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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번째 이야기 -2인 에튜드 12
........................................................................박 상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교수)
- 학생들 몇 명과 조교, 교육자는 한옥집 대청마루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태가 들어온다.
- 군불은 얼추 다 땐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정태는 사랑채로 들어가서 방바닥을 확인하고 나온다. 쩔쩔 끓는데요!
- 그럼, 군불 때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들 대충 끝내고 들어와서 막걸리나 한잔하지!
- 네!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막걸리, 나물, 삶은 돼지고기, 야채 등이 상위에 오른다.
- 오늘 우리가 갔다 온 곳이 어디지? 막걸리를 한 잔 마시며 교육자가 말을 꺼낸다.
- 임실의 농가와 들판, 그리고 전주 한옥마을과 시내, 학교 등이었는데요. 정하가 기억을 더듬으며 말한다.
-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나요?
- 임실의 가을 들판은 황홀했습니다. 들판의 허수아비는 처음 봤습니다. 오랜만에 학교를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산책하니, 머리와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승욱이 흥분하며 말한다.
- 전주 한옥마을에 대해서는 말로만 들었는데, 와서 보니까 어릴 때 할머니댁에 놀러 갔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안방에 메주가 걸려 있었고, 마당에 펌프, 집 뒤편에 탱자나무, 큰 가마솥 등이 필름처럼 지나가던데요. 소희가 승욱의 말을 끊으며 말한다.
- 할머니 댁이 어디셨니?
- 강원도 삼척에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간 오지였습니다.
- 한옥마을이 일제시대 때 일본마을에 대항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해설자를 통해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현정도 대화에 끼어든다. 그리고 군불을 때고, 감자도 구워 먹고.... 가마솥에 밥물 맞추기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속에 달걀과 나물을 익혀 먹으니 희한한 맛이었습니다.
- 제일 좋은 건 수업을 안 하는 거지?
- 네!!
- 자, 적당하게 마시고, 놀고, 이야기하고, 밤산책을 하고! 내일 일정은 서원과 부석사로 가겠습니다!
- 다음 날, 학생들과 조교, 교육자는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으로 향한다. 소수서원! 근 오백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 학생들은 넓은 서원을 자유롭게 무리를 지어 산책한다. 도산서원! 조선 최고의 석학 퇴계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친 곳! 학생들은 한석봉이 쓴 <도산서원> 간판, 전교당, 광명실, 옥진각등을 돌아보며 연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병산서원! 조선의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로 류성룡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친 곳! 학생들은 만루대에 앉아 화산이 병풍을 둘러친 듯한 자연경관을 감상한다. 학생들은 서원에서 백사장으로 내려가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물장구를 친다. 자, 이제 부석사로 서둘러 갑시다! 지금 가야 부석사에서 내려다 본 자연 풍광을 만끽할 수 있어!
- 부석사 가는 길! 은행나무 잎으로 뒤덮힌 가로수 길은 가히 장관이다. 학생들은 연방 사진을 찍고, 뒹굴고, 강아지처럼 뛰어다닌다. 그리고 천황문, 안양루, 종각, 삼층석탑, 무량수전, 부석(浮石) 등을 꼼꼼히 보며 학생들은 삼삼오오로 사진을 찍어댄다. 삼층석탑을 등지고 내려다 본 아래의 자연경관 앞에 학생들은 ‘와’하며 탄성을 내지른다. 한동안 그들은 말이 없다.
- 선생님, 사진 한 방요! 소희가 동료들을 불러 모으며 소리친다. ‘찰칵’
- 부석사 입구의 민박집에서 학생들은 맛있게 산나물 비빔밥을 먹는다. 선생님, 막걸리가 끝내주는데요! 한잔 하지죠! 무신은 입술의 막걸리를 닦으며 말한다.
- 선생님, 하늘 좀 봐요! 현정이 탄성을 지르며 고함친다.
- 와! 와! 와! 하늘의 별들이 장난감별처럼 걸려있다. 수없이! 끝도 없이!! 자연스럽게 모두 평상과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서울에서 별 본적 있니? 교육자도 평상에 드러누워 큰 소리로 외친다.
- 학생들은 대답이 없다. 교육자의 소리는 학생들의 소음에 파묻혀 온데 간데 없다.
2012. 08. 27.
연기과 박 상 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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