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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네 번째 이야기 - 얼음공주 투란도트 !
........................................................................임 유경(전문분장 팀 Face off 대표)
방송에서 소위 노래 좀 부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 곡 불러 달라 청하면 대부분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또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만 들어보면 ‘아! 이 노래가 이 오페라에 나오는 곡이었어?’라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오페라가 바로 ‘투란도트’이다.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유작(遺作)이다. 푸치니는 주로 풍부한 인간미를 소재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과 양식에 바탕을 둔 아름답고 친숙한 멜로디를 넣어서 작곡하였기에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특히 그는 여성 등장인물의 묘사가 뛰어나고, '나비부인'이나 '투란도트'처럼 동양의 이국적인 소재를 즐겨 선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그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지금까지의 내 오페라들은 다 버려도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던 오페라이다. 하지만 푸치니는 그토록 애정을 가졌던 이 작품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후두암 수술후유증으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그래서 3막의 마지막 부분은 푸치니가 아닌, 그의 제자 프랑코 알파노에 의해 완성 되었다.
이 작품이 초연된 날, 푸치니의 절친한 친구였던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류의 죽음’까지만 연주한 뒤 “푸치니 선생님은 여기까지 작곡하고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숙연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푸치니는 이 작품에서 새로운 음악 형식에 도전하며 과감한 음악적 도약을 보여준다. 크고 작은 배역 모두 각자의 음악과 특징적인 사운드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풍의 멜로디와 5음계 및 공(Gong), 탐탐, 종, 실로폰 등의 악기를 이용해 중국적 분위기를 살려낸다.
투란도트는 중국이 배경이지만 전설 속의 중국을 그리고 있어 고증에 의하지 않고 분장사의 역량만으로 환상적이고 신비스러운 중국의 분위기를 표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의 공주로 매우 차갑고 잔인하며 남자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다. 푸치니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사랑을 믿지 못하며 도도하고 권위적이다.
신비에 싸인 얼음 같은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기본 베이스는 약간 창백한 느낌을 주고 경극분장을 접목하여 신비스러운 중국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칼라프는 패전한 타타르국의 왕자로 모험심과 용기가 대단하며 투란도트에게 끝까지 사랑의 확신을 보여준다. 칼라프의 헤어는 타타르인이기 때문에 중국인의 두발과는 다른 형태를 가지며, 현명한 성격과 부드럽고 확신에 찬 모습을 표현한다. 상승형의 눈썹과 아이라인으로 굳은 의지와 용맹함을 나타낸다.
류는 티무르 왕을 보살피는 노예로, 칼라프 왕자를 사랑하지만 왕자가 투란도트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자신의 사랑을 죽음으로 승화해 투란도트를 변화시키는 비련의 여인이다. 류는 전형적인 푸치니 스타일의 여성상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하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 류는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으로 노예 신분에 걸맞게 분장과 헤어스타일도 수수하다. 투란도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티무르는 몰락한 타타르국의 왕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 북경에서 아들인 칼라프를 만나게 된다. 앞을 보지 못하며 떠돌이 생활을 한 탓에 모습은 초췌하다. 눈은 어둡게 표현해 맹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반백헤어와 수염을 기르고 있다.
핑, 팡, 퐁 세 명의 중국 대신들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고 항상 같이 노래하여 삼위일체(三位一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푸치니는 핑, 팡, 퐁 을 통해 고대 중국의 이색적이며 기괴스러운 성격을 의도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조국의 비정상적인 현실과 이방인 왕자들의 계속되는 죽음을 맞아야하는 심정을 해학적, 풍자적으로 나타낸다. 분장에서도 중국의 색깔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며, 긴 수염이 약간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심각한 극의 전개에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매개체로서, 투란도트의 잔인한 행동으로 인해 빚어지는 긴장을 웃음과 재미로 풀어주며 분장에서 또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2012. 8. 24.
임 유 경 Face off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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