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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9-24 10:10
[월/칼럼] 박상하 교수의 연기 컬럼 - 역할로 들어가자 !!
쉰 네 번째 이야기 - 관찰 작업 4 !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준비되면 시작하겠습니다. 가림막 뒤에서 무신이 외친다.
- 네!

-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실눈을 뜨고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왼손에는 검은 봉다리를 들고 절뚝거리며 걸어 나온다. 그는 몇 걸음을 걷고서 잠시 멈추고, 다시 걷는다. 그리고 벤치에 천천히 앉는다. 봉지와 지팡이를 왼쪽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본다. 잠시 후, 지팡이와 봉지를 들고 천천히 일어나서 왔던 곳의 반대편으로 띄엄띄엄 걸어 나간다.
- 연세는 어느 정도였나요?
- 60대 후반 정도인 것 같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 얼마나 관찰했나요?
- 약 20~30분 정도였습니다.
-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를 생각해 봤나요?
- 무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
- 할아버지의 형상을 기억하면서 지금 생각해 보실래요?
- 음... 일정한 직업 없이 막노동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 이유는요?
- 음... 구부정한 허리는 젊었을 때 허리를 너무 무리하게 쓴 결과인 것 같고... 음... 연세에 비해 그리고 조금은 왜소한 체격에 비해 팔뚝만큼은 유난히 굵었던 것 같습니다. 무신은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 오케이.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연이어 교육자가 묻는다.
-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 하나만 더 물어 볼게요. 생각을 못했다면, 지금 생각해 보세요. 할아버지는 왜 이 공원에 왔나요?
- 제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다가 봉지에 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벤치에 가서 앉았습니다. 슬쩍 봉지 안을 보니 몇 가지의 먹거리인 튀김이 있었습니다. 아마 추측건대, 손주에게 아니면 할머니께 사다줄려고 한 것 같은데요.
- 오케이! 나이 드신 분들을 유심히 관찰해 본적이 있나요?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눈을 돌리며 말한다.
- .....

- 그닥 유심히는 관찰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태가 대답한다.
-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이들의 관절과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우리 몸의 뼈는 마디마디마다 관절로 이루어져 있고, 그 관절의 이음새는 연골로 이어져 있죠. 연골은 뼈를 상하로, 앞뒤로, 또는 회전하게끔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연골의 노쇠는 뼈를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분명 방해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한 번에 앉았다 일어설 수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몇 번의 단계를 거쳐야만 앉았다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목이나 허리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일어날 때, 팔을 무릎이나 바닥을 짚고 일어나는 것과 목이나 허리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자 할 때, 목이나 허리만 돌리지 못하고 상체를 혹은 온 몸을 돌리는 것은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의 눈을 보신 적이 있나요? 얼굴 근육은 밑으로 처져 있고, 주름이 있어 눈을 크게 뜨는 데 방해를 주고 있죠. 그리고 그들의 눈은 마치 관조하는 듯한 눈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대상을 직접적으로 본다기보다는 넌지시 보는 듯한 눈매라는 말입니다. 겨울방학 전, 내가 관찰작업에 있어서 상상력의 역할에 대해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기억나나요?
- 네!

- 관찰과 상상력은 우리에게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까요? 교육자는 다시 묻는다.
- 방금 선생님께서 무신에게 할아버지의 걸음걸이를 보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신 걸로 봐서 대충은 짐작이 갑니다. 그것은 관찰한 인물에 대한 일대기같은 것을 생각하고 연구하여 그 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자주 말씀하셨던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요? 소희는 제법 또박또박 말한다.

- 동의합니다. 교육자는 소희를 바라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한다. 관찰에 대한 상상력은 결국 사람에 대한 나의 주의와 이해, 배려 등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때 상상력은 어마어마한 무기가 됩니다. 부디 관찰한 인물, 동물, 사물 등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활용하여 빈 공간과 여백을 꽉 메우길 바랍니다. 그때 비로소 관찰한 대상의 모방은 단순한 미믹(mimic)에서 자기 것으로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화되면 이제 제법 단단한 서기, 걷기, 행동하기, 말하기 등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의 상상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입니다. 부디 이 잠재된 자본을 잘 활용하길 바랍니다!     


2012. 09. 24.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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