데, 특히 중지를 손바닥에 계속해서 비비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손목을 꺾거나 회전시키기도 하고요. 뿔테 안경을 끼고 있고 눈알을 빠르게 움직이며 주위를 살피고 있습니다.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는 모습은 커다란 회색 곰을 보는 듯 하고요.
- 기주는 시장 입구 난전에서 옷을 팔고 있는 아저씨를 관찰하고 있다. 마이크를 목에 두르고 일정한 간격으로 박수를 치며 고객을 끌고 있는 아저씨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옷가지를 살펴보거나 걸쳐보고 있다. 그의 양어깨는 앞으로 튀어나와 있고, 목은 뒤쪽으로 파묻혀 있는 모습이다. 팔자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동그란 두 눈은 몇 초 간격으로 계속 깜박거리고, 가끔씩 입을 크게 벌리며 턱 운동을 한다. 손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박수를 치면서 밀가루 반죽을 하는 듯한 동작을 연신해 댄다.

- 수정은 어느 중년 여자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다. 중년 여성은 니트로 된 긴 상의와 발목까지 오는 주름치마를 입고 있으며, 왼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있다. 그녀의 걸음은 잔잔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 목은 기린마냥 길게 뻗어 있다. 눈은 거의 밑을 향하고 있고, 입술은 꽉 다물고 있다. 그녀의 손은 옴팍 쥐고 있고, 가끔씩 손바닥을 쫙 펴기도 한다.
- 그녀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니? 교육자가 어느새 수정의 뒤에 나타나 묻는다.
- 몇 번 마주쳤습니다. 그때마다 전 시선을 돌려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수정이 조용히 대답한다.

- 관찰대상의 사람에게 부담이 되거나 불편함을 주어서는 절대 안 돼. 왜냐하면 누군가가 나를 관찰한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감추거나 바꾸어 버릴 가능성이 높거든. 그리고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 특히 몸이 불편한 사람을 관찰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하고! 이런 일이 있었지. 십여 년 전에 나는 전화하는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멀찍이 떨어져서 어떤 젊은 남자를 관찰한 적이 있었는데, 그와 눈이 몇 번 마주쳤지. 두세 번 눈이 마주친 다음에 그는 전화를 끊고 나에게 다가 왔는데, 마치 주먹이라도 휘두를 기세로 말이야. 나는 냅다 도망쳤어. 그 이후로 난 관찰대상의 사람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관찰 방법부터 터득하는 것을 배워야 했어. 털끝만큼도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모욕감을 주는 분위기를 자아내서는 안돼. 알았지?
- 네, 선생님!
- 동료들에게 좀 더 관찰하고 학교에서 두 시간 뒤에 만나자고 전해주고!
- 네!       

- 다음날, 수업시간에 교육자의 책상 앞에 놓여 있는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적혀있다.

1. 경동시장에서 관찰한 뚱뚱한 아저씨 ..... 감무신
2. 약령시장의 나물 파는 아주머니 ..... 이정하
3. 경동시장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본 20대 남자 ..... 박정태
4. 장위시장의 커피 파는 할머니 ..... 김현정
5. 석관시장의 옷 파는 아저씨 ..... 손기주
6. 경동시장에서 본 40대 아주머니 ..... 윤문숙
7. 경동시장에서 관찰한 젊은 여자 ..... 이소희
8. 약령시장에서 장기 두는 할아버지 ..... 양승욱
9. 경동시장에서 관찰한 30대 여자 ..... 김현정
10. 장위시장에서 관찰한 50~60대 여자 ..... 권주희

2012. 10. 01.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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